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장수마을의 꿈’

달동네 골목골목에 꽃이 피니 무지개가 뜨더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국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은 먹고 살 길을 찾아 서울로 찾아 들었다. 가난한 이들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조금 더 싼 집을 찾아 달동네로, 변두리에 터를 잡았다. 산비탈의 빈터였던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서울성곽 아래에도 집들이 하나 둘 돋아났다. 그로부터 40여 년. 낡아버린 추억을 털어내듯 많은 달동네들이 재개발에 떠밀려 자취를 감췄다. 으리으리한 아파트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성곽아래 위치한 ‘장수마을’은 세월의 흔적을 품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장수마을의 골목골목 사이로 주민들의 꿈이 익어가고 있었다.

7년째 진척 없는 재개발 ‘주민들 스스로’ 가꿔나가
골목정원 만들기, 벽화그리기, 빈집 고치기 등 활동

장수마을은 낙산자락의 서울성곽을 등지고 미아리 방향의 가파른 비탈에 자리 잡은 작은 달동네다. 주택 대부분이 40~5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며, 3평 미만의 쪽방 가옥들이 매우 많다.

산언덕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탓에 도로는 좁고 가파르며, 보행환경 역시 매우 열악하다. 천과 돌로 엉성하게 얹힌 지붕, 갈라진 외벽, 도시가스는 인입되지 못하는 등의 기반시설이 미비하여 한눈에 봐도 주거지 정비 사업이 절실한 곳이다.

현재 장수마을엔 150채 31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지막 달동네
그리고 재개발의 그늘

장수마을은 지난 2004년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계획에 따라 재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숨을 고르며 올라야 할 만큼 고지대에 있는데다가 마을 양쪽에 자리한 서울성곽, 삼군부총무당 등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일반적인 재개발 예정구역과 비교해볼 때 용적률과 층수의 제약조건이 많다.

산비탈의 높은 경사도와 층수 제한으로 인해 충분한 건축면적을 확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반 분양분이 거의 나올 수 없어 분담금을 낮출 수 없고,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토목공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52년째 장수마을에 살고 있는 김용주(59·남)씨는 “2004년에 일부 주민들끼리 모여 추진위 구성을 시도하고, 조합원 분담금 경감을 위해 7층 이하의 층고제한을 12층까지 요구했으나 실패했다”면서 “2006년 이후로는 포기상태로 주민들의 재개발 관련 활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민간투자자들 역시 손을 놨다. 고층아파트를 지어 개발이익이 남아야 시공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조합설립추진위원회도 구성하고 구역지정을 위한 노력도 가능하지만 장수마을은 일부만 7층 정도의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가능성이 낮다.

장수마을의 또 하나의 난제는 바로 체납된 국공유지 변상금(토지점용료)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60~70년대에 빈땅, 싼집을 찾아 이곳으로 흘러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다.

빈터를 찾아 지은 집들이니 구역 내 64.3%가 국공유지에 대한 불법점유상태이고, 92년도부터 사용료 부과정책에 따라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다. 최근에는 공시지가가 많이 올라서 1년에 300만원~600만원 정도의 변상금이 부과되고 있고, 주민의 대부분이 체납하고 있는 상태다. 

자기 땅을 갖지 못하고 국공유지 무단점유자로서의 고단한 삶이 50여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마을 주민 김성녀(59·여)씨는 “좁은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둘이 살고 있는데 1년에 변상금이 몇 백만 원씩 나온다. 그마저도 안내면 집으로 딱지가 날아오는데 미칠 지경이다”라며 “50년간 살아온 땅인데 갑자기 불법거주라며 변상금을 물리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건축물은 등기가 돼 있어 불법 상태는 아니지만 토지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의 신축, 증축, 개축은 불가하며, 개보수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어떠한 정비방식을 선택하더라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공유지를 불하받아야 하지만, 노인가구가 많고 소득 100만 원 이하인 가구가 40%에 달하는 장수마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이홍분(76) 할머니는 말은 가슴에 와 닿았다.

“나 살아있을 동안만이라도 그냥 이대로 놔뒀으면 좋겠어. 혼자 사는 노인이 돈도 없고 갈 곳 도 없는데 쫓겨날 바에야 재개발이고 뭐고 난 안 되는 게 나아. 사람 사는 게 이렇게 힘들어…. 나이가 들어도 방 한 칸 가지고 산다는 게 이렇게 복잡해.”

