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청소년 탈선의 온상 '변종PC방' 충격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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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침대에 샤워시설까지 "모텔이야 PC방이야?"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최근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룸 형식의 놀이공간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젊은층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독립적인 놀이공간을 원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2010년부터 노래나 게임, 영화 등 복합적인 놀이시설을 모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멀티방'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다. 멀티방은 시간당 6000~7000원의 가격으로 대학가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이 되는 가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어린 학생들의 가벼운 지갑을 생각(?)한 변종 피시방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샤워시설까지 갖추고 시간당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운영하고 있는 서울의 한 PC방을 <일요시사>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시간당 2000원으로 모텔 가격 5분의 1
1인실·2인실 독립공간, 성인 PC방 연상케 해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서울 모 대학 인근 PC방. 외부에서 본 피시방은 '○○○ PC방' 이라는 간판을 걸고 영업하고 있었으며 일반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 PC방 내부로 들어섰다. 내부는 방학시즌이라서 그런지 PC방을 이용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 중인 모든 손님들은 모두 커플로 보였다.

방학시즌 성수기
학생들로 북적여

이 중 한 커플에게 말을 걸어봤다. 자신의 나이가 18세라고 밝힌 신모군은 "여자친구와 단둘이 데이트 하고 싶은데 날씨도 춥고 마땅한 공간도 없어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일반 멀티방보다 싸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창문도 가릴 수 있어서 장점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PC방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컴퓨터가 보이지 않았다. 카운터를 중심으로 양 옆에 방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지나가던 종업원을 붙잡고 이용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 종업원은 "카운터에 있는 비회원용 카드를 이용하거나 방에 들어가 컴퓨터로 회원가입을 하면 된다"며 "혼자 왔으면 1인실용, 둘이 왔으면 2인실용 대기표를 뽑고 자리가 나면 들어가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친구가 곧 온다고 말을 하고 10여 분간의 대기 끝에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2인실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으며 접이식 간이 매트리스와 창문을 가릴 수 있는 블라인드, 성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작은 샤워부스가 딸려있었다.


컴퓨터를 켜고 회원가입을 하려하자 종업원이 기자를 말리며 "비회원용 카드로 이용하는 게 더 좋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유는 곧 드러났다.

자리에 앉기 위해 매트리스를 옆으로 치우자 쓰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콘돔과 휴지뭉치가 나왔다. 키보드와 컴퓨터 본체 사이에서도 콘돔이 발견됐다. 성관계의 흔적이 엿보였다.

문을 열고 종업원을 불러 "청소년도 출입 가능한 업소가 아니냐? 정서상 안 좋을 것 같은데"라고 운을 떼자 이 종업원은 "말도 마라. 최근 중·고등학교가 방학을 해서 학생커플의 이용이 대폭 늘었다. 방금 이 방에서 나간 커플도 고등학생 커플이다"고 말했다. 

종업원과 얘기를 하는 와중에 기자가 입실한 옆방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입장했다. 20여 분이 지난 뒤 이 커플의 방에서 커다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소리는 옆방에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으며 1시간가량 이어졌다. 음악소리가 멈추고 그 커플은 방을 빠져나와 계산을 하고 빠르게 계단을 통해 사라졌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 기자는 종업원의 눈을 피해 그들이 이용했던 방에 들어가 봤다.

들어선 방은 후텁지근했다. 샤워실에서 식지 않은 수증기가 실내로 유입되고 있었고 역시 방 이곳저곳에서 휴지와 콘돔 등이 발견됐다.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하곤 한다"는 종업원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 것. 시간당 2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치르고 가게를 빠져나오는 기자의 옆으로도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커플들이 여럿 지나갔다.


고등학생도 출입하는데
널브러진 콘돔과 휴지뭉치

같은 날 밤 10시, 기자는 서울 서대문구의 또 다른 변종 PC방을 찾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커플들이 있었다.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한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한눈에 봐도 10대로 보이는 한 커플이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주민등록증 검사를 담당한 업주에게 "어려 보이는데 의심이 가지 않냐"고 물었다. 이 업주는 "겉모습이 어려 보여 주민등록증 제시를 요구해 검사를 했지만 90년생이었다"며 "주민등록증을 조작해서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고 해서 더 자세하게 보긴 하지만 진짜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해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흡연·음주는 기본
커플 아니면 입장불가

PC방 내부를 둘러봤다. 이제 막 이용을 끝내고 비워진 것으로 보이는 한 방에는 소주병과 맥주병, 담배꽁초 등이 여기저기 널려있었고, 또 다른 방에서는 역시 다 쓰고 버려진 콘돔과 휴지 등이 발견됐다. 성관계뿐만 아니라 흡연과 음주까지 하는 듯 했다.

밤 12시께 피시방을 떠나는 한 커플과 얘기를 나눠봤다.

기자의 예상대로 이들은 고등학생 커플이었다. 근처 모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는 김군에게 청소년 출입불가 시간인데도 어떤 방법으로 입장했는지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김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김군의 말에 따르면 각 반마다 주민등록증을 위조할 수 있는 친구들이 한 명씩은 있으며 얇은 핀이나 문구용 칼, 면도칼 등으로 주민등록번호를 긁어 숫자를 감쪽같이 바꿀 수 있다. 김군은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을 돌려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당국의 허술한 단속을 비웃는 듯 했다.

한편 커플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는 PC방도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커플전용PC방'이다. 이 PC방은 반드시 남녀커플일 필요는 없지만 처음 입장 시에 두명이 아니면 애초에 입장이 불가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 100대가 모두 커플석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개개인 칸막이와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나름대로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여자들끼리 앉아 있는 좌석도 눈에 띄었으나 대부분이 남녀 쌍쌍이었다.

손님이 내부에 있으면 커튼 위쪽에 달린 입실 조명이 켜지기 때문에 서로 민망한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커플은 "다른 PC방은 공간이 트여 있어 얘기를 나누기 불편하지만 이곳은 다르다"며 "좁긴 하지만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다"고 말했다.

커플전용PC방이 인기를 끌자 아예 예약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어 기본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을 정도이며 간혹 연인들끼리 싸움도 일어난다고 한다.

겉은 'PC방' 속은 '모텔' 청소년 출입 가능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문 청소년들 성관계까지

이처럼 변종PC방은 청소년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멀티방 같은 경우에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설기준'에 따라서 바깥에서 안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해야 하지만 변종PC방은 일반 인터넷 PC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런 법망도 우습게 피해갈 수 있다. 또한 멀티방은 지난 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청소년들의 출입이 제한될 전망이지만 변종PC방은 단속에 대한 근거가 마땅치 않다. 사업자등록도 '인터넷 PC방'으로 되어 있거나 아예 등록도 하지 않은 업소도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밤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이나 일반 PC방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의 이용을 제한한다고는 하지만 업주들의 신분증 검사나 경찰의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신분증 검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청소년들이 변종PC방을 이용 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어 보인다. 비밀이 보장되는 독립된 공간이다 보니 청소년들은 흡연이나 음주는 물론 성관계까지 맺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실태를 파악해 보겠다.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 있으면 신고해 달라"며 아직 사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출입제한시간?
“우스운 얘기”

세상 어느 것도 허점이 없는 것은 없다. PC방에 대해서도 국가차원에서 규제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범위가 크다보니 조금만 변칙적으로 운영을 해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다. 애매한 법망을 피해 청소년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이런 변종 업소에 대한 확실한 단속과 처벌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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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