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 '승부조작' 파문 끊이지 않는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5 17: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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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손' 불법 스포츠토토가 '페어플레이' 좀먹는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작년 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앓았던 국내 스포츠계에 지난 7일 배구선수 승부조작 가담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스포츠를 즐겨온 팬들에게 배신감을 더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을 앞 다퉈 보도하며 조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게다가 최근엔 프로야구까지 승부조작이 있었다는 폭로가 더해지면 국내 프로스포츠업계는 침몰 일보직전에 놓였다. 승부조작 사건의 이면에는 항상 ‘불법 스포츠토토’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돈 받고 패배’ 프로축구 이어서 프로배구·야구까지
"당혹스럽고 죄송하다"…가담 선수 영구제명 방침

스포츠계에 암암리에 퍼져있던 '악성종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0년 4월. 당시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몇몇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일부 불법 배팅 사이트에서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관여를 하지 않았을지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e스포츠에서 시작된
'검은 거래' 유혹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조사결과 불법 배팅 사이트 관계자인 박모(25)씨가 조직폭력배인 김모씨와 함께 전?현직 코치나 감독, 은퇴한 프로게이머, 2군 선수들, 연습생에게까지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치진들에겐 엔트리 사전유출, 프로게이머에겐 고의로 경기를 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2군 선수들이나 연습생에겐 출전하는 선수의 리플레이 파일을 빼돌릴 것을 요구했다.

승부조작에 매수된 프로게이머는 경기 전 전술을 미리 상대방에게 알려주거나, 경기 초반 우세를 유지하다 후반에 방어를 허술하게 해 역전되는 등의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박씨와 김씨는 이러한 수법을 통해 11차례 승부를 조작하고 e스포츠 전문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거액을 배팅해 총 1억4000만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브로커 박씨에게 징역 2년, 프로게이머 마재윤과 원종서에게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2년형 및 추징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지난해 5월에는 K리그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같은 달 창원지검 특수부는 프로축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게 한 뒤 스포츠복권에 거액의 돈을 걸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브로커 2명과 선수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검찰에 소환되자 K리그 비리가 속속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 중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김동현의 승부조작 개입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결국 같은 달 30일 프로축구연맹은 승부조작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는 등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승부조작 연루 의혹을 받던 정종관이 자살하고 6월 연맹이 내놓은 자진신고제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승부조작 죄책감에
선수 · 감독 자살

그때까지 승부조작 혐의를 부인하던 공격수 최성국이 자진신고를 했고, 그 외에도 국가대표 출신 염동균과 이상덕 등 각 팀의 간판선수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10월에는 이수철 전 상무 감독의 자살까지 불러일으켰다.

창원지검이 K리그 승부조작과 관련해 기소한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는 59명. 지난해 7월 기준으로 K리그에 등록한 내국인 선수 603명의 10%에 이르는 광범위한 규모다.


연맹은 승부조작 관련자를 엄벌하며 후속조치에 나섰고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자인 국민체육공단도 EWS(Early Warning System·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프로스포츠의 승부조작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고 자진 신고한 최성국은 지난 9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이 선고됐으며 나머지 실형을 받은 선수의 부모들은 ‘축구와 등불’이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어 자식 대신 속죄하고 있다.

불법 토토 사이트
신발 쇼핑몰로 위장

하지만 악성종양은 이들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전혀 제거되지 못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프로배구에서 사건이 터졌다. 대구지검은 지난달 26일과 31일에 전직 선수 1명, 브로커 1명, 현직 선수 2명 등 총 4명을 구속한 데 이어 지난 8일 현역선수 2명을 추가로 체포했다.

