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결산] 논란과 화제 ‘결정적 장면 10’

소문난 잔치 볼 것만 많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감사였다. 올해 국감 역시 논란과 성과, 그리고 여러 가지 볼거리를 남겼다. 국감 본연의 의미와 부합한 의원들이 있는 반면 오히려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일요시사>는 10월 한 달 간 펼쳐진 ‘국감 주요 장면’을 모아봤다.
 

2018 국회 국정감사는 지난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국회는 이 기간 동안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며 행정부를 견제·감시하게 된다. 조사 대상이 국정 전반에 해당되다 보니 그 범위가 워낙 광범위하다. 

국감 성적표
A부터 F까지

국회는 그 연유로 분야별 상임위원회를 구성한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각 분야를 맡게 된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조계 출신 의원들이 상당수 포진된 것과 같다. 현재 20대 국회에 18개의 상임위가 있다. 국회의원은 국감에 필요한 서류, 증언, 의견 등을 요구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감의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는 증인 출석 요구도 마찬가지다.

국감 시즌에 국회를 향한 이목은 여느 때보다 집중된다. 국회의원들은 그간 준비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질의를 이어간다. 여론 형성의 적기인 만큼 행정부 견제에 효과적이고, 본인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그 까닭에 무리수를 두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톡톡한 성과를 내놓기도 한다. 이번 국감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 국감은 첫날부터 때 아닌 고양이 논란으로 떠들썩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진태 의원. 김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서 열린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 국감서 우리에 갇혀 있는 벵갈 고양이를 소개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날 눈치도 없는 퓨마가 탈출해 인터넷 실시간검색 1위를 계속 차지했다. 그랬더니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된 게 맞느냐”고 물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내가 회의 멤버이기 때문에 안다”고 답변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서 “고양이의 눈빛이 상당히 불안에 떨면서 사방을 주시했다”며 “국감장, 상임위장에 동물을 데려오는 것을 금지해달라. 꼭 필요하면 여야 합의 하에 회의장에 데려오기로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도 화제가 됐다.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 야구대표팀 선발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해당 상임위 소속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에게 날선 비판을 이어갔지만 되레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20일간 진행 18개 상임위원회 총출동
대장정 마무리…피감기관에 송곳질의 


선 감독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은 ‘일부 선수에게 병역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대표로  선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연봉과 근무 형태 등을 캐물으며 본질서 벗어났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손 의원은 ‘판공비를 포함해 연봉 2억을 받는다’는 선 감독의 대답에 “KBO 관계자한테 연봉 2억에 판공비는 무제한으로 처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전혀 아니다”라고 하자 손 의원은 “더 알아보겠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손 의원이 제기한 판공비 의혹은 여기까지였다.

이어 손 의원은 “선수를 관찰하러 현장에 자주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선 감독은 “TV로 5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는 게 더 낫다”고 대답했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가 3∼4시간씩 열린다. 게다가 경기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5시간을 넘기기도 한다. 현장 관찰보다 TV로 동시에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손 의원은 “그 우승(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렵다고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 발언이 바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진 결정적 이유였다. 오히려 선 감독에 대한 동정론이 일 정도였다.

이와 달리 이슈를 주도한 의원들도 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한국당 유민봉 의원은 각각 ‘사립유치원 비리 의혹’과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사회를 강타한 최대 이슈로 꼽힌다.

한쪽은 역풍
한쪽은 주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지난 11일 비리 유치원 명단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지난 2013∼2017년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전국 1878개 사립유치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유치원 교비로 원장이 핸드백을 사고, 노래방과 숙박업소 이용비로 쓰이기도 했다. 심지어 성인용품 구입에도 교비가 쓰였다.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학부모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대응은 강경했다. 한유총은 사태가 발발하자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했지만 곧바로 MBC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MBC가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것에 대해 ‘시도교육청 감사 결과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박 의원에 대한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를 결심할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닥쳐오니 걱정도 되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면서도 “소송 위협에 굴하지 않고 유치원 비리 해결의 끝을 보겠다”고 정면 대응을 예고했다. 

