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잘 팔리는 ‘대리부’ 요지경 실태

‘봉사’한다는 대리부들~ 실상은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대리모’와 유사한 형태인 ‘대리부’가 극성이다. 그간 대리모의 실체는 드라마 소재로까지 다뤄지며 심심찮게 들어왔지만 대리부라니 어쩐지 낯설기만 하다. 아마 남성에게 불임의 원인이 있는 경우는 더 쉬쉬했던 사회적 풍토 탓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불임부부 인터넷카페에 대리부 지원 글이 빈번하게 올라오는 등 불법 정자거래가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카페를 통해 불임부부들에게 돈을 받고 정자 공여는 물론 한 단계 더 진화하여 ‘자신의 성적쾌락과 금전해결’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잡기위해 직접적인 성관계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저는 85년생 27살입니다. 사는 곳은 부산이나 출장이 잦은 관계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각지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인턴 중이며 4년제 대학 졸업반입니다. (대리부)2번째 경험이며 앞전 지원에선 2번 만에 자연수정 되었습니다. 신체적 스펙은 키는 176(cm)이고, 넓은 어깨, 흰 피부를 자랑합니다. 성격은 좋고 공부는 중간 정도…."

불임 부부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카페의 게시판에 지난 3일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불임남성 대신 그의 아내에게 정자를 직접적인 성관계로 제공하겠다는 대리부 지원자다.

그는 자신의 신체와 성격, 학력, 직업은 물론 과거경험까지 상세히 소개하면서 “이일 말고도 연애시절 전 여자친구들에게 몹쓸 시술을 받게 할 정도로 임신이 무지하게 잘된다”고 강조하며 “이일을 봉사적인 마인드로 행하고 있다. (자연임신) 될 때까지 해드리고 힘이 되고 싶다”며 자신을 어필했다.

직접 성관계(자연수정)로
“내 정자 드려요~”


이처럼 대리부들은 불임 관련 인터넷카페 등지에서 은밀히 활동하고 있었다. 카페 게시판에는 대리부 지원자들의 글로 넘쳐났다. 지원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게시물 제목과 내용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지원자가 밝힌 학력은 고졸부터 대학원 재학생까지 폭넓으면서 명문대 재학 및 졸업자, 해외 유학파 등 고학력이 적지 않았다. 직업은 학생, 인턴사원, 영어강사, 대기업 직원, 연구원 등으로 다양했다. 심지어 공무원과 고등학생도 끼어 있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신체건강하고 임신이잘 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일부는 근육질인 상반신 사진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들 대리부의 가격은 스펙과 외모·신체적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취재를 위해 불임부부를 가장, 카페에 대리부를 구한다는 글을 남기고 답변을 기다렸다. 다음 날 확인해 보니 대리부 지원자로부터 수십통의 메일과 쪽지가 도착해 있었다.

“임신확률 높인다”며 불임부부 아내와 대리부 직접 ‘성관계’
스펙 앞세운 대리부들 “일주일에 2~3회 관계 가능, 비밀 보장”

서울 소재 공대를 졸업해 전자회로 디자인을 한다는 지원자 A(35)씨는 자기 홍보에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우선 그는 과거 대리부로서의 ‘임무’를 성공으로 이끈 점을 내세웠다.

그는 “지금까지 5번의 자연수정 경험이 있으며 3번은 출산, 1번은 유산, 다른 1번은 도덕적 수치심을 감당하지 못한 예비산모의 포기가 있었다”며 “첫 번째 분은 아들을 낳아 현재 3살이고, 두 번째 분은 6개월 때 안타깝게 유산됐으며 세 번째 분은 작년 11월 딸을 출산하셨고, 네 번째 분은 8개월 전 득남했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하는 ‘자연수정 방법’은 꽤 구체적이었다. 그는 심리치료를 병행한 섹스요법과 생리주기를 이용한 섹스요법이 있으며 불임부부가 두 가지 방법 중 선택할 수 있고, 비용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의 방법은 대화를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대리부 기간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처음 당분간은 주 1~2회 정도의 만남을 갖되 관계를 갖진 않으나 대화를 통해 충분한 준비가 됐다고 판단될 때, 생리주기를 파악해 총 5~10회 정도의 관계를 갖는다”며 “이 방법의 비용은 6개월 이내 기준 3000만원이며 계약금 2000만원, 중도금 600만원, 임신진단 확인 시 4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자는 과거 6개월 동안의 정확한 월경날짜를 알고 난 이후 만남 일정을 잡고 관계를 갖는 방법으로 예비산모의 도덕적 수치심과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실패 확률이 있다”며 “비용은 6개월 이내 기준 1500만원이며 계약금 1000만원 중도금 300만원 임신진단 확인 시 200만원”이라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유산은 자신이 책임져 줄 수 없다”면서도 “확실한 결과를 얻게 되면, 지불 비용이 큰돈이 아님을 자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B(27)씨도 자신이 잘 나가는 대리부임을 강조했다. B씨는 과거 불임부부 가정에 직접 찾아가서 관계를 맺었고 총 6번 시도 끝에 자연수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입이 부인의 몸 어디에도 닿지 않고 다른 프로세스 없이 단순한 삽입과 사정으로 관계가 이뤄졌다”며 “한 달 후 임신이 안됐다고 다시 부탁이 와서 흔쾌히 시도했고 관계 시 남편분이 새벽에 통닭을 사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고 봉사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비용은 2회 관계에 100만원이었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현재 국내 최고 명문대학에 재학 중이며 멘사 회원으로 IQ가 155에 달한다고 강조하는 지원자, 저렴한 금액과 철저한 비밀보장을 약속한다는 지원자, 건강한 체질과 준수한 외모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지원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들이 원하는 가격은 제각각이었다. 최소 30만원부터 ‘자신의 스펙이 대단해 최고의 유전자를 자랑한다’며 최대 3000만원까지 요구해 온 사람도 있었다.

