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잘 팔리는 ‘대리부’ 요지경 실태

‘봉사’한다는 대리부들~ 실상은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리모’와 유사한 형태인 ‘대리부’가 극성이다. 그간 대리모의 실체는 드라마 소재로까지 다뤄지며 심심찮게 들어왔지만 대리부라니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아마 남성에게 불임의 원인이 있는 경우는 더 쉬쉬했던 사회적 풍토 탓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불임부부 인터넷카페에 대리부 지원 글이 빈번하게 올라오는 등 불법 정자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카페를 통해 불임부부들에게 돈을 받고 정자 공여는 물론 한 단계 더 진화하여 ‘자신의 성적쾌락과 금전해결’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잡기위해 직접적인 성관계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저는 85년생 27살입니다. 사는 곳은 부산이나 출장이 잦은 관계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각지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인턴 중이며 4년제 대학 졸업반입니다. (대리부)2번째 경험이며 앞전 지원에선 2번 만에 자연수정 되었습니다. 신체적 스펙은 키는 176(cm)이고, 넓은 어깨, 흰 피부를 자랑합니다. 성격은 좋고 공부는 중간 정도…."

불임 부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카페의 게시판에 지난 3일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불임남성 대신 그의 아내에게 정자를 직접적인 성관계로 제공하겠다는 대리부 지원자다.

그는 자신의 신체와 성격, 학력, 직업은 물론 과거경험까지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일 말고도 연애시절 전 여자친구들에게 몹쓸 시술을 받게 할 정도로 임신이 무지하게 잘된다”고 강조하며 “이일을 봉사적인 마인드로 행하고 있다. (자연임신) 될 때까지 해드리고 힘이 되고 싶다”며 자신을 어필했다.

직접 성관계(자연수정)로
“내 정자 드려요~”


이처럼 대리부들은 불임 관련 인터넷카페 등지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었다. 카페 게시판에는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로 넘쳐났다. 지원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게시물 제목과 내용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원자가 밝힌 학력은 고졸부터 대학원 재학생까지 폭넓으면서 명문대 재학 및 졸업자, 해외 유학파 등 고학력이 적지 않았다. 직업은 학생, 인턴사원, 영어강사, 대기업 직원, 연구원 등으로 다양했다. 심지어 공무원과 고등학생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신체건강하고 임신이잘 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일부는 근육질인 상반신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들 대리부의 가격은 스펙과 외모·신체적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취재를 위해 불임부부를 가장, 카페에 대리부를 구한다는 글을 남기고 답변을 기다렸다. 다음 날 확인해 보니 대리부 지원자로부터 수십통의 메일과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임신확률 높인다”며 불임부부 아내와 대리부 직접 ‘성관계’
스펙 앞세운 대리부들 “일주일에 2~3회 관계 가능, 비밀 보장”

서울 소재 공대를 졸업해 전자회로 디자인을 한다는 지원자 A(35)씨는 자기 홍보에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우선 그는 과거 대리부로서의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 점을 내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5번의 자연수정 경험이 있으며 3번은 출산, 1번은 유산, 다른 1번은 도덕적 수치심을 감당하지 못한 예비산모의 포기가 있었다”며 “첫 번째 분은 아들을 낳아 현재 3살이고, 두 번째 분은 6개월 때 안타깝게 유산됐으며 세 번째 분은 작년 11월 딸을 출산하셨고, 네 번째 분은 8개월 전 득남했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하는 ‘자연수정 방법’은 꽤 구체적이었다. 그는 심리치료를 병행한 섹스요법과 생리주기를 이용한 섹스요법이 있으며 불임부부가 두 가지 방법 중 선택할 수 있고, 비용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방법은 대화를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대리부 기간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처음 당분간은 주 1~2회 정도의 만남을 갖되 관계를 갖진 않으나 대화를 통해 충분한 준비가 됐다고 판단될 때, 생리주기를 파악해 총 5~10회 정도의 관계를 갖는다”며 “이 방법의 비용은 6개월 이내 기준 3000만원이며 계약금 2000만원, 중도금 600만원, 임신진단 확인 시 4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자는 과거 6개월 동안의 정확한 월경날짜를 알고 난 이후 만남 일정을 잡고 관계를 갖는 방법으로 예비산모의 도덕적 수치심과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실패 확률이 있다”며 “비용은 6개월 이내 기준 1500만원이며 계약금 1000만원 중도금 300만원 임신진단 확인 시 200만원”이라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유산은 자신이 책임져 줄 수 없다”면서도 “확실한 결과를 얻게 되면, 지불 비용이 큰돈이 아님을 자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B(27)씨도 자신이 잘 나가는 대리부임을 강조했다. B씨는 과거 불임부부 가정에 직접 찾아가서 관계를 맺었고 총 6번 시도 끝에 자연수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입이 부인의 몸 어디에도 닿지 않고 다른 프로세스 없이 단순한 삽입과 사정으로 관계가 이뤄졌다”며 “한 달 후 임신이 안됐다고 다시 부탁이 와서 흔쾌히 시도했고 관계 시 남편분이 새벽에 통닭을 사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고 봉사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비용은 2회 관계에 100만원이었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 재학 중이며 멘사 회원으로 IQ가 155에 달한다고 강조하는 지원자, 저렴한 금액과 철저한 비밀보장을 약속한다는 지원자, 건강한 체질과 준수한 외모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지원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들이 원하는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최소 30만원부터 ‘자신의 스펙이 대단해 최고의 유전자를 자랑한다’며 최대 3000만원까지 요구해 온 사람도 있었다.

