[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종교계에서 잇따른 범죄가 발생해 시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경남 양산의 한 사찰에서 주지스님이 10대를 성폭행한 파렴치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0대 소녀의 엄마는 주지스님과 20년간 아는 사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게다가 이 주지스님은 딸 뿐만 아니라 엄마까지 성폭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사건보다 더 큰 사회적 파장으로 다가오는 종교계 성범죄. 그 추악한 내막을 살펴봤다.
20년 넘게 알고 지낸 신도의 딸 성폭행한 스님
종교인 범죄 해마다 늘어…“도덕성 타락 심각해”
2009년 7월, 엄마 성모(51)씨를 따라 경남 양산의 한 사찰에 놀러 갔다가 혼자 인터넷을 하던 강모(16·당시 13세)양은 뒤에서 어깨를 잡고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을 하는 사람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는 엄마와 20년 넘게 알고 지내던 주지스님 이모(45)씨였다.
이씨는 어린 강양에게 자주 성욕을 느꼈다. 같은 달 중순에는 강양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가 별장에 있는데 함께 가자”며 강양을 한 아파트 앞 주차장으로 불러냈다. 엄마가 평소 별장에서 천연 염색 작업을 자주 했고, 이씨와 엄마의 친분이 돈독해 별장에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에 강양은 별 의심 없이 이씨의 차에 탔다.
엄마 따라 갔다가…
별장으로 향하던 이씨는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어 강양을 성폭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별장근처에 다다르자 고갯길 근처에 차를 세운 이씨는 반항하는 강양을 억압하며 “한번하자”고 말했다.
이날 이씨는 강양을 강제추행하며 성폭행을 하려했지만 강양은 몸을 비틀면서 저항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강양은 주지스님과 친한 엄마가 충격을 받을까봐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엄마를 따라 절에 가 이씨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결국은 성폭행까지 당했다.
성폭행을 당한 후에도 이씨의 추행은 계속됐다.
하지만 강양은 엄마에게 “스님이 추행을 했다”는 정도로 축소해 말했고, 엄마는 이씨에게 ‘항의’만 하고 넘어갔다.
그러던 이씨의 범행은 지난해 7월, 강양이 성폭행을 당한 지 2년 만에 드러났다. 강양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위해 엄마가 “성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그제야 “주지스님이…”라며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이씨를 고소한 엄마는 강양이 피해사실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을 털어놓았다. 딸이 성폭행을 당하기 전 자신도 이씨로부터 강간피해를 당했다는 것.
조사과정에서 성씨는 2008년 별장에서 혼자 천연염색 작업을 하고 있던 중 무단으로 침입한 이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 후에도 종전과 다름없이 이씨와 함께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친 점 등에 대해서는 이씨가 남편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강간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을 하여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부산지법 형사6부(재판장 김동윤)는 이씨가 딸에게 저지른 성폭력범죄는 인정하지만 엄마에게 한 성폭력은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지난 7일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3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알고 보니 엄마도…
재판부는 “나이 어린 강양이 엄마가 충격 받을 것을 염려해 피해를 당했을 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 신도의 딸을 성폭행·성추행한 것은 죄질이 나빠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엄마인 성씨의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 성씨가 이씨,강모씨와 함께 제주도로 골프여행을 간 점, 처음 경찰조사에서는 이씨의 협박시점이 강간당한 후 한 달 후라고 진술했다가 이후 제주도 여행도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진술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성씨가 억지로 이씨의 절을 다닌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는 점에 비추어 성씨의 진술은 신빙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같은 목사, 신부, 스님 등 성직자와 신도들의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종교계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인들의 범법행위를 살펴보면 폭력, 강간 등 강력범죄가 다수 포함돼 종교인들의 도덕성 타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검찰청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2008~2010년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한해 발생하는 형법·특별법 사범 중 종교인 관련 범죄 건수가 2007년 4413건, 2008년 5123건, 2009년 5409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종교인 범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폭력 범죄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2007년 832건, 2008년 1039건, 2009년 1131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강력 범죄인 강간도 2007년 43건, 2008년 59건, 2009년 71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성매매, 마약 범죄도 매년 10~20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종교인들의 도덕적 타락상을 보여주는 범죄 유형으로 종교계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