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왕따’에 멍든 대한민국

‘따돌림’에 피눈물…“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달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 사는 중학생 K(14)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이후 K군의 유서4장이 공개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K군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폭력의 실상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면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K군의 죽음으로 우리는 학교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싹틈과 동시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절망했고 분노했다.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구 자살 중학생 파문으로 본 학교폭력 실태 ‘경악’
한국 왕따, 일본 이지메보다 가혹행위 잔인하고 악독

“죄송해요.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지만 제가 살아 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릴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교 2학년 K군의 애절한 유서가 공개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K군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력과 협박, 인간 이하의 모욕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라디오 선을 목에 휘감은 채 끌려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야 했고, 물로 고문당하고, 단소로 맞아가며 친구들의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대신해야했다. 주위에선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이 왜 만날 돈을 요구 하는지, 왜 게임을 유독 많이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지, 집안음식이 없어지는지 등 자신이 집단 괴롭힘을 받는다고 말하지 못했다. 뒷감당이 무서워서였다.

결국 14살 아이가 선택한 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고통 받는 아이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책을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던 대전의 여고 1년생 A(16)양의 최근 동영상도 충격 그 자체였다.

뒤늦게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몇 번 머뭇거리다 결국 옥상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그리곤 세상을 등졌다. 왕따(집단 따돌림)가 원인이었다. A양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 무척 힘들어했으며, 숨지기 이틀 전에는 반장과 담임교사를 찾아갔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이 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25층 옥상에서 중학교 2학년 B(14)양이 투신했다. B양은 옥상으로 올라간 지 약 10분 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조사결과 B양은 ‘그룹 내 왕따’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밝은 성격으로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또래 사이에서도 적극적이었지만, 친구들과 오해가 생기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B양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인터넷 채팅공간에서도 소외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는 등 따돌림이 계속되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작년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 수는 2005년 4567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배가 넘는 1만3748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벌인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집단 괴롭힘을 대부분의 학교는 물론 부모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학교폭력이 지능적이고, 갈수록 집요하고 잔인해진다는 방증인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 문화가 한국으로 전염된 뒤 세계에 유례가 없고 일본 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목격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보복이 두렵거나,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못 본 척한다. 학교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OO셔틀 시대~”
이기적인 문화 ‘아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뿐만 아니라 ‘빵셔틀’(빵 심부름하는 것), ‘일진따’(왕따 중의 왕따), ‘신발셔틀’(신발가방 들어주는 것) 등의 용어들이 일상어로 사용된다. 빵셔틀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다.

심지어는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자신을 고2 빵셔틀’이라고 소개한 C양은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의 심부름을 ‘내꺼 사먹으러 간 김에 사와야지’라는 생각에 싫은 티 안내며 해줬더니 그게 반복이 됐고,  다른 반으로까지 퍼져 다른 반 학생들까지 심부름을 시켰다”며 “나중에 되니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친구들 심부름을 다녀야 했고 반 친구들까지 날 보면서 ‘빵돌이다~빵사오는길이냐?’며 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끝날 줄 알았던 ‘악몽’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한 친구가 고등학교에 “쟤~우리학교 빵셔틀이었어”라는 소문을 내면서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되는 D군은 중학교를 다니던 내내 돈 셔틀, 담배셔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D군보다 1살 많은 선배들은 D군에게 “담배를 구해와라” “하루에 친구들끼리 합쳐서 20만원을 모아와라”고 요구했고, 지시사항을 달성하지 못하면 맞아야 했다.

D군은 방학때도 형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친구들과 알바를 해야 했다. 정말 친한 친구는 옥상에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은어의 일상화’ 현상은 따돌림 현상이 10대들의 보편적 문화현상이나 키워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면서 폭력물에 대한 노출, 가정과 학교의 붕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학교 폭력이 점차 잔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왕따는 인성 파괴를 넘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중대 범죄임에도 가해 학생들은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나밖에 모르고 사는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군 사건에서도 K군을 폭행한 학생들 역시 “장난 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학교에 왕따가 만연하고 이를 제어할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해법은?
소통과 관심이 중요…

전문가들은 왕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통의 핵심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의하달식도 피하며, 서로 간에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도 결국 왕따와 함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피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소통의 공간이 있음을 알려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왕따가 발생하면 학교는 물론 사법당국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피해 학생에게는 신고하면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가해 학생은 잘못을 반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빵셔틀, 일진따 등 ‘은어의 일상화’가 문화로 자리잡아
“소통의 중요성” “왕따는 범죄”라는 인식 뿌리 내려야


또 전문가들이 교사가 관심만 갖고 관찰하면 피해 학생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만큼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왕따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가 대상이 되는 만큼 교사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는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누군지, 특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학생이 없는지, 소매 사이로 멍 자국이 보이는지 등을 살펴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교사로까지 연결해 조치를 취하는 체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상담교사도 늘려서 학생들을 촘촘히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눈에 보여야만 해결하는 식의 사후처리 대안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 ‘핀란드 키바 학교의 역할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역할극을 하는데 학생들은 돌아가며 ‘왕따’ 역할을 한다. 간접적인 왕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또 나머지 학생들은 왕따 학생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간다.

지난해 핀란드 학교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조사 결과 5000여 명의 아이들을 왕따 위험에서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이제 낡은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땜질식 처방들을 버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때이다. 사건 직후 반짝 난리를 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선 안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의 유서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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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