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게이들의 '놀이터' 이태원을 가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7 10: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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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가 어때서요?" '이태원 프리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자기~ 남친 있어?” “어 나 파트너 있어.” 이태원에 위치한 게이클럽 안에서 나눠지는 대화 중 일부다.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즐겨 찾는 주점이 밀집한 이태원은 게이들을 위한 해방구다. 이태원역을 가로지르는 길에 위치한 소방서를 지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게이 업소가 모여 있는 ‘게이힐’이 나온다. 종로와 신당동을 이어 이태원이 게이들을 위한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게이뿐만 아니라 이성애자와 여성들도 자주 찾는다는 이태원의 게이힐을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 취재했다. 

이태원 '게이힐', 편견 벗어난 '소수민족' 해방구
18년 된 게이클럽 역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난 14일 오후 11시께. 게이들의 모임이 열린다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방서 근처 한 클럽. 클럽을 주변으로 펼쳐진 미로 같은 골목길에는 곳곳에 게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날리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인근 도로까지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짧은 머리에 가죽바지를 입은 20대 초반의 남성, 면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30대 중반 남성 등 대부분이 남자였다.

여성 입장료,
남성의 두 배

입장료는 남성 1만원, 여성은 2만원이었다. 보통 클럽의 경우 여자는 돈을 덜 받거나 공짜인 것과는 정반대의 경우. 게이들이 주가 되는 클럽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종이티켓을 받아 손목에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수백 명의 남자들이 서로 뒤엉켜 춤을 추고 있었다. 외국 남성들과 한국 남성들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여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남성들이 많아 우중충할 것 같았던 생각과는 다르게 생기가 넘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40여 평의 무대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의 남성들은 음악에 온몸을 맡긴 채 자신의 끼를 내뿜고 있었다. 윗옷을 벗어던지고 춤을 추는 이도 있었고, 서로를 끌어안거나 상대의 몸을 쓰다듬으며 춤을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에 마련된 바에는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이 맥주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는지 살피거나 작업을 거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동성이 있으면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칸막이가 쳐져있는 공간도 있었다. 클럽 내부가 수많은 무지개 빛깔의 깃발들로 치장되어 있고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것 말고는 여타의 클럽과 같아 보인다. 이곳이 바로 이태원 '소수민족'의 놀이터다.

바에서 홀로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외국 남성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 남성은 이태원과 인접해 있는 용산미군기지의 군인이란다.

이 남성은 "가끔 미국의 자유분방함을 느끼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여기서는 대부분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별다른 거리낌이나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클럽을 찾은 외국 남성 중 상당수가 주한미군이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건장한 체격의 외국 남성들이 간혹 보이는 여성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며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 남성은 또 "솔직히 누가 게이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여기서 마음껏 즐기다 미국으로 돌아가면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자리를 피했다.

기자가 미군과 대화를 나두던 도중 입구를 통해 8명의 여성들이 클럽으로 입장했다. 전체적인 성비로 봤을 때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여성들의 입장도 꾸준했다. 두 배 이상 차이나는 입장료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게이클럽을 즐겨 찾는다는 이수연(24)씨는 "집적대는 남자들이 없어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다"며 "여자들에겐 어떤 유흥가보다 안전 한데다 귀찮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함께 온 신국화(24)씨도 "게이들 중에는 젊고 잘생긴 '훈남'들이 많아 '눈요기' 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게이클럽도 역시 클럽인 걸까? 이런 여성들을 노리는 남성들도 있었다. 호기심에 게이클럽을 찾았다는 조영일(29·남)씨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씨에게 다가왔다. "옆에 남성분과 일행이냐?"라고 물었고 기자가 아니라고 하자 이씨에게 '작업'을 걸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엔 반드시 남자들이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들과 게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게이클럽을 찾는 게이들은 이들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한 게이커플의 얘기를 들어봤다. 이 커플은 "게이들을 위한 공간에서 게이들이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불쾌하다"며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공간도 부족한데 인구밀도를 쓸데없이 높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자가 있는 곳엔
반드시 남자도 있어

