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문제의 테두리 못 벗어나면 해답 멀어질 수도
학술 아카데미 여성동문, 자문 위해 찾아와

“나는 그 약사 분에게 채무자의 사정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할 수가 있으니 경매진행을 결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서 단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네. ‘얻으려면 버려라’는 말처럼 큰 것 을 취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 그 오 사장이라는 채무자가 ‘합의를 볼 수 없다.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 경우, 약사 분에게는 돈 한 푼 받지 못해도 좋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하며 상대방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라고 했지. 그래야 상대방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실리를 쫓아 합의 제안을 할 것이 아닌가?”

“그 후에 돈은 받았데?”
결과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다그치듯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놀리듯 웃으며 반문했다.
“자네가 문제를 내놓고 나한테 되물어보면 어째. 눈치로 본께 틀림없이 성공했겠구먼. 원금은 받았는가?”

“물론이네. 그 약사 분에게 이틀 후인가 전화 연락이 왔다네. 법무사를 찾아가 경매진행을 속행해 달라고 의뢰 하였다는 거였네. 그 후 두 달쯤 지났을까. 그 약사 분이 자신의 부인을 모시고 찾아왔다네.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경매를 진행하자 채무자가 처음에는 ‘이럴 수가 있느냐!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을 거다’하면서 방방 뜨더라는 거야. 그래서 ‘까짓 거 먹지 못해도 끝까지 고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얼마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에 합의 제안이 들어와 원금만 받고 경매취하를 해주었다는 거였네.”

“야, 정말 기막히구먼. 그분들이 자네에게 엄청 고마워했겠구먼.”
“하하, 말도 말게. 그 약사부부께서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네 약국에서 만든 보약을 지어와 업무에 피곤할 때마다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주지 뭔가.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노인들 정성이니 받으라고 하시며 사무실에 두고 가셨다네. 그러니 어쩌겠나. 노인분들 성의도 있고 해서 사무실에 두고 결혼한 남직원들과 나눠 먹었다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말짱하지 않는가?”

하하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내가 말하자 친구가 따라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이사람 농담은. 그때가 언젠데, 약기운이 날아갔어도 벌써 태평양은 건너  갔것네.”
우리는 잠깐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어떤가. 내가 조언했던 이 사례가 마음에 드는가?”
“물론이제, 우리같이 애매모호하게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적 사례가 될 것이여.”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결정을 할 텐가?”

지연술로 난관을 돌파하라


“아따! 뭐 결정하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는가? 그 약사 분처럼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우리 역시 일억원이 넘는 돈을 날릴 것인가 아니면, 경매비용을 날릴 것인가 둘 중에 판단 해야제. 직원들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경매진행을 하라고 할라네.”
“아무튼 정 상무 자네 지위도 있고 하니,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의뢰할 법무사와 잘 상의해서 진행하기 바라네. 부디 성공하시게. 자아, 이쯤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세. 이거 벌써 깊은 산 옹달샘에서 개구리들 음악잔치가 벌어지는 것처럼 내 뱃속이 영 말이 아니네.”

“그러제, 어서 가세. 오늘은 내가 식사를 사께.”
“아, 이 친구 밥만 사면 쓰것는 감? 술도 한잔 사야지 안 그래? 하하하……”
그렇게 친구와 나의 해후는 즐겁고 통쾌하게 밤늦도록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대게 어떠한 문제에 꼬이다보면 문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문제 속에서 해답만을 찾기 위해 매달리다보니 더욱 해답과 멀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에 가까이 접근하기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나 비켜 선채로 그 꼬인 문제를 바라보면 쉽게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항상 어느 한 단면만을 보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면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봄날, 따스한 봄볕이 창을 통해 싱그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나른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봄이었다. 오후가 되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창가로 가서 반쯤 닫혀 있는 버티컬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자 갑자기 사무실 안이 환해지면서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밀려들었다. 거리를 내려다보니 많은 행인과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봄 햇살에 한층 생동감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책상 위의 인터폰 벨이 조용한 오후를 노크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이사님! 지금 아카데미 동문이신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여직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래, 누구시지? 들어오시라고 해요.”
통화를 끝내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문 쪽으로 막 걸어가는데, 문이 열리면서 오래전 함께 다녔던 모 학술 아카데미 여성동문인 차 사장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임 이사님, 안녕하세요?”
“어, 차 여사께서 어쩐 일이세요?”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하며 그동안 어찌 지냈냐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위지만 서로 반말과 경어를 섞어가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기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는데, 다시 강북으로 건너가 다른 업종의 사업을 하기 위해 뭔가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하며 자문을 받기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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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