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뒷담화] 빈털터리 된 방송인 A씨

“골칫거리 아내 감싸다 거지꼴 되겠네”

[일요시사=박상미 기자] "남들은 행복한 줄로만 알았지만, 속은 곪아가고 있었어요." 연예인의 복잡한 가정사는 주부 시청자들이 주를 이루는 평일 오전 프로그램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류다. 겉으로는 번지르르해 보이는 그들의 가정에도 말 못할 속사정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이 수면 위로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느냐, 철통 보안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명 방송인 A씨, 담장 밖까지 고성 울려 불화설 솔솔   
“아무도 안 믿어!” 고정 프로그램 출연 외엔 두문불출

유명 방송인 A씨는 요즘 속이 말이 아니다. 이사철도 아닌 한 겨울에 당장 집을 구해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져 집을 확장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빚쟁이에 쫓기듯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 상황이니 골치가 아프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탓일까. A씨는 최근 몇 달간 방송 일정이 있는 날 외에는 집에 틀어박혀 있기 일쑤다.  

주말마다 전쟁 발발
창문 깨질라

“당신이 좀 도와주면 좋았잖아!” 한가로운 주말, 중년 여성의 신경질적인 고성이 파주 출판단지 일대를 뒤흔들었다. 고요한 평화를 깬 주인공은 C 출판사 대표 B씨다. 한 때 잘나갔던 출판사의 대표이자 유명 방송인 A씨의 아내인 B씨는 오랜 기간 능력 있는 아내로 A를 보필해왔다.

그런 B씨에게 있어 2011년은 정말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출판사에 재정위기가 닥치면서 그녀의 모든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A와 B의 불화가 극으로 치닫게 된 것도 이 영향이 컸다. A씨 부부의 불화소식은 이미 업계에서는 모두가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된 지 오래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업무의 특성상 진행하는 일정이 막바지로 치닫게 되면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근무하는 일이 많은데, 주말이면 A씨와 아내 B씨가 서로 악을 쓰며 싸우는 소리가 집 밖 거리까지 들릴 정도”라며 “이러니 저러니 해도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며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기니 그들도 별 수 없더라”고 전했다.

이들이 싸우는 내용은 주로 ‘돈’이다. A씨의 아내 B씨는 결혼 전부터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출판계 종사자였다. 유수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은 아내 B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출판사를 내기로 결정했다. 출판사들이 한 데 모여 있는 파주 출판단지의 건물 부지를 사들인 것은 지난 2004년. 이때만 해도 이들의 행복은 영원할 것 같았다.  

500여 평 부지에 지상 4층, 지하 1층의 총 5층 건물을 올린 아내 B씨는 자신의 출판사를 비롯해 몇몇 업체를 입주시키고 청운의 꿈을 펼쳤다. 유수의 서적이 B씨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B씨의 출판사는 어렵다는 출판시장에서도 꿋꿋하게 성장을 이어갔다.   

아내 B씨의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각종 암초들이 등장하면서 어려움이 계속됐다. 큰 꿈을 품고 올린 건물은 가압류 위기에 처했다. 입주했던 업체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건물 두 층에 걸친 사무실을 가득 채웠던 직원들은 모두 떠났고 총무를 포함 3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출판 관계자는 “B씨 아내의 소유였던 출판사는 사실상 회생 불가라고 보면 된다”면서 “출판시장이 어려워진 이후 멀쩡히 운영되던 업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아내 B씨의 화살은 모두 남편 A씨에게로 향했다. 유명 언론인인 A씨는 오랜 활동 경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상당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아내 B씨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인맥을 총 동원해 자신을 도와주길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다툼을 자주 목격했다는 한 관계자는 “아내가 왜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원망하면 남편 A씨는 더 이상 뭘 더 해줘야 하느냐는 식”이라고 전했다.

끊이지 않는 외도설
진범은 남편

대화라고는 다툼만이 남은 이들 부부가 지금처럼 극한 상황에 도달한 이유는 ‘돈’뿐만이 아니다. 사실상 A씨는 알만한 이는 모두 아는 호색한이라고 한다. 방송을 통해 반듯하고 가정적인 아버지상의 면모를 뽐낸 A씨이지만, 그의 바람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라는 증언이 방송가 곳곳에서 쏟아졌다.

사실 A씨의 외모는 남성으로서 큰 매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방송인 특유의 입담과 넓은 인맥, 오랜 방송경력을 통해 쌓은 부 등이 그의 아쉬운 외모를 보완해줬다. 아울러 A씨는 방송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될 만큼 최고의 이미지를 쌓아온 바 있어 처음 보는 여성들도 그의 호의에 거부감보다는 반가움을 보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혼 생활 내내 끝없이 한 눈을 팔아왔다. 단순히 화류계 여성들과의 하룻밤 불장난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부부 모두가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에 올랐던 만큼 이목을 무시할 수 없었던 아내 B씨는 남편의 불륜을 모두 눈감아 주며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아내 사업은 이미 회생 불가, 사옥까지 경매로 처분해
잘 나가는 CEO 남편에서 집도 절도 없는 신세로 전락

B씨의 출판사가 본격 출발을 위해 준비 작업에 한창이던 때, 출판 업계에는 이들 부부의 ‘맞바람’ 루머가 파다하게 퍼졌다. 남편의 외도를 견디다 못 한 B씨가 자신의 능력을 알아본 거물과 손을 잡고 남편에 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루머는 B씨의 출판사가 출발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 됐다. 

당시 이 출판사는 B씨가 능력 있는 사업가와 마음이 통해 연인관계로 지내며 그의 도움을 받아 낸 것이라고 알려졌다. 사실 B씨는 상당한 미모와 당찬 성격을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다. B씨의 능력과 여성으로서의 매력 등을 잘 알고 있는 업계 사람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루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해였음이 확인됐다. 아내 B씨는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남성으로 오해할 만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B씨의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이들이 출판사 대표직에 올라있는 이름을 보고 B씨와 내연관계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고, 이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B씨의 실명을 알고 있는 이들에까지 퍼져나갔던 것이다.

‘맞바람’ 루머의 발발과 진위 확인까지 과정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가능성이 있는 루머여였기 때문에 그렇게 퍼졌던 것”이라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남편 A씨의 바람기가 상당했다”면서 “당시 루머를 들은 사람들은 ‘B씨가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럴 만도 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화려한 시절은 가고
텅 빈 주머니

아내 B씨의 출판사가 입주해있던 건물은 올 11월 경매로 처분됐다. B씨는 건물이 매물로 나온 뒤에도 소규모 업체들에게 사무실을 임대해 월세를 받아 생활을 유지해왔다. 혹시 모를 문제를 막기 위해 월세는 매달 B씨가 직접 현금으로 받아갔다. 건물의 최상층은 사무실이 아닌 주거용으로 꾸며 가족 모두가 이곳에서 지내왔다.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A씨 부부는 살 집을 잃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사무실에 입주한 업체들이야 양해를 구하고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자신들이 살 집을 구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극으로 치달은 불화에 재정파탄까지 이혼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남들 눈이 무서워 이 역시 곤란하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버틴 것처럼 이들은 이목이 무서워서라도 끝까지 가정만은 지킬 것”이라면서 “모래 위에 지은 성이 따로 없다”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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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