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당당한 소수’ 대학가에 부는 ‘동성애 바람’

“나도 대한민국 길바닥에서 ‘동성연애’ 하고 싶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동성애’는 어느새 우리 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챙피해>와 같이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거리낌 없이 안방극장을 드나들고 있고, 대학에서도 각종 동아리란 명목으로 활동하는 동성애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교적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대학이라는 공간이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이 기지개를 펴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심상치 않은 대학 내 ‘동성애 문화’에 대해 집중 취재해 봤다.

‘이반’ 동아리 대학마다 한 두 개씩…오프라인 활동도 활발
모임에서 서로 교제도 이뤄져…“문제는 우리 아닌 편견”

최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시에 반(反)동성애 작품이 출품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미대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 전공인 A씨가 전시한 ‘이성애 권장 반동성애 캠페인’이란 작품에서 시작됐는데, 이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 큐이즈측은 규탄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A의 작품이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대학가에 따르면 큐이즈와 같은 성적소수자 동아리가 대학마다 한 두 개씩 존재하고 이들은 과거 음지에서 활동한 것과 달리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성애 동아리만 40여개.

“나는 동성애자”
당당해진 대학생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23·여)씨와 김모(22·여)씨는 1년째 교제하고 있는 캠퍼스 커플이다. 고교시절 때부터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해온 이들은 교내 성적소수자 모임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교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교내에서 공공연한 캠퍼스커플(CC)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최근 대학 내에선 우리와 같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당당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사회악’이나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존한다”라며 “성소수자도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학가 동성애 모임은 서울대 ‘마음001(현재 큐이즈)’과 연세대 ‘컴투게더’ 등이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타 대학들에도 동성애자 모임이 차례로 만들어졌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도 생겼다.

연세대 한 관계자는 “물론 일방적인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 동성애 모임이 극히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모임 내에서 만나 공공연하게 연애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들의 편견 섞인 시선보다 혼자라는 막연한 외로움인 것 같다”며 “이런 이유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양지에 나와 당당히 자신을 밝히고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큐이즈’와 ‘컴투게더’ 외에도 고려대 ‘사람과 사람’, 중앙대 ‘레인보우피쉬’, 경희대 ‘이반모임’, 성균관대 ‘성퀴인’,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등이 성소수자를 위한 대학 내 모임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서로 교류는 자주 하지 않지만 외부 활동을 통해 만나 근황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들은 “동아리 내에서 만큼은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진 기분이 들어서 좋지만 학교생활에선 크게 달라진 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일반 사람들과 우리가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생각은 대학 내 성소수자들의 모임이 ‘그들만의 공간’이라는 것을 넘어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서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모임은 레즈비언들이 모인 이화여대의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이다. 변날은 정기적인 회의와 세미나를 통해 레즈비언과 성소수자 인권의식을 높이고 있다.

변날 활동가 하라(23·닉네임)씨는 “변날은 레즈비언의 모임을 넘어 인권운동을 하는 자치단위”라며 “학교를 벗어나면 아직 성소수자의 개념조차 낯설어 하거나, 또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우리(레즈비언)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변날의 가장 큰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날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레즈비언 문화제를 열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알려왔다. 또 지속적으로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대학모임(이하 차별금지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학기부터는 ‘다양성 하이high라는 강의실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차별금지모임이 주최한 ‘퀴어 스토리 in 캠퍼스’라는 행사에 참여해 성소수자 인권신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성소수자 운동’
‘테러’에 시달리기도…

그러나 대학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라씨는 “매년 문화제가 있을 때마다 변날에 대한 테러가 있어왔다”며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걸개가 학생들에 의해 찢기는 등 다양한 사건이 있어왔지만 그 중 가장 논란이 된 사건은 2009년 테러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로 등록되어 있던 ‘그레이트비전’이라는 기독교 동아리의 전 회장이 무지개 걸개를 도난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이 밝혀지면서 ‘변태소녀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변날을 지지하는 이화인들의 임시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전체 동아리 대표자회의를 통해 그레이트비전은 중앙동아리에서 제명됐다. 

하라씨는 “변날에 대한 호모포비아적인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지만 대체적인 학내 분위기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지지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라며 “그러나 문제는 입학 후 지금 4학년이 될 때 까지도 교내에서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것. 4년 전에도 타 학교에 비해 동성애를 많이 존중했고, 지금도 딱 그 정도다”라고 말했다. 

“당당한 소수로서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
“대학가 성소수자 인권 찾기”에 나선 동성애 학생들…


한 인권운동단체 관계자 역시 “사회·문화적으로 동성애 문화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큰 변화”라면서도 “한국사회에서 차별적 시선·고립감과 싸우는 동성애자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차이에 의한 차별과 배척의 시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소수자들 역시 피해의식 보다는 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학생 황모(25·남)씨는 “대학마다 성적소수자 동아리가 한 두 개씩 있다고 알고 있지만 편견과 무관심 속에 대부분 학생들이 존재조차 모르거나 관심 밖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이유로 일부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 내 동성애 관련 동아리는 특성상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인권?
‘인식 전환이 중요’

이어 그는 “학기 초 동아리 신입생 가두모집 기간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동아리방도 없는 동성애 모임이 있다고 들었다”며 “상대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대하다는 캠퍼스 안에서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길거리에서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연애할 수 있는 날이 올수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학 관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대학생 동성애 모임이 극히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대자보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가 하면 온라인카페 통해 비회원들도 이들의 주장과 활동을 알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기도 한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을 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수자들 역시 피해의식 보다는 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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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