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

한손은 맞잡고 한손은 칼잡고 ‘위태~위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회장 개임안을 놓고 대립해온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주총이 시작되기 불과 10분 전에 이뤄진 일이다. 양사는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로 바꿔 하이마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론 훈훈하게 갈등이 봉합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종전’보다 ‘휴전’에 가깝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선 회장과 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최초 ‘합의’에서 지분 전량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그러나 재계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리란 이유에서다.

공동대표제서 각자대표제로 바꾸는 데 전격 합의
선 회장 영업·기타 업무 총괄…유 회장 재무 전반

유진그룹과 하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유경선 회장과 선종구 회장이 기존 공동대표제에서 각자대표제로 체제를 바꾸는 데 합의했다. 유 회장이 하이마트의 재무 전반을, 선 회장이 영업과 기타 업무를 총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후 6시에 유진그룹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각자대표제에 따른 업무 분장을 논의하고 최종 확정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주총 안건에는 선 회장의 개임안이 예정돼 있었다. 유진그룹은 주총에서 임기만료를 앞둔 유 회장을 하이마트 이사로 재선임한 뒤 선종구 대표 개임안을 통과시켜 유경선 회장 단독대표 체제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주총 시작 10분을 앞두고 유경선·선종구 각자대표제에 전격 합의함으로써 최대주주와 설립자 간 경영권 다툼은 일단 봉합됐다.

주총 시작 10분전
각자대표제 합의

하이마트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대표제 유지 합의에 대해 “하이마트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현상황을 원만히 수습하고 정상화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은 그간 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유지해 오던 중 유진그룹이 돌연 지난 10월6일 이사회에선 유 회장을 하이마트 공동대표에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진그룹 측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하이마트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하이마트’ 전략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하이마트에 그룹 차원의 힘을 보태고 최대주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서겠다”고 공동대표제 선임에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에 유진그룹이 계약 당시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은 본격화 됐다. 콜옵션 대상은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의 4분의1인 6.9% 규모. 유진기업이 현재 보유한 31.34%를 더하면 지분은 38.24%까지 늘어나 2대 주주인 선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선 회장이 갖고 있는 하이마트 지분은 17.37%이고, 아들 선현석씨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쳐 27.6%인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최근 유진그룹이 하이마트 측에 선 회장을 해임하고 유 회장을 자리에 앉힌다고 통보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를 위해 임시이사회 장소도 당초 서울 대치동의 하이마트 본사에서 공덕동 유진기업 사옥으로 바꿨다. 홈그라운드에서 일전을 치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후 양측은 기관투자가들의 중재로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선 회장이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장했다”는 내용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표 대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선 회장은 유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승산이 크지 않았다.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지분 차는 물론 주총 표 대결을 앞두고 벌인 우호지분 확보 경쟁에서도 유 회장이 크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단 표 대결이 진행되면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집어삼키리란 게 업계의 견해였다.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번 사태가 가까스로 수습될 수 있었던 건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강한 반발이었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은 비대위를 구성, 유진그룹이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위한 대표이사 개임 안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수차례 농성을 벌였다.

비대위는 이사회에서 선 회장이 해임되고 유진이 경영권을 장악하면 하이마트 경영진과 우리사주 조합직원 모두 주식을 전량 매각 처분할 것이라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심지어는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농성·주식 매각 엄포
사표·법적 대응 까지

이처럼 강경한 반발에도 유진그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마트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견을 확인한 하이마트는 지난 11월25일 전국 304개 지점 임직원 5000여명이 전원 연차휴가를 내고 하루 동안 사실상 동맹휴업에 돌입하리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주주와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 휴업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사표제출이라는 강수를 뒀다. 지점장 304명 전원과 임직원 등 총 358명은 비대위에 사표를 전달했다. 비대위는 “유진그룹이 30일 이사회에서 선 회장을 경질하겠다는 안건을 철회하지 않으면 추가로 많은 직원이 사표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진그룹은 표결로 갈 경우 선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몰아내고 유 회장 단독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하이마트 임직원들의 반발과 동맹휴업 현실화 등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통업체의 경우 대리점과 주요 거래처 관리 등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해 임직원들이 대거 유출될 경우 회사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진그룹은 유통업을 운영했던 경험이 없어 직원 유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이마트가 유진그룹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업에 돌아올 부메랑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 회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는 등 성장일로를 걷고 있는 하이마트의 기업가치 훼손을 우려, 한걸음 물러나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수습한 것이다.

갈등 일단 봉합됐지만 경영권 욕심 여전 “불씨 남아”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 끊이지 않자 지분 매각 결정


억지로 악수를 하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갈등을 임시로 봉합했을 뿐 경영권 욕구는 아직 그대로여서 ‘종전’이라기보다 ‘휴전’이라는 것이었다. 그간 유지했던 ‘공동대표’ 체제에서 유 회장과 선 회장이 각자대표로 영역을 나누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분석도 나왔다.

복수 대표이사가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는 각자대표체제는 단독경영체제보다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한쪽이 제동을 걸면, 다른 쪽도 돌아가지 않는다. 양쪽이 물밑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며 협조하지 않을 경우, 하이마트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단 얘기다. 이 경우 의사결정 지연, 임직원 분열 등의 후유증도 우려된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을 분리해 담당을 정해도 결국 그 둘을 아우르며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하는 최고 경영자가 필요한데, 두 회장이 어떻게 이견을 조율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상호비방으로까지 비화된 이번 분쟁을 통해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황이다. 하이마트 기업가치 안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은 잡았지만, 상호불신과 감정적 앙금까지 치유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무와 영업으로 역할분담은 했더라도 각자대표체제 하에서 권한은 서로 중복되고 충돌될 수밖에 없다”며 “주도권 다툼과 나아가 경영권 분쟁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어 양측은 사실상 불안한 동거를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합의 이후’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자 유 회장과 선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재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 매각대상은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이 보유한 지분 32.4%, 선종구 회장과 아이에비홀딩스 및 선현석 상무 등 지분 20.76%, 그리고 HI컨소시엄 등이 보유한 지분 등이다. 이는 하이마트 지분의 80%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진그룹 측은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며 “이것이 하이마트의 가치훼손을 막고 직원을 보호하며, 서로 좋은 감정으로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하이마트 측도 “하이마트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가진 주인을 찾고자 매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분쟁
언제든 재연”

그러나 업계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에 나올 지분은 현재 시가(주당 7만3000원)으로 약 1조3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경영권 프미리엄까지 더해져 매각가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2007년말~2008년 하이마트 매각당시 발생, 나중에 별도로 하이마트가 떠맡았던 부채 8000억원 가량도 고려해야한다.

따라서 언제가 될지 모를 매각시점까진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 여전히 경영권 관련 리스크가 남아있단 얘기다. 업계가 두 회장이 남은 기간 동안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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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