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원나잇 스탠드 조장하는 퇴폐클럽 천태만상

헌팅 성공하면 모텔숙박권 준다고?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 겨울의 추위에도 식지 않는 열기를 자랑하는 곳이 있다. 바로 홍대, 강남 등의 클럽거리다. 이곳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야성을 이루며 근처 식당과 술집, 모텔 등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클럽은 이미 1990년대의 건전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술에 취해 부비부비를 하고 맘에 드는 여성을 꼬셔 하룻밤 즐기는 퇴폐적 이미지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업소에서 헌팅 성공 시 모텔숙박권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면서 이러한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초록색 팔찌 찬 여성, "어디 한번 꼬셔 볼까?"
클럽 이벤트 선정성 논란, 숙박권 제공 미끼

지난달 강남의 유명 클럽을 찾은 A씨는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클럽 안 수많은 남녀들이 부둥켜안고 있었던 것. 이 클럽은 이날 헌팅 성공 시 근처 모텔숙박권 제공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새벽 1시가 되자 숙박권을 제공하는 카운터 앞에는 수많은 남녀들이 뒤섞였고 그 중 다섯 커플에게 상품이 주어졌다.

불야성 홍대 카페거리

지난 10일 자정 무렵 기자가 찾은 홍대 앞 거리 역시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모든 클럽에서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흘러나왔으며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홍대의 유명 클럽들을 지나 골목길을 헤매던 중 유난히 남녀커플이 많이 보이는 한 클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미 클럽 안은 매캐한 담배연기와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느 클럽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춤을 추고 있는 여성들의 팔에 신호등을 연상시키는 팔지가 채워져 있었던 것. 팔찌는 빨간색·노란색·초록색이었고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듯했다.

취재 결과 빨간색 팔찌는 "춤만 추러 왔어요", 노란색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요", 마지막 초록색은 "저 오늘 집에 안가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등의 정지 주의 진행과 닮아 보였다.

이 클럽을 입장하는 여성들은 카운터에서 직원과 몇 마디 말을 주고받더니 각자에 해당하는 팔찌를 받아 손목에 착용했으며 한 눈에 보기에도 노란색과 초록색 팔찌를 찬 여성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 클럽을 찾는 남성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새벽 1시께 클럽을 찾은 이모(28·직장인)씨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고를 때 사소한 잔머리 싸움을 하지 않아도 돼 이 시스템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고, 함께 온 신모(27·직장인)씨는 "윤락녀가 아니어도 하룻밤 즐길 수 있는 여성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 외에 대부분의 남성들도 이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초록색 팔찌를 찬 여성들과 이 클럽을 방문하는 남성들 모두 하룻밤 즐길 상대를 물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처 다른 클럽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팔찌가 아닌 스티커, 도장 등 도구만 다르고 의미는 비슷했다.

강남의 일부 클럽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강남 인근의 여러 클럽에서 일을 했다는 한모(27·남)씨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한씨는 "홍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이태원 등 클럽이 집중돼 있는 지역은 사정이 비슷하다"며 "클럽 모임 관련 인터넷 카페에 공지를 올리고 하룻밤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씨는 또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클럽 근처의 모든 모텔은 방 구하기가 어렵다. 급만남으로 모텔까지 직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며 "일부 클럽은 근처 모텔과 방의 일부를 계약한 뒤 그것을 미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요일을 정해 여성 무료입장, 술 무제한 제공 등으로 클럽 내 여성비를 높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성들은 그 클럽에 모이게 된다"며 "술에 취한 여자들은 꼬시기도 쉽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씨는 "퇴폐클럽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하룻밤 즐길 상대를 찾기 위해 클럽을 방문한다. 남녀가 서로 합의하에 서로의 욕구를 해결한다는데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일부 선정적인 클럽 때문에 여타 정상적인 클럽의 이미지까지 퇴폐적으로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모텔과 공생하는 클럽

클럽문화가 한국에 첫 전파된 1990년대까지만 해도 클럽은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부 클럽에서 실시하는 선정적인 영업방식 때문에 이미지는 서서히 변질되기 시작했다.

최근 한 관광업체에서 실시한 외국관광객이 뽑은 한국의 즐길거리에도 클럽문화가 뽑혔다. 한국문화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클럽이 점차 퇴폐적이고 선정적으로 잠식되어 가는 만큼 단속이나 제재가 필요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겉으로 대놓고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클럽 관계자와 클럽손님들 모두 쉬쉬하고 있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적발을 하더라도 돈이 오가는 성매매가 아니기 때문에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