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일가족 화재 사망 사건 전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06 15: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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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 죽이고 부모까지 죽였는데 '효자?'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설 명절 직후인 지난달 26일 충남 당진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화재로 일가족 5명이 변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 일가가 수술을 받은 부모님을 간호하기 위해 고향 집을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돼 안타까움을 줬다. 부엌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일가족 모두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됐고 1시간 만에 진화된 화재 현장에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과 사인을 밝혀내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최근 경찰 조사에서 40대 아들이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미리 살해하고 시신을 부모 집으로 싣고 온 뒤 부모마저 살해하고 방화해 자신도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70대 부모 목엔 흉기자국, 9살 아들 목엔 전깃줄
40대 가장, 처자식·부모 죽인 후 불 질러 자살한 듯

지난달 26일 오전 2시6분께 충남 당진시 합덕읍 한 마을에서 노부부가 살던 단층 주택에 심상찮은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집 내부 100m²를 태워 22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70대 노부부와 김모(46)씨 부부, 김씨 아들 등 모두 5명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평소 효자로 소문난 김씨 부부가 설에 고향집을 찾은 후 돌아갔다가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은 아버지와 허리 통증을 호소한 어머니가 걱정돼 다시 고향집에 들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타살 정황 발견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씨가 저지른 타살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돼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는 흉흉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국과수의 1차 구두소견 결과 숨진 김씨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에서 흉기에 찔린 듯한 흔적이 발견됐고 아들(9)의 목은 전깃줄로 감겨 있었다. 김씨 아내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기를 흡입한 흔적은 김씨에게만 발견됐다. 아내 등 나머지 네 가족은 시신 발견 당시 천장을 바라본 채 나란히 누워 있었으며 김씨만 방문 쪽으로 움직인 흔적이 발견됐다. 이들이 불이 나기 전 사망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정황이다.


특히 경찰은 김씨 부부가 살던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이들 부부가 다툰 흔적과 혈흔을 발견했다. 또 아파트 CCTV에 찍힌 김씨는 설 명절에 부모 집을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와 지난달 25일 당진 고향집으로 다시 가기 직전 아들을 안고 집에서 내려오고, 10여분 뒤 부인을 업고 다시 내려왔다. 아들과 부인 모두 웃옷으로 덮인 상태였다.

경찰은 또 화재현장에서 인화물질로 보이는 물질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엌에 있던 가정용 부탄가스에 불이 붙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불이 순식간에 번졌고, 인화물질로 추정되는 물질이 일부 발견돼 방화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김씨는 25일 고향집에 다시 내려온 후 오후 9시경 여동생과 한 차례 통화를 했고, 통화 내용은 일상적인 것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런 정황으로 미뤄 김씨가 처자식과 고향집 부모를 순차적으로 살해한 뒤 시신을 한 방에 모아 놓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김씨 부부는 각각 이혼 후 10여년 전 재혼한 사이이며, 김씨는 1남4녀 중 외아들로 평소 효자로 소문났다. 이들 부부는 인터넷 설치 사업과 기업 상담원 일을 하다 빚을 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아파트는 대출을 받아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이고 아파트에서 발견된 김씨의 아내 것으로 보이는 일기장에는 '남편이 인터넷 설치 사업을 하는데 일감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부부가 살던 동네의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노부부는 자기 소유 논 2만여m²와 밭 1만여m²에서 비교적 큰 규모의 농사를 지어왔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당초 아들은 다음 날 어머니의 건강검진을 위해 천안의 한 병원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검진 예약 내역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씨가 저지른 타살일 수도 있다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지만 화재가 발생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아들 김씨가 어릴 때부터 이 마을에서 자라서 오랫동안 봐왔다"며 "소문처럼 그럴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혼을 해서도 농사철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고향에 내려와 일손을 보탰다"며 "아들은 청각장애가 있는 노부부를 항상 걱정했다"고 전했다.

효자일까 불효자일까

또 다른 주민은 "아들 김씨가 재혼한 아내와 경제문제로 많이 다퉜고 손자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다른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는 등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다"며 "노부부는 마을에서도 돈을 많이 모아놨다는 얘기를 많이 했고 소문이 사실이라면 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는 정황에 무게를 두고 제3자에 의한 타살가능성과 채권채무와 원한관계 등 다각적인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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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