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대담]임진년 희망 전하는 박희태 국회의장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 받는 국회 만드는 데 힘 쓰겠다”

[대담 정리=이주현 기자] 다사다난 했던 신묘년(辛卯年)이 저물고 임진년(壬辰年)이 밝아오고 있다. 지난해보다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 할 것이라는 희망을 안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국민 모두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득 안고 밝고 활기찬 한 해가 되기를 너나 할 것 없이 바라고 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한 박희태 국회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 대담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서울 G20국회의장회의 성공적 개최 자랑스러워”
한미FTA 비준안 “직권상정에 대해선 매우 유감”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2011년 한 해를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서울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함은 물론, 비록 철회하긴 했지만 국회의장으로서 57년 만에 법안 발의를 하기도 했다.

18대 후반기 국회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온 박 의장은 서민들의 편에서 그들의 고충을 직접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서민을 위한 국회의장’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박 의장은 <일요시사>와의 신년특집대담에서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남은 임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18대 국회에서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약 4분의 3의 임기를 수행하셨는데 그간의 소회가 어떠신지요.
▲ 검사로서 22년, 국회의원으로서 23년 동안 바쁘게 살아왔지만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참으로 분주하게 보낸 것 같습니다. 16대에 이어 두 번째 당 대표를 맡았고, 양산 주민들의 도움으로 6선 의원이 되어 현재는 국회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조직에서 최고봉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화(和)’의 길을 걸어 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화는 단순한 화합을 넘어서는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융화, 차이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존의 정신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화의 경지에 보다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늘 그랬듯 최근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이 인식이 썩 좋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할 ‘민의의 전당’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해결방안으로 염두에 둔 바가 있으신지?
▲ 나라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신뢰라 생각합니다. 일찍이 공자님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을 신(信)’자 하나라고 했습니다. 신뢰가 없으면 무너지고 말지요. 따라서 국회다운 국회, 법대로 국회,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대결하는 국회, 싸움보다는 타협의 장이 되는 국회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이 의장 직권상정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결심한 배경과 입장을 밝히신다면?
▲ 한미 FTA 비준안이 여야 간 합의처리가 되지 못하고 직권상정 되었다는 점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와 수없이 만나고, 대통령까지 국회로 오시게 해서 타협안을 마련하려고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을 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한나라당이 연이은 재보선 패배 후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습니다. 당 쇄신안을 놓고 탈당하는 의원까지 속출했고 결국은 박근혜 전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선배 정치인으로서 조언을 하신다면?
▲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무조건 ‘갈등이다’ ‘대립이다’ 이렇게 보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생명이지요. 현재의 상황이 겉으로는 분열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일치단결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의 명대변인으로 꼽히셨는데, 오랜만에 대변인 시절로 돌아가 현재 정치권을 논평해 보신다면?
▲ ‘선 국사 후 당사(先 國事 後 黨事)’의 자세로 여야 의원 모두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국회 역사상 가장 큰 국제행사로 기억되는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G20국회의장회의를 치르며 느끼신 점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요?
▲ 대한민국의 국격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게 신장했다는 점입니다. 서울 국회의장회의의 개최도 오타와 국회의장회의에서 주요국 의장들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주어 자연스럽게 유치하게 된 것입니다. 작금 세계가 대한민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세계의 도로에 우리의 자동차가 달리고, 세계인의 가정 곳곳에 우리 가전제품이 가득 차 있으며, 세계인들의 손에는 우리의 핸드폰이 들려 있지 않습니까. 저 넓은 오대양에는 우리가 만든 배들이 가득 떠다니는 등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하는 나라로, 국제질서를 따르던 나라에서 국제질서를 만드는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서울 G20국회의장회의가 남긴 의미와 역사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먼저 G20 정상회의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국 의회에서 법제화되고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주요국 의장들이 모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지구촌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또한 이번 서울 국회의장회의에서는 정례화의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국회의장회의가 국제현안을 논의하는 주요 거버넌스([governance] 국가경영 또는 공공경영)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회의 의원외교 역량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세계대진출’에 있어 국회가 든든한 레일을 놓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 의장 취임 이후 줄곧 국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경이 궁금한데요?
▲ 현재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심지어 비정규직 여직원의 경우에는 1~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기에 안심하고 2세를 가지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된 직후 국회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 국민들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는데 앞장서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실시한 이러한 조치들이 최근 다른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도 파급되기 시작해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위해 노력 “보람 느껴”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최근 한국 영해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이로 인해 해경 한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민들은 극심한 비난에 나섰고 한·중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조업이 허락된 중국어선은 연간 1700여 척, 허가 어획량은 6만5000톤 정도이지만 실제 불법조업 어선 수는 20만 척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이제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은 전투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다각적이고 단호한 재발방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한·중 간에 최악의 분쟁요인이 될 위험성이 큽니다.


- 한국경제발전에 큰 공헌을 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얼마 전 별세하셨습니다. 고인과 각별한 인간관계를 쌓아 오신 것으로 압니다만?
▲ 그렇습니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제가 대변인직을 수행 할 때 대표(민정당)로, 또 최고위원(민자당)으로 모셨지요. 많은 사랑도 받았고 격려도 받았는데 아무 보답도 못 했던 것이 여러 가지로 죄송스럽습니다. ‘철강왕’이신 박 명예회장처럼 의지와 창의력, 끈질긴 노력을 후세들이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박 명예회장이 만든 용광로에 여야가 함께 들어가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도 큽니다.


-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북한으로 하여금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북한이 세계와 맺은 약속인 비핵화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남북 간의 대화도 활성화 되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김 위원장 사망이 향후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 그거야 아직 알 수 없지요.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 치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뜻으로, 특히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난국을 이겨내겠다는 일치단결의 자세를 갖는다면 한반도에 평화를 더욱 공고히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 소망하시는 국회의장상은 어떤 것인지요?
▲ 국회는 원칙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의장이 국회운영과 관련하여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다만, 이런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오랜 의정경험을 바탕으로 의장이 중재를 해서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의원외교의 강화를 통해 국익에 도움을 주고 입법부의 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남은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 무엇보다 18대 국회를 잘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회다운 국회가 되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니다. <일요시사>와 애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요시사> 임직원 여러분 임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색깔 있는 신문’ ‘소리 나는 신문’ ‘향기 나는 신문’ 등 3대 취재편집 방향을 더욱 발전시켜 <일요시사>의 사세가 더욱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일요시사>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도 웃음과 행복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특히 <일요시사>가 각계각층의 훈훈한 미담을 더 많이 발굴해 우리 사회에 온기가 넘치게 해주시고 <일요시사> 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사기를 끌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박희태 국회의장 프로필>

2010.06~ 제18대 후반기 국회 의장
2009.10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7~2009.09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4.06 제17대 국회 부의장
2004.05~2008.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05~2003.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2.05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0.05~2004.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6.04~2000.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3.08 법률구조공단 이사
1993.02~1993.03 제42대 법무부 장관
1992.05~1996.04 제14대 국회의원
1988.04~1992.05 제13대 국회의원
1980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성동지청 부장검사
1966 청주지방검찰청 검사
1961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 1987 건국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1957~1961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 1957 경남고등학교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