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여성운동계 대모’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2.13 17: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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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 가르친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이 ‘안철수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기로 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부재단 이사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을 기꺼이 수락하면서다. 30여년간 YWCA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여성·환경운동을 주도하는 등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알려진 박 이사장. 과연 그녀는 향후 안철수재단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까.

“통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야”
“시간, 재능, 노동 등 통해 도우며 사는 세상 만들 것”

박영숙 ‘재단법인 살림이’ 이사장이 안철수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박영숙 이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재단의 설립계획 및 사업방향 등을 발표했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IT기술 이용 플랫폼

이 자리에서 박 이사장은 “뜻 깊은 재단 이사장 자리에 추대된 것은 그 동안 여성계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것에 대해 안철수 원장이 높게 평가해줬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직도 사회의 비주류인 여성이자 노령인 나를 새로운 재단 이사장으로 뽑아 준 것은 안 원장이 아니었으면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또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통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라면서 “늘 기부라고 하면 금전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시간, 재능, 노동 등을 통해 모두가 도우며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안철수재단이 기존 사회공헌 재단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기부문화가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었다면 안철수재단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구분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안 원장이 기금을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연구 조사하고 프로그램을 잘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서 어느 재단보다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재단이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기부형태인 IT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을 이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기부문화가 발달된 선진국을 보면 국민 90% 이상이 지속적으로 공익활동에 기부가 기여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안철수재단이 IT를 통해서 대중에게 기부문화의 길을 열어줘 우리 사회에 새로운 기부 풍토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안 원장에 대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안 원장은 지금까지의 그런 성과를 올린 분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남다른 순수성을 지니고 있는 분”이라면서 “말을 하거나 행동하는 것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분으로 우리나라의 귀중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안철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순수함과 진정성 때문일 것”이라며 “(안 원장은) 그동안의 성과와 발자취를 남겨오면서 순수성을 간직하고, 또 (사람들은) 그가 말하는 것이나 행동에서 진정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만남
사적인 인연은 없어

안 원장과 박 이사장 두 사람은 공적인 자리에서의 만남이 있을 뿐 사적인 인연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 원장과 박 이사장은 지난 2004년 처음 만났다. 박 이사장이 맡은 ‘미래포럼’ 창립발기인 15명 가운데 안 원장이 참여한 것. 이후 안 원장은 지난 2008년 이 포럼에서 ‘기업가 정신 쇠퇴에 대한 진단 및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한 바 있다. 안 원장은 주변의 추천을 받고 박 이사장을 직접 만나 이사장직을 맡아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안 원장이 자신에게 이사장직을 제의했을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박 이사장은 “사회적 통념에서 보면 제가 지명될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저에게 뭐를 기대하십니까’라고 질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안 원장이 ‘재단이 앞으로 일해 나가는 데 잘못되거나 초지에서 벗어나면 바로잡아 주시면 됩니다’라고 답해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안철수재단의 운영을 맡게 된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통하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인 지난 1932년 평양에서 태어난 박 이사장은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시절 대학생 YWCA 회원으로 활동하다 당시 YWCA 고문이던 박에스더씨의 권유에 따라 졸업 후 YWCA 청년부 간사로 사회운동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32세의 나이에 상근 총무가 되며 YWCA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기독 여성운동에 매진하던 박 이사장은 민중신학의 창시자인 고 안병무 전 한신대 교수와 결혼하면서 사회운동 쪽으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박 이사장은 이후 YWCA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소비자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노동운동 등을 주도했다.

YWCA 청년부 간사로 사회운동에 첫발…영역 넓혀가
13대 총선서 국회의원 당선돼 각종 의정활동 펼치기도

지난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김대중 총재를 도왔고 이듬해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 전국구 1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가족법과 남녀고용평등법, 탁아법, 윤락행위방지법 등이 박 이사장이 제·개정한 주요 법률들이다. 난립하는 골프장 문제와 모토로라 노동조합 설립투쟁, 대구 페놀 유출사건,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의정활동을 펼쳤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단법인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이사장을 시작으로 사랑의 친구들 총재,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미래포럼 이사장, 희망포럼 공동대표 등을 지내는 등 꾸준한 사회활동을 벌였다.

사재를 털어 세운 재단법인 살림이에서 자신이 자신을 고용하는 형태로 일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살림이는 안병무기념사업위원회의 재정지원과 여성단체, 사회적기업의 자립을 돕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를 지지했으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안철수재단 3월 이후
공식 출범할 전망

한편, 안철수재단 공식 출범 시기는 주무 관청 승인 시점에 따라 유동적이나 3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익법인’으로 시작하는 재단은 앞으로 2년 후 ‘성실공익법인’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안철수재단 명은 2월6일부터 16일까지 임시 웹사이트(www.ahnfoundaion.org)에서 국민들의 제안을 받은 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안철수재단 이름을 제안하는 활동 자체를 하나의 재능 기부로 보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재능을 기부 받는 것으로 재단 첫 걸음을 시작하겠다는 취지다.
안철수재단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은 ▲수혜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기부 문화 조성, ▲첨단 IT기술을 이용한 손쉬운 기부 실현, ▲다른 공익재단과의 적극적 협력 등 3가지다.

안철수재단은 ▲일자리 창출 기여, ▲교육 지원, ▲세대간 재능 기부 등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들을 통해 사회적 기회 격차를 줄이는 데 이바지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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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