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더 바쁜 사람들 '애환' 엿보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1: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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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정색깔로 칠 했습니다"

[일요시사=한종해기자] 코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분주한 대한민국.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하루라도 더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의 구박이 무서운 노총각·노처녀들이 그렇다. 여기에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소방관이나 경찰관, 환경미화원 등도 어쩔 수 없이 국민들을 위해 명절을 반납해야만 한다. 민족의 대명절을 챙기기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일요시사>가 미리 만나봤다.

4일 ‘빡세게’ 일해 등록금·학원비 충당
‘월화수목금금금…’ “쉴 틈이 없어요”

취업준비와 대학등록금을 위해 명절도 반납해야 하는 20대들에게 다가오는 설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한 오세민(29·남)씨는 지난해 추석도 자취방에서 혼자 보냈다. 평소에도 집에만 가면 부모님이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 취업을 못하고 있느냐"는 말을 들어왔는데 일가친척들까지 다 모이는 명절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한 민족 명절
 

오씨는 "중요한 면접 준비 때문에 이번에도 집에 가지 못하겠다고 핑계를 댔다"며 "떡국도 못 먹고 쓸쓸하게 집에서 홀로 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씁쓸하다"고 했다.

올해 임용고시에서 낙방해 재수를 결심한 임정희(26·여)씨도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이미 부모와도 얘기를 마쳤고 혼자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며 새로운 계획을 마련할 작정이다. 임씨는 "큰집에 가면 가장 먼저 합격여부부터 물어올 텐데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고 싫다"며 하소연했다.


현재 대학을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도 명절은 단지 '평소보다 돈을 더 받는 날'일 뿐이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김남희(20·여)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에 대형마트에서 선물세트를 판매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평소 하루 5만원이던 임금이 이번 설 연휴기간 동안에는 10만원으로 훌쩍 오른 것.

김씨는 "지난해 등록금까지는 부모님이 지원해 주셨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당장 이번 학기부터는 등록금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며 "남들이 쉴 때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에 합격해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대학생 이근명(19·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 입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말도 연휴도 없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모 보험사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씨는 이번 설 연휴에도 비상근무인력으로 남아 일하기로 했다.

이씨는 "달력의 빨간 글씨를 검은색 글씨로 칠해 놓아 아쉬움을 줄이려고 한다"며 "이번 4일 동안 일을 한 대가로 평소 시급의 2배 이상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구인구직사이트에 따르면 '2012 설 단기 알바 채용관'을 오픈하고 설날 아르바이트 정보를 모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포장알바' '진열알바' '판매알바' '배송도우미' 등은 하루 평균 2000여 건의 클릭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량진 등에서 행정·경찰·소방 등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도 설 연휴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월25일에 5급 공채 1차 시험이 있고 4월7일에는 9급 공채 필기시험이 있다. 일부 학원은 설을 맞아 과목별로 '1일 특강'을 개설했으며 강의시간도 최대 8시간까지 이어진다. 설날인 23일에는 특강도 없고 독서실도 대부분 문을 닫지만 일부 학원 자습실은 개방된다. 이런 자습실은 첫 개방시간인 아침 8시부터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 매년 만석을 이뤄온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은 언제? 결혼은 언제? “고향가기 싫다”
‘민족의 명절’ 챙기기엔 “내 삶이 너무 고달파”

노량진역 근처에서 만난 하지성(27·남)씨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하씨는 이번 설 연휴기간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씨는 "장남이라 명절 때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명절 당일 아침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고 학원 자습실로 향할 계획이다"며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반농담으로 '건방지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막막하기는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자의반타의반으로 솔로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노처녀들도 마찬가지다. 결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애써 변명해 보는 그들이지만 설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올해 설도 '나 홀로 고향' 길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처량하고 연휴 내내 들을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박은나(36·여)씨도 설 연휴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조건만 따져보면 박씨가 노처녀인 게 이상하다. 서울의 명문 4년제 대학을 나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봉을 받으며 통장잔고도 꽤 된다. 물론 외모도 빠지지 않는다.