대리부 고스펙 이력?
확인할 방법은 없어…

하지만 대리부 지원자들의 이 같은 이력은 대부분 그들의 ‘말’에만 의존해야 하는 만큼 그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부부를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성적욕구만 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얘기다.

실제로 취재기자에게 연락이 온 지원자 중 10명 중 3명꼴은 ‘아무 대가 없이 돕고 싶다’고 말해왔다. 서울에 거주하며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 소개한 C(38)씨는 “저는 대리부 경험이 없지만 도움이 되고 싶네요. 원하는 바는 없습니다. 비용도 필요 없고요. 저도 가정이 있고, 딸아이가 있기에… 훗날을 위해 남편분이 모르셔도 되고요. 원하는 바를 알려주시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D(21)씨 역시 자신을 “술담배를 하지 않는 건강한 몸”이라 어필하며 “돈 10원짜리 하나 바라지 않는다.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게 불임부부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 나섰다’고 설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 대리부 지원자에 따르면 과거 모 인터넷 카페에서 이와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카페를 통해 자신의 ‘빼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한 남성이 무료로 정자를 공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각종 시도에도 임신실패로 심신이 지쳐있는 불임부부들에게 접근, ‘봉사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드리고 싶다’며 몇몇 불임부부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그 후 그가 말한 이력의 대부분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성관계를 위해 거짓 이력을 꾸며냈던 것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피해자를 비롯한 카페 회원들은 공분, 이 발칙한 대리부 지원자를 혼내줄 법적 대응을 준비했지만 모두 헛수고에 불과했다.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학력, 직업 등 신분을 속인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남성의 아내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때 적용할 만한 혐의는 강간, 사기, 간통, 혼인빙자간음, 성매매 정돈데 형법상 강간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맺은 성관계여야만 성립된다.

여성이 남편 강요로 제3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면 교사에 의한 강간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대리부 빙자 성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또 대리부가 불임부부에게 정자를 내주고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사기나 성매매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

간통은 남편이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 용서하면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동의한 이유가 대리부의 거짓 이력 때문이었다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돼 간통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간통은 남녀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여서 대리부와 성관계를 맺은 아내도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처벌할 방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리부 빙자 성관계범죄 늘고 있지만 “형사처벌은 못 해”
부부갈등 원인 및 제2의 범죄 양산 위험, 제도 마련 ‘시급’


결국 사태는 문제의 지원자를 카페에서 영구추방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제2, 제3의 피해자가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사건 외에 관계 시 자신의 쾌락을 위해 터무니없는 행위를 요구하거나, 무료로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말을 바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리부를 찾는 불임부부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또 자연수정을 통해 정자를 받으려는 부부들 역시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불임부부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정자은행의 정자를 사용할 경우 정자 기증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갖고 싶다는 게 불임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 인공수정보다 자연수정이 ‘임신확률’이 높고 병원에서 시술 시 돈은 돈대로 들고 몸만 축난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3번의 시험관 실패로 몸과 마음이 지쳐 대리부를 구하게 되었다는 주부 A(32)씨는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을 경우 남에게 알려지기 쉽고, 이름도 모를 정자를 받아서 키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었다”며 “또 평생 키울 아이와 관련된 일인 만큼 좋은 유전자를 가진 정자 주인을 직접 만나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남편과 닮은 이미지 인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적 미흡함에 불임부부들의 바램이 더해져 현재 대리부의 양산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갖고싶다’는 불임부부의 간절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막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향후 부부관계의 문제 및 대리부가 폭로를 빌미로 협박을 하거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임부부였고, 결국 아이를 입양했다는 E씨는 “불임부부들이 제발 정신 차리고 가정파탄 날 행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여성분들도 급한 마음에 남편 몰래 하려고 하지 말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리부 문제에 대해 이젠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점파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의원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 정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불임부부들이 좀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갖기 원하는 만큼 음성적인 정자 거래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자 거래를 양성화하고 보상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정자 기증 횟수제한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희귀 유전성 질환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파탄 원인, 범죄양산
가능성 있어 “신중해야”

이렇듯 적잖은 남성들이 ‘직업적 대리부’로 나서면서 병리학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리부 지원자가 하는 말의 진위를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임 부부를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의 성적욕구를 채우려는 대리부들 역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은밀히 이뤄지는 정자 공여가 더 큰 범죄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확립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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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