이어 "이 클럽을 찾는 이유가 동성애자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주기 때문인데 우리를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게이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대화를 마치고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클럽을 나간 이 게이커플을 보다가 문득 게이커플의 남녀역할이 궁금해졌다. 클럽의 종업원을 만나 게이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이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게이커플 사이에도 분명히 남녀가 존재한다. 게이커플의 성관계에서 남성 역할을 하는 사람을 '때짜', 여성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마짜'라고 한다. 성관계에서 마짜는 때자보다 비교적 편하고 쾌감이 크기 때문에 게이 중 상당수는 마짜다. 한마디로 여성의 역할을 하는 게이들이 많다는 것.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성관계를 할까? 이 종업원은 "모텔을 이용한다. 하지만 게이들은 대부분은 재력가가 많다"며 "결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보다는 팍팍 쓰는 경향이 있어 호텔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편하게 놀려는 ‘여자’, 그를 노리는 ‘남자’
보디빌더 고용한 게이전용 남성마사지

이어 그는 "게이들 사이에서도 외모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며 "잘생기고 젊은 게이들은 우대받고 못생기고 뚱뚱한 게이들은 상대적으로 천대 받는다"고 덧붙였다.

취재를 마치고 클럽을 빠져나온 시간은 새벽 1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반짝이는 네온사인 덕에 대낮을 방불케 했다. 거리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으며 술에 취해 길바닥에 앉아 있는 남성을 꾀려는 게이들도 있었다. 지나가는 남자들을 붙잡고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는 게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이 업소가 위치한 골목은 통상 '게이힐'로 불리고 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를 통해 나와 소방서가 있는 곳으로 걷다가 소방서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아스팔트 바닥에 '진입금지'라고 적혀있는 곳부터 '게이힐'이 시작된다.

이곳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P클럽, Q클럽 등 게이클럽이 있고 게이들만 출입 할 수 있는 게이바가 있다. 바로 옆 골목에는 트렌스젠더들을 위한 바가 있으며 아랫골목에는 예전 미군들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집창촌 후커힐이 있다.

남성역할은 ‘때짜’
여성역할은 ‘마짜’

골목을 따라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게이들을 위한 남성전용마사지 업소도 있다. 이 업소는 보디빌더들을 마사지사로 고용해 인기가 높다 특히 모 업소의 남성 '고고쇼'는 게이들 사이에서 인기폭발이다.

이태원의 게이골목은 금·토·일에만 화려하게 빛나며 새벽 2~4시 사이가 성황이다. 불이 켜지는 3일 동안 이태원 게이골목을 찾는 게이들은 업계 추산 주당 약 1000명에 이른다.

클럽에 출입하기 위해 정해진 입장료를 내고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티켓이 찢어지거나 분실하지 않는 이상 하루 동안은 계속 출입이 가능하다. 일반 클럽과 마찬가지로 티켓을 이용해 술이나 음료 한 잔을 구매할 수 있으며 더 원할 시 추가비용을 내고 사야한다.

게이클럽의 사장과 종업원들은 모두 게이다. 남성 이성애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클럽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고용된 사설경비업체 요원들뿐이다. 이곳에서는 '소수민족'이 이성애자인 것이다.

이태원의 또 다른 게이문화는 게이바다. 게이바는 클럽과는 다르게 조용함으로 승부한다. 이곳을 찾는 게이들은 상대와 대화를 나눌 뿐이며 이성애자나 여성들은 출입하지 않는다.

이태원에 있는 일반 바도 술집으로 영업하다가 새벽시간이 되면 게이클럽 분위기로 바뀌는 곳도 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태원 뒷골목이 게이들의 '놀이터'가 됐을까? 이태원 게이클럽의 역사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2월경 이태원에 첫 게이클럽 '파슈'가 오픈했다. 이때까지 모든 게이업소는 종로와 신당동에 모여 있었으며 대개 단란주점형식이었던 것에 반해 파슈는 춤을 추며 보다 분방한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파슈는 같은 해 가을 경 '사장이 돈을 갖고 튀었다'는 풍문만을 남긴 채 문을 닫았다.

이듬해 '트랜스'라는 이름의 게이바가 입성했으며 6월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으로 클럽이 오픈했다. 스파르타쿠스는 근대 클럽의 형태로 20대 초반의 게이들이 급증하면서 이태원은 삽시간에 새로운 게이의 메카로 떠올랐다. 2012년 현재 이태원에는 30여 곳의 게이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18년 전부터 시작된
이태원 게이클럽

이태원은 용산미군기지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외국인이 많이 모이는 지역이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에 비해 성소수자들에게 관대하다 보니 게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태원을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에서 오랜 기간 장사를 해왔다는 한 노점상 주인은 "트렌스젠더든 게이든 누가 지나가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럴 수도 있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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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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