검찰이 지난달부터 수사 중인 승부조작 경기는 지난 2010년 2월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KEPCO와 현대캐피탈의 경기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8일 체포된 이들은 지난 시즌 경기에서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KEPCO와 한국배구연맹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사과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을 규정에 의해 엄격하게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KEPCO 이외의 팀 선수들도 가담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승부조작 사건이 3차례나 터지며 종양은 간단한 수술로 제거되지 않을 만큼 커져버렸다. 그렇다면 왜 이런 승부조작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걸까? 항상 승부조작 사건의 이면에서는 불법 스포츠 토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www.sportstoto.co.kr)는 국내 스포츠 6개 종목(축구·야구·배구·농구·골프·씨름)을 대상경기로 하며 이번 승부조작사건이 발생한 배구종목에서는 2경기 또는 3경기의 경기별 최종 세트스코어와 1세트 점수차를 맞히는 '스페셜게임', 1경기의 1~3세트 세트별 승리팀과 점수차를 맞히는 '매치게임'을 배팅 상품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기자가 직접 방문한 모 불법 토토 사이트에서는 e스포츠 리그를 포함한 국내 스포츠 종목과 해외 경기를 대상경기로 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경기결과 조차 알기 힘든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스라엘 내부 리그나 2부·3부 리그까지 대상경기로 삼고 있다.

불법 토토 사이트, 2~3일 한 번꼴 도메인 변경
프로배구 승부조작, 전·현역선수 브로커와 손잡아

배팅 상품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농구에서는 '첫 3점슛' '첫 리바운드', 축구에서는 '첫 득점 및 실점', 배구에서는 '첫 블로킹' '첫 서브에이스'를 하는 선수를 맞히는 상품이 존재했다. 합법 토토 사이트에 비해 손쉽게 승부조작이 가능해 보였다. 적중 결과도 경기가 끝난 뒤 30분 내에 나와 중독성이 강하고 첫 금액 충전에 보너스 포인트를 얹어 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스마트폰 전용 사이트까지 개설해 사람들의 접근성도 높였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2~3일에 한 번꼴로 도메인주소와 입금계좌 변경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사이트의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며 교묘하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또 다른 불법 토토 사이트는 첫 접속 페이지를 여성 신발 온라인 쇼핑몰로 위장하고 추천인이 없으면 가입조차 할 수 없도록 했으며 전력차가 확실한 게임에서는 강팀에게 핸디캡을 주는 방식으로 배팅이 몰리지 않게 해 금액이 분산되도록 유도하는 상품도 존재했다.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배팅 사이트의 경우 배팅금액은 100만원, 배당금액은 300만원을 넘지 못하지만 문제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다. 이런 해외 사이트의 경우는 금액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경찰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적발도 쉽지 않다.


지난 1월에는 유치원 홈페이지로 위장한 불법 배팅 사이트를 운영해온 부산 지역 폭력조직이 검찰에 적발됐으며, 이 사이트에서만 125억원 규모의 불법 배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도박시장의 전체 규모는 50~70조원으로 파악됐다. 손쉬운 접근성을 앞세운 불법 온라인 배팅 사이트는 1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배팅 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체육진흥투표권의 연간 시장 규모 1조8000억원을 훌쩍 넘는 12조7400억원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일확천금의 유혹에 불법과 탈법, 매수와 조작이 녹아든 '한탕주의'의 여파로 보인다. 또한 경기장 안에서는 페어플레이를 외치면서 밖에서는 더티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일부 선수들도 이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종목인 프로야구는 오는 4월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플레이를 보일 경우 가차 없이 교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승부조작이 비교적 아려워 보이지만 여러 명의 선수가 가담하면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2008년 대만 프로야구에선 감독과 선수들이 연루된 승부조작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있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1919년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이른바 '블랙삭스 스캔들' 사건이 발생했다. 1980년대에는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 피트 레즈가 자신의 팀에 불법 배팅을 하다 적발돼 영구퇴출이라는 직격타를 맞았다.

야구·농구 승부조작
자유롭지 않다

내달 시즌을 마감하는 프로농구도 승부조작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농구의 경우 비교적 작은 코트에서 이뤄지는 경기이다 보니 승부조작 기미가 금방 눈에 띄지만 지난 2006년 동부 양경민이 자신의 경기 스포츠토토를 불법으로 대리구매 해 36경기 출장정지와 3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불법 스포츠 배팅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제는 불법 스포츠 사이트를 통해 배팅만 해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

또 불법 배팅 사이트 운영자와 승부조작 가담자의 경우는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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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