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택배기사 가장 강도 주의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1 2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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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어요" 섣불리 문 열었다가…'헉'

[일요시사=한종해기자] "택배왔습니다~." 자신의 택배를 기다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버선발로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가기 마련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택배를 받아 들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 설 명절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자신이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어 택배기사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섣불리 문을 열었다가 큰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던 택배기사 가장 강도사건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택배강도 기승에 고객은 '벌벌' 기사는 '한숨'
경찰, 설 연휴 특별방범활동 기간 단속 강화

최근 새집으로 이사한 주부 신모(27)씨는 섬뜩한 경험을 했다. 지난 15일 오후 6시께 초인종이 울려 인터폰을 받아 현관문을 확인했다. 문 앞에는 작은 상자를 든 한 남성이 서 있었고 이 남성은 인터폰에 "택배입니다"라고 했다. 택배기사라면 응당 입어야할 택배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이 수상했던 신씨는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현관문의 걸쇠를 걸고 문을 열자 택배기사는 흠칫 당황한 모습을 보이더니 "주소를 잘못 찾아왔다"며 다른 층으로 내려갔다.

남편 보더니 '줄행랑'

서울 양천구의 한 상가주택에 살던 이모(51·여)씨는 택배기사 가장 강도에 당했다.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김모(48)씨 등 2명은 이씨가 상당한 재력가라는 소문을 들었다. 김씨 등은 지난해 말 출소한 뒤 택배원을 가장해 이씨에 집에 들어가 이씨와 딸을 폭행하고 23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 빌라에서는 집주인 김모(48)씨가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가 휘두른 흉기에 복부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아침에 한 30대 남자가 "택배 물품을 배달하러 왔다"고 말해 현관문을 열었더니 갑자기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당산동에서 택배기사로 위장해 아파트에 침입, 금품을 빼앗고 주부 황모(36)씨에게 중상을 입힌 사건도 발생했다. 사건당시 아파트에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어 인상착의를 잡아내지 못했다.


이처럼 택배기사를 가장한 강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진짜' 택배기사들도 고객 못지않은 울상을 짓고 있다. 낮은 운임과 인력부족난으로 하루 많게는 100~200개의 물량을 혼자 배달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물품 배송 중 가끔 고객들로부터 범죄자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광명 지역을 담당하는 한 택배기사는 "집도 못 비우고 택배만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상품 배송을 위해 방문하는데 문을 안 열어주고 범죄자로 오인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배송해야 하는 물품이 산더미인데 범죄자로 오인을 받아 한 집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배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번 설 연휴 택배물량은 지난해 설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소포우편물은 지난해 설 명절 1125만개보다 35만개가 늘어난 1160만개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장 많은 날에는 평소보다 최고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 택배회사도 설 연휴 기간 동안 인력을 보강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택배물량이 증가하는 것은 택배 가장 강도들이 활개 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진다는 방증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택배업체들은 운송장에 '택배수령 시 운송장을 제거하라'는 안내문구를 넣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택배는 3~4장의 운송장 중 택배 상자에 붙이는 운송장의 전화번호란을 코팅 처리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가 적히지 않도록 했다. B택배도 운송장에 실제 고객전화번호 대신 암호화한 프로그램으로 변환한 가상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C택배는 고객 정보를 프린터로 인쇄하려고 하면 성명과 주소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기호로 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택배 지난 설보다 증가

경찰 관계자는 "최근 택배기사를 사칭한 강도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현관문을 열어주기 전에 택배기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택배 수취 시 즉시 운송장을 폐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며 "무인배송시스템을 확대하는 것 등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9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24일까지 특별방범활동 기간으로 지정했다. 경찰은 이 기간 범죄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경찰관기동대 등 경찰병력도 최대한 활용한다.

 

 

<경찰이 소개하는 택배기사 가장 강도 예방법>

 

▲운송장은 반드시 폐기한다.

-택배상자에는 운송장이 붙어있다. 운송장에는 주문자 주소, 이름 , 전화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적혀있다. 이런 개인정보는 강도들이 택배기사를 사칭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기사의 근무복을 확인한다.

-우체국이든 일반 택배회사든 물건을 배달하는 기사들은 해당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문을 열기 전 유니폼을 확인해야 한다.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한다.

-택배회사의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하면 배송 예상 시간을 알 수 있다. 물건을 배달하는 기사의 성명, 전화번호까지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주문자·발송자를 확인한다.

-본인이 주문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문자·발송자를 확인하고 해당인에게 전화를 걸어 발송여부를 확인한다.


▲택배기사의 벨소리를 확인한다.

상품추적 서비스를 이용해 택배기사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문 밖에서 벨소리가 울리는지 확인한다.

▲여러사람이 함께 있을 때 택배를 받는다.

-매번 위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여러사람이 함께 있을 때 택배를 받는다면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경비실에 물건을 맡겨달라고 하거나 무인택배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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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