대리부 고스펙 이력?
확인할 방법은 없어…

하지만 대리부 지원자들의 이 같은 이력은 대부분 그들의 ‘말’에만 의존해야 하는 만큼 그 진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부부를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성적욕구만 채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얘기다.

실제로 취재기자에게 연락이 온 지원자 중 10명 중 3명꼴은 ‘아무 대가 없이 돕고 싶다’고 말해왔다. 서울에 거주하며 자신을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 소개한 C(38)씨는 “저는 대리부 경험이 없지만 도움이 되고 싶네요. 원하는 바는 없습니다. 비용도 필요 없고요. 저도 가정이 있고, 딸아이가 있기에… 훗날을 위해 남편분이 모르셔도 되고요. 원하는 바를 알려주시면 따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 D(21)씨 역시 자신을 “술담배를 하지 않는 건강한 몸”이라 어필하며 “돈 10원짜리 하나 바라지 않는다.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게 불임부부를 돕고 싶은 마음에서 나섰다’고 설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 대리부 지원자에 따르면 과거 모 인터넷 카페에서 이와 관련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한다. 카페를 통해 자신의 ‘빼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한 남성이 무료로 정자를 공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각종 시도에도 임신실패로 심신이 지쳐있는 불임부부들에게 접근, ‘봉사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드리고 싶다’며 몇몇 불임부부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그 후 그가 말한 이력의 대부분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성관계를 위해 거짓 이력을 꾸며냈던 것이다. 사건이 확대되자 피해자를 비롯한 카페 회원들은 공분, 이 발칙한 대리부 지원자를 혼내줄 법적 대응을 준비했지만 모두 헛수고에 불과했다.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학력, 직업 등 신분을 속인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남성의 아내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때 적용할 만한 혐의는 강간, 사기, 간통, 혼인빙자간음, 성매매 정돈데 형법상 강간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맺은 성관계여야만 성립된다.

여성이 남편 강요로 제3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면 교사에 의한 강간으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대리부 빙자 성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또 대리부가 불임부부에게 정자를 내주고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사기나 성매매 혐의도 적용되지 않는다.

간통은 남편이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 용서하면 적용할 수 없다. 다만 동의한 이유가 대리부의 거짓 이력 때문이었다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돼 간통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간통은 남녀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여서 대리부와 성관계를 맺은 아내도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처벌할 방도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리부 빙자 성관계범죄 늘고 있지만 “형사처벌은 못 해”
부부갈등 원인 및 제2의 범죄 양산 위험, 제도 마련 ‘시급’


결국 사태는 문제의 지원자를 카페에서 영구추방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제2, 제3의 피해자가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 사건 외에 관계 시 자신의 쾌락을 위해 터무니없는 행위를 요구하거나, 무료로 정자를 제공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말을 바꿔 말도 안 되는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럼에도 대리부를 찾는 불임부부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또 자연수정을 통해 정자를 받으려는 부부들 역시 좀처럼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불임부부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정자은행의 정자를 사용할 경우 정자 기증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갖고 싶다는 게 불임부부의 공통된 생각이다. 또 인공수정보다 자연수정이 ‘임신확률’이 높고 병원에서 시술 시 돈은 돈대로 들고 몸만 축난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3번의 시험관 실패로 몸과 마음이 지쳐 대리부를 구하게 되었다는 주부 A(32)씨는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을 경우 남에게 알려지기 쉽고, 이름도 모를 정자를 받아서 키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었다”며 “또 평생 키울 아이와 관련된 일인 만큼 좋은 유전자를 가진 정자 주인을 직접 만나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고, 가능하면 남편과 닮은 이미지 인 사람을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적 미흡함에 불임부부들의 바램이 더해져 현재 대리부의 양산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갖고싶다’는 불임부부의 간절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를 막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향후 부부관계의 문제 및 대리부가 폭로를 빌미로 협박을 하거나 계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임부부였고, 결국 아이를 입양했다는 E씨는 “불임부부들이 제발 정신 차리고 가정파탄 날 행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여성분들도 급한 마음에 남편 몰래 하려고 하지 말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리부 문제에 대해 이젠 정부가 직접 나서 문제점파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석용 의원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재 정자 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불임부부들이 좀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갖기 원하는 만큼 음성적인 정자 거래는 지속될 것”이라며 “정자 거래를 양성화하고 보상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한편 정자 기증 횟수제한으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희귀 유전성 질환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정파탄 원인, 범죄양산
가능성 있어 “신중해야”

이렇듯 적잖은 남성들이 ‘직업적 대리부’로 나서면서 병리학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리부 지원자가 하는 말의 진위를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임 부부를 속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자신의 성적욕구를 채우려는 대리부들 역시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은밀히 이뤄지는 정자 공여가 더 큰 범죄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확립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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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