누가 봐도 그녀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독신주의 여성이지만 그녀 부모님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박씨는 "평소에는 조심스럽게 결혼에 대한 말을 꺼내시지만 명절만 되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2시간이 넘게 결혼얘기만 한다"고 푸념했다.

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한재경(45)씨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기 전 신붓감을 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씨는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다"며 2012년 최대 목표가 된 결혼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을 이룬 이들 중에도 임신이 되지 않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다. 특히 시댁식구와 마주해야 하는 설날은 임신이 되지 않는 며느리들에겐 가시방석이 아닐 수 없다.

결혼 5년차인 주부 권기정(34)씨도 설 명절이 두렵다. 시댁의 첫 손자에 대한 기대가 해가 지날수록 더욱 더 커지기 때문.  

명절 연휴 일하면
'목돈' 잡을 수 있어

결국 권씨는 남편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고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난소에 구멍이 뚫려있어 임신이 쉽게 될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됐다. 이때부터 권씨에게 명절은 최대의 고역이 됐다.

권씨는 "말씀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는데 내 몸에 문제가 있어 임신이 어렵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이번 설에는 또 어떤 이유로 시부모님을 안심시켜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 했다. 


설 명절동안 국민들의 안전과 청결을 위해 연휴를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소방관들은 3교대 비상근무체제까지 도입하며 크고 작은 재해를 막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도 명절이라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 거리 곳곳의 쓰레기와 낙엽들로 설다운 설 한번 못 보내고 있다.

소방근무자들에게 설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단지 구조 신호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구한 날이 이들에게는 더 없이 특별한 날이다.

경찰·소방관·환경미화원
'즐길만한 여유 없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 근무하는 이모(41) 소방관은 소방서에 첫발을 디딘 지 올해로 11년째지만, 이 햇수만큼  명절 때마다 부모님께 아들 얼굴을 보여주지 못하는 불효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늘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며 "오히려 아이들이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 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으로 15년간 근무했다는 윤경식(50)씨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날 아침 몇 시간이라도 가족들 얼굴을 보려면 밤을 새워 청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씨는 "매일매일 청소를 해야 한다"며 "요즘 시민들의 질서의식 수준이 높아서 쓰레기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쓸고 돌아서면 또 쌓이고, 치우고 돌아보면 떨어져 있고 그런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비쳤다.

경찰 역시 설 전후 특별방범활동와 교통관리 등으로 국민들이 편안하고 유쾌한 설 명절을 보내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금은방과 금융기관, 편의점 등 현금을 다액으로 취급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한 강·절도 사건과 명절 연휴 동안 빈집을 노린 사건 등을 예방하고자 형사활동 역시 강화하고 있다.


명절이면 더욱 바빠지는 곳도 있다. 철도, 버스 등의 귀경길 운송수단 매표소다. 매표소에서 근무하는 역무원들은 쉬겠다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침 첫차부터 밤 막차까지의 발권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기간을 전후로 해서 약 일주일 동안 매표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발권하려는 손님부터 취소표라도 나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기다리는 손님들까지 매표소직원은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

그들도 유니폼을 벗고 나면 한 가정의 가장이요, 엄마다. 강남 고속터미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제 직업이다"며 "버스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고향을 찾아가실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식준비나 설거지 등으로 명절 때만 되면 바빠지는 평범한 주부들의 일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고 전했다. 

즐거워야 할 명절이
오히려 무서운 사람들

예년보다 2주정도 일찍 찾아온 설은 이래저래 시름을 더한다. 치솟는 물가와 경제 불황 때문에 당장 차례상 차리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시장을 다녀온 주부들의 한숨이 부엌에 가득하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평소보다 시급을 더 준다는 말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섰고 취업준비생들은 면접 준비에 여념이 없다. 노총각, 노처녀 들은 결혼 압박에 시달리고 소방관·경찰관·역무원·환경미화원 등은 마음 편히 명절을 보낼 수도 없다.

명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지내온 축일'이라는 말이 있다. 설은 예로부터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음식을 만들고 서로 신년 덕담을 나누는 뜻 깊은 명절이었다. 하지만 삶이 고달픈 서민들에게는 점점 옛말이 되어 가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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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