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더 바쁜 사람들 '애환' 엿보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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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정색깔로 칠 했습니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분주한 대한민국.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의 구박이 무서운 노총각·노처녀들이 그렇다. 여기에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도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을 위해 명절을 반납해야만 한다. 민족의 대명절을 챙기기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일요시사>가 미리 만나봤다.

4일 ‘빡세게’ 일해 등록금·학원비 충당
‘월화수목금금금…’ “쉴 틈이 없어요”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을 위해 명절도 반납해야 하는 20대들에게 다가오는 설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한 오세민(29·남)씨는 지난해 추석도 자취방에서 혼자 보냈다. 평소에도 집에만 가면 부모님이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느냐"는 말을 들어왔는데 일가친척들까지 다 모이는 명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한 민족 명절
 

오씨는 "중요한 면접 준비 때문에 이번에도 집에 가지 못하겠다고 핑계를 댔다"며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하게 집에서 홀로 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씁쓸하다"고 했다.

올해 임용고시에서 낙방해 재수를 결심한 임정희(26·여)씨도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미 부모와도 얘기를 마쳤고 혼자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새로운 계획을 마련할 작정이다. 임씨는 "큰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합격여부부터 물어올 텐데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싫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명절은 단지 '평소보다 돈을 더 받는 날'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남희(20·여)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에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 하루 5만원이던 임금이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에는 10만원으로 훌쩍 오른 것.

김씨는 "지난해 등록금까지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당장 이번 학기부터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남들이 쉴 때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대학생 이근명(19·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 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도 연휴도 없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모 보험사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인력으로 남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은색 글씨로 칠해 놓아 아쉬움을 줄이려고 한다"며 "이번 4일 동안 일을 한 대가로 평소 시급의 2배 이상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구인구직사이트에 따르면 '2012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오픈하고 설날 아르바이트 정보를 모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포장알바' '진열알바' '판매알바' '배송도우미' 등은 하루 평균 2000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량진 등에서 행정·경찰·소방 등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설 연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월25일에 5급 공채 1차 시험이 있고 4월7일에는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있다. 일부 학원은 설을 맞아 과목별로 '1일 특강'을 개설했으며 강의시간도 최대 8시간까지 이어진다. 설날인 23일에는 특강도 없고 독서실도 대부분 문을 닫지만 일부 학원 자습실은 개방된다. 이런 자습실은 첫 개방시간인 아침 8시부터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매년 만석을 이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은 언제? 결혼은 언제? “고향가기 싫다”
‘민족의 명절’ 챙기기엔 “내 삶이 너무 고달파”

노량진역 근처에서 만난 하지성(27·남)씨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하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씨는 "장남이라 명절 때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고 학원 자습실로 향할 계획이다"며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반농담으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는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해 보는 그들이지만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고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은나(36·여)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건만 따져보면 박씨가 노처녀인 게 이상하다. 서울의 명문 4년제 대학을 나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으며 통장잔고도 꽤 된다. 물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그녀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주의 여성이지만 그녀 부모님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박씨는 "평소에는 조심스럽게 결혼에 대한 말을 꺼내시지만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2시간이 넘게 결혼얘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한재경(45)씨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2012년 최대 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을 이룬 이들 중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 하는 설날은 임신이 되지 않는 며느리들에겐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결혼 5년차인 주부 권기정(34)씨도 설 명절이 두렵다. 시댁의 첫 손자에 대한 기대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더 커지기 때문.  

명절 연휴 일하면
'목돈' 잡을 수 있어

결국 권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이때부터 권씨에게 명절은 최대의 고역이 됐다.

권씨는 "말씀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는데 내 몸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이번 설에는 또 어떤 이유로 시부모님을 안심시켜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 했다. 

설 명절동안 국민들의 안전과 청결을 위해 연휴를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소방관들은 3교대 비상근무체제까지 도입하며 크고 작은 재해를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도 명절이라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 거리 곳곳의 쓰레기와 낙엽들로 설다운 설 한번 못 보내고 있다.

소방근무자들에게 설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단지 구조 신호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한 날이 이들에게는 더 없이 특별한 날이다.

경찰·소방관·환경미화원
'즐길만한 여유 없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모(41) 소방관은 소방서에 첫발을 디딘 지 올해로 11년째지만, 이 햇수만큼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아들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 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으로 15년간 근무했다는 윤경식(50)씨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날 아침 몇 시간이라도 가족들 얼굴을 보려면 밤을 새워 청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 한다"며 "요즘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이 높아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쓸고 돌아서면 또 쌓이고, 치우고 돌아보면 떨어져 있고 그런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비쳤다.

경찰 역시 설 전후 특별방범활동와 교통관리 등으로 국민들이 편안하고 유쾌한 설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금은방과 금융기관, 편의점 등 현금을 다액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한 강·절도 사건과 명절 연휴 동안 빈집을 노린 사건 등을 예방하고자 형사활동 역시 강화하고 있다.

명절이면 더욱 바빠지는 곳도 있다. 철도, 버스 등의 귀경길 운송수단 매표소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쉬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침 첫차부터 밤 막차까지의 발권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기간을 전후로 해서 약 일주일 동안 매표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발권하려는 손님부터 취소표라도 나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매표소직원은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도 유니폼을 벗고 나면 한 가정의 가장이요, 엄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제 직업이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고향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준비나 설거지 등으로 명절 때만 되면 바빠지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고 전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무서운 사람들

예년보다 2주정도 일찍 찾아온 설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황 때문에 당장 차례상 차리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시장을 다녀온 주부들의 한숨이 부엌에 가득하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평소보다 시급을 더 준다는 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고 취업준비생들은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노총각, 노처녀 들은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소방관·경찰관·역무원·환경미화원 등은 마음 편히 명절을 보낼 수도 없다.

명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축일'이라는 말이 있다. 설은 예로부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음식을 만들고 서로 신년 덕담을 나누는 뜻 깊은 명절이었다. 하지만 삶이 고달픈 서민들에게는 점점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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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