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당당한 소수’ 대학가에 부는 ‘동성애 바람’

“나도 대한민국 길바닥에서 ‘동성연애’ 하고 싶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동성애’는 어느새 우리 곁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챙피해>와 같이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거리낌 없이 안방극장을 드나들고 있고, 대학에서도 각종 동아리란 명목으로 활동하는 동성애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비교적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대한 대학이라는 공간이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이 기지개를 펴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심상치 않은 대학 내 ‘동성애 문화’에 대해 집중 취재해 봤다.

‘이반’ 동아리 대학마다 한 두 개씩…오프라인 활동도 활발
모임에서 서로 교제도 이뤄져…“문제는 우리 아닌 편견”

최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시에 반(反)동성애 작품이 출품돼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미대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 전공인 A씨가 전시한 ‘이성애 권장 반동성애 캠페인’이란 작품에서 시작됐는데, 이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서울대 성소수자 동아리 큐이즈(QIS). 큐이즈측은 규탄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A의 작품이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대학가에 따르면 큐이즈와 같은 성적소수자 동아리가 대학마다 한 두 개씩 존재하고 이들은 과거 음지에서 활동한 것과 달리 온·오프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성애 동아리만 40여개.

“나는 동성애자”
당당해진 대학생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23·여)씨와 김모(22·여)씨는 1년째 교제하고 있는 캠퍼스 커플이다. 고교시절 때부터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해온 이들은 교내 성적소수자 모임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교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교내에서 공공연한 캠퍼스커플(CC)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최근 대학 내에선 우리와 같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당당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사회악’이나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존한다”라며 “성소수자도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학가 동성애 모임은 서울대 ‘마음001(현재 큐이즈)’과 연세대 ‘컴투게더’ 등이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여타 대학들에도 동성애자 모임이 차례로 만들어졌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이들을 위한 문화공간도 생겼다.

연세대 한 관계자는 “물론 일방적인 편견과 무관심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생 동성애 모임이 극히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모임 내에서 만나 공공연하게 연애가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들의 편견 섞인 시선보다 혼자라는 막연한 외로움인 것 같다”며 “이런 이유로 음지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양지에 나와 당당히 자신을 밝히고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큐이즈’와 ‘컴투게더’ 외에도 고려대 ‘사람과 사람’, 중앙대 ‘레인보우피쉬’, 경희대 ‘이반모임’, 성균관대 ‘성퀴인’, 이화여대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등이 성소수자를 위한 대학 내 모임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서로 교류는 자주 하지 않지만 외부 활동을 통해 만나 근황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들은 “동아리 내에서 만큼은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진 기분이 들어서 좋지만 학교생활에선 크게 달라진 점을 찾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일반 사람들과 우리가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생각은 대학 내 성소수자들의 모임이 ‘그들만의 공간’이라는 것을 넘어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앞장서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모임은 레즈비언들이 모인 이화여대의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이하 변날)’이다. 변날은 정기적인 회의와 세미나를 통해 레즈비언과 성소수자 인권의식을 높이고 있다.

변날 활동가 하라(23·닉네임)씨는 “변날은 레즈비언의 모임을 넘어 인권운동을 하는 자치단위”라며 “학교를 벗어나면 아직 성소수자의 개념조차 낯설어 하거나, 또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데 우리(레즈비언)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 변날의 가장 큰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날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레즈비언 문화제를 열며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알려왔다. 또 지속적으로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대학모임(이하 차별금지모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학기부터는 ‘다양성 하이high라는 강의실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상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차별금지모임이 주최한 ‘퀴어 스토리 in 캠퍼스’라는 행사에 참여해 성소수자 인권신장에 목소리를 높였다.

‘성소수자 운동’
‘테러’에 시달리기도…

그러나 대학 내에서도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 거부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라씨는 “매년 문화제가 있을 때마다 변날에 대한 테러가 있어왔다”며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걸개가 학생들에 의해 찢기는 등 다양한 사건이 있어왔지만 그 중 가장 논란이 된 사건은 2009년 테러였다”고 말했다.

당시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로 등록되어 있던 ‘그레이트비전’이라는 기독교 동아리의 전 회장이 무지개 걸개를 도난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일이 밝혀지면서 ‘변태소녀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변날을 지지하는 이화인들의 임시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전체 동아리 대표자회의를 통해 그레이트비전은 중앙동아리에서 제명됐다. 

하라씨는 “변날에 대한 호모포비아적인 사건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지만 대체적인 학내 분위기는 동성애자 뿐 아니라 이성애자가 아닌 다른 성소수자들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지지도 많이 해주는 편이다”라며 “그러나 문제는 입학 후 지금 4학년이 될 때 까지도 교내에서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는 것. 4년 전에도 타 학교에 비해 동성애를 많이 존중했고, 지금도 딱 그 정도다”라고 말했다. 

“당당한 소수로서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숨기지 않겠다”
“대학가 성소수자 인권 찾기”에 나선 동성애 학생들…


한 인권운동단체 관계자 역시 “사회·문화적으로 동성애 문화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큰 변화”라면서도 “한국사회에서 차별적 시선·고립감과 싸우는 동성애자의 삶이 근본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차이에 의한 차별과 배척의 시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아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소수자들 역시 피해의식 보다는 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학생 황모(25·남)씨는 “대학마다 성적소수자 동아리가 한 두 개씩 있다고 알고 있지만 편견과 무관심 속에 대부분 학생들이 존재조차 모르거나 관심 밖에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이유로 일부 학교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 내 동성애 관련 동아리는 특성상 음지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의 인권?
‘인식 전환이 중요’

이어 그는 “학기 초 동아리 신입생 가두모집 기간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동아리방도 없는 동성애 모임이 있다고 들었다”며 “상대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관대하다는 캠퍼스 안에서도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한국의 길거리에서 동성애자들이 당당하게 연애할 수 있는 날이 올수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학 관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대학생 동성애 모임이 극히 폐쇄적으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일부 대학의 경우 공개적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대자보를 학교 게시판에 붙이는가 하면 온라인카페 통해 비회원들도 이들의 주장과 활동을 알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기도 한다”면서 “이런 노력들이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전환을 시키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수자들 역시 피해의식 보다는 사회와의 소통 노력을 보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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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