사람·동네·골목·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그렇게 7년이 지났다. 언제 헐릴지 모를 ‘죽은 동네’로 불리던 장수마을엔 어두운 그림자 대신 새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장수마을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생활여건을 개선해 나가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 나가고자 한 것이다.

그 첫 번째가 ‘텃밭 가꾸기’이다. 마을 주민들은 집집마다 옥상이나 담벼락, 길모퉁이를 가리지 않고 자투리 공간마다 화단을 만들거나 화분을 놓아 화초를 가꿨다.

쓰레기로 방치됐던 공터를 치우고 장미덩굴을 심었다. 주민들은 땅 한 뼘도 그냥 놀리지 않고,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어 농사를 지었다. 재개발예정지가 되면서 급속도로 황폐해진 마을에 ‘다시 이곳을 가꾸고 살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였다.

이외에도 장수마을 주민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 골목 디자인에 대해 논하고, 직접 집수리를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장수마을 골목 곳곳을 어떻게 가꿔나가면 좋을지, 주민쉼터는 어떻게 가꿀지 등에 대해 토론하는 한편, 계절이 바뀔 때면 이를 대비해 집수리 교실에서 그 대비법을 배우고 실습하는 시간도 가졌다.

외부의 도움으로 ‘희망의 벽화 그리기’도 진행됐다. 한성대 예술대학 소속 학생 100여명이 장수마을의 담벼락과 계단에 그림을 그리는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학생들은 주민의 의견을 묻고서 ‘꿈을 그리는 나무’ ‘동심’ ‘포도 넝쿨’ 등을 주제로 20여 가구 담벼락 등에 벽화를 그렸다.

낡고 위태로운 환경 개선하여 사람 사는 동네로~
“낡았다고 엎어버리는 행태에 경종 울리는 장소되길”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에는 장수마을의 경사가 심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다양한 집의 생김새, 벽화를 찾아 많은 관광객이 찾아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올해 초에는 성북구로부터 장수마을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수마을 대안개발연구회의 박학룡씨가 ‘동네목수’라는 마을기업을 만들어, 건설업 일용직을 하던 주민들을 고용해 마을 보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장수마을의 ‘동네목수’는 방치된 빈집을 고쳐서 새로운 보금자리로 만들고, 수리가 필요한 집을 고치는 등 동네 곳곳을 가꿔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성북구 관계자는 “난관에 봉착해 있던 장수마을의 재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주민 주도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히며 “주거환경이 열악한 장수마을의 독거노인, 저소득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우선 대상으로 집수리사업을 전개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로 했으며 나아가 벽화사업, 상자텃밭 운영 등을 통해 주민주도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북구 장수마을은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등 개발위주의 사업이 아닌 주민주도의 사업 시행을 통해, 원주민이 안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마을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꿈꾸다

옥탑으로 올라가는 좁디좁은 계단, 주황빛 빨랫줄에 나란히 걸어놓은 옷가지들,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

장수마을은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직도 시골의 정취와 인정이 남아 있는 곳이다.

휴일이면 골목골목 집집마다 문을 열어 놓고 한 집처럼 서로 왕래하고, 길가 나지막한 옥상에는 이 집 저 집 빨래를 같이 널기도 한다.

여든이 넘은 할머니는 환갑이 넘은 할머니가 이 마을로 시집올 때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할머니가 시집올 당시 중학생이던 옆집 아이는 지금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누님 동생하며 식구처럼 지낸다.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누구 집 자식이든 친손자처럼 너나없이 보살펴주고 떠돌이 개와 고양이에게도 모두가 주인이 되 주는 곳. 이것이 장수마을의 풍경이다.

분명 장수마을이 사람이 살기에 낡고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엔 따뜻하고 투박한 손길이 있고, 켜켜이 쌓아온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다. 연출로는 결코 모방할 수 없기에 그냥 이대로 장수마을을 남겨두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수익성 문제로 재개발이 지연되는 틈을 타, 장수마을엔 주민들의 꿈과 함께 희망이 피어오르고 있다.

장수마을의 이런 변화가 마을을 갈아엎고 살던 사람을 ?아내는 개발의 시대에 경종을 울려 낡고 허름한 동네도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천천히 고쳐나가면 더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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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