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왕따’에 멍든 대한민국

‘따돌림’에 피눈물…“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지난달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에 사는 중학생 K(14)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었다. 이후 K군의 유서4장이 공개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K군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폭력의 실상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밝혀지면서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K군의 죽음으로 우리는 학교폭력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싹틈과 동시에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지 절망했고 분노했다. 우리의 자녀들, 우리의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구 자살 중학생 파문으로 본 학교폭력 실태 ‘경악’
한국 왕따, 일본 이지메보다 가혹행위 잔인하고 악독

“죄송해요.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지만 제가 살아 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가족을 기다릴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교 2학년 K군의 애절한 유서가 공개돼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K군은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같은 반 친구들에게 폭력과 협박, 인간 이하의 모욕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라디오 선을 목에 휘감은 채 끌려 다니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어야 했고, 물로 고문당하고, 단소로 맞아가며 친구들의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대신해야했다. 주위에선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자신이 왜 만날 돈을 요구 하는지, 왜 게임을 유독 많이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지, 집안음식이 없어지는지 등 자신이 집단 괴롭힘을 받는다고 말하지 못했다. 뒷감당이 무서워서였다.

결국 14살 아이가 선택한 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고통 받는 아이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절박함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책을 안은 채 안절부절못하던 대전의 여고 1년생 A(16)양의 최근 동영상도 충격 그 자체였다.

뒤늦게 공개된 동영상에서 그는  몇 번 머뭇거리다 결국 옥상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그리곤 세상을 등졌다. 왕따(집단 따돌림)가 원인이었다. A양은 일부 학생들로부터 오랫동안 왕따를 당해 무척 힘들어했으며, 숨지기 이틀 전에는 반장과 담임교사를 찾아갔으나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이 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25층 옥상에서 중학교 2학년 B(14)양이 투신했다. B양은 옥상으로 올라간 지 약 10분 뒤 유서도 남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조사결과 B양은 ‘그룹 내 왕따’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밝은 성격으로 부반장을 맡을 정도로 또래 사이에서도 적극적이었지만, 친구들과 오해가 생기면서 사이가 틀어진 것이다. B양은 친구들과 함께하던 인터넷 채팅공간에서도 소외되고,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는 등 따돌림이 계속되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작년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 수는 2005년 4567명이었으나 작년에는 3배가 넘는 1만3748명으로 증가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벌인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랫동안 지속된 집단 괴롭힘을 대부분의 학교는 물론 부모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학교폭력이 지능적이고, 갈수록 집요하고 잔인해진다는 방증인데,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 문화가 한국으로 전염된 뒤 세계에 유례가 없고 일본 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목격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보복이 두렵거나, 왕따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까 못 본 척한다. 학교 안전망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셈이다.

“OO셔틀 시대~”
이기적인 문화 ‘아찔’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는 왕따뿐만 아니라 ‘빵셔틀’(빵 심부름하는 것), ‘일진따’(왕따 중의 왕따), ‘신발셔틀’(신발가방 들어주는 것) 등의 용어들이 일상어로 사용된다. 빵셔틀은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수송비행선의 이름과 빵을 조합한 신조어다.

심지어는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다.

‘자신을 고2 빵셔틀’이라고 소개한 C양은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같은 반 친구의 심부름을 ‘내꺼 사먹으러 간 김에 사와야지’라는 생각에 싫은 티 안내며 해줬더니 그게 반복이 됐고,  다른 반으로까지 퍼져 다른 반 학생들까지 심부름을 시켰다”며 “나중에 되니 점심시간에 밥도 못 먹고 친구들 심부름을 다녀야 했고 반 친구들까지 날 보면서 ‘빵돌이다~빵사오는길이냐?’며 놀리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곤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끝날 줄 알았던 ‘악몽’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한 친구가 고등학교에 “쟤~우리학교 빵셔틀이었어”라는 소문을 내면서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되는 D군은 중학교를 다니던 내내 돈 셔틀, 담배셔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D군보다 1살 많은 선배들은 D군에게 “담배를 구해와라” “하루에 친구들끼리 합쳐서 20만원을 모아와라”고 요구했고, 지시사항을 달성하지 못하면 맞아야 했다.

D군은 방학때도 형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친구들과 알바를 해야 했다. 정말 친한 친구는 옥상에서 자살시도까지 했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은어의 일상화’ 현상은 따돌림 현상이 10대들의 보편적 문화현상이나 키워드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면서 폭력물에 대한 노출, 가정과 학교의 붕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해 학교 폭력이 점차 잔인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왕따는 인성 파괴를 넘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중대 범죄임에도 가해 학생들은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얼마 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다양한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나밖에 모르고 사는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K군 사건에서도 K군을 폭행한 학생들 역시 “장난 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진술해 충격을 줬다. 그만큼 학교에 왕따가 만연하고 이를 제어할 시스템은 전무하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해법은?
소통과 관심이 중요…

전문가들은 왕따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통의 핵심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의하달식도 피하며, 서로 간에 존중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그리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도 결국 왕따와 함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피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소통의 공간이 있음을 알려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왕따가 발생하면 학교는 물론 사법당국이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피해 학생에게는 신고하면 문제가 잘 해결된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가해 학생은 잘못을 반성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빵셔틀, 일진따 등 ‘은어의 일상화’가 문화로 자리잡아
“소통의 중요성” “왕따는 범죄”라는 인식 뿌리 내려야


또 전문가들이 교사가 관심만 갖고 관찰하면 피해 학생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는 만큼 무엇보다 일선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왕따는 저항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가 대상이 되는 만큼 교사들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는 공부만 가르칠 게 아니라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누군지, 특별히 기운 없어 보이는 학생이 없는지, 소매 사이로 멍 자국이 보이는지 등을 살펴 담임교사에게 알리고 상담교사로까지 연결해 조치를 취하는 체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의 잡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상담교사도 늘려서 학생들을 촘촘히 살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눈에 보여야만 해결하는 식의 사후처리 대안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와 관련 ‘핀란드 키바 학교의 역할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한 중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역할극을 하는데 학생들은 돌아가며 ‘왕따’ 역할을 한다. 간접적인 왕따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고통을 공감하고, 또 나머지 학생들은 왕따 학생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해 나간다.

지난해 핀란드 학교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은 조사 결과 5000여 명의 아이들을 왕따 위험에서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도 이제 낡은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땜질식 처방들을 버리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울 때이다. 사건 직후 반짝 난리를 치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선 안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의 유서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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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