한유총의 소송 소식에 박 의원을 향한 응원과 후원금이 급증했다.


박 의원은 최근 ‘박용진 3법’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23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민주당 의원 129명이 전원 이름을 올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소속 유 의원은 지난 18일 서울시 국정감사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 김 군 사고’ 이후 서울시가 대책으로 내놓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서 재직자의 친인척 상당수가 정규직으로 채용됐다는 것이 골자다. 

유 의원은 해당 의혹을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도 꺼내든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해 의혹 제기에 머물렀다. 유 의원은 이후 1년 동안 관련 자료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의혹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형국이다. 한국당은 지난 3월1일자로 무기계약직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108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라는 점에 대해 고용세습이라며 비판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 등과 함께 이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맷돌부터 
로봇까지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가 우선이란 입장이다. 정치공세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24일 서울시청 신청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의혹들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확실한 검증을 위해 지난 23일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부시장은 “일부 정치권서 가짜뉴스 등을 확대 양산해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대해선 분명한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번 국감에선 눈길을 사로잡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했다. 소총과 로봇부터 한복과 맷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절한 ‘퍼포먼스’였다는 평가와 함께 ‘쇼’라는 비판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기정통부) 소속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과기정통부 국감에 맷돌을 가지고 왔다. 크기가 작은 맷돌이었다. 

박 의원은 맷돌을 보이며 유영민 과기정통부장관에게 “맷돌 손잡이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라며 “어처구니라고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당연한 말을 대통령이 하는데 이게 기사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이어 같은 당 박성중 의원은 가정용서비스 로봇을 꺼내들었다. LG전자가 올 연말 출시할 제품 ‘클로이’였다. 박 의원은 로봇을 향해 “의원님들께도 인사 한 번 드리자, 헤이 클로이!”라고 말했지만 생각만큼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로봇이 재차 응답하지 않자 박 의원은 “내가 사투리를 쓰니까 서울 로봇은 못 알아듣는가 보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결국 클로이는 인사말을 전했고, 박 의원은 “아주 잘했어”라며 로봇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 의원은 “국내 산업용 로봇은 근로자 1만명당 531대 수준으로 세계최고 수준이지만 서비스용 로봇은 그렇지 않다”며 질의를 이어갔다.

국감장에 소총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K-11 복합형소총을 가져왔다. 

김 의원은 “K-11은 내구도와 명중률이 현저히 떨어져 총기로서 기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제라도 개발을 중단하고 현대전에 필수적인 개인용 무전기와 야간투시경, 주·야간 조준경 등을 보병전투원 전원에게 지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 관계자는 해당 소총을 견착해 조준 자세를 선보이기도 했다. 

문체위 국감에는 한복과 태권도복이 등장했다. 바미당 김수민·이동섭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두 의원은 한복과 태권도복을 직접 입고 국감장에 출석했다.

주목받은 국감 스타는 누구?
다양한 소품·의상으로 눈길

김 의원은 지난 16일 개량 한복을 입고 문화재청 국감장에 나타났다. 이날 김 의원은 “종로구청이 퓨전 한복은 고궁 출입 시 무료 혜택을 주지 않기로 하고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고 했다”며 “한복의 기준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종로구청은 고궁 출입 시 한복을 입고 올 때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개량 한복은 혜택 대상서 제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개량 한복의 아름다움에 많은 관람객들이 경복궁을 찾는다”며 “한복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 감독에 대한 질의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손 의원이 김 의원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 손 의원 역시 이날 개량 한복을 입고왔다. 유명 디자이너 출신인 손 의원은 패션 개량 한복을 선보였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 역시 선 감독을 향한 부적절한 내용의 질의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었다. 

김 의원은 당시 문체위 국감서 선 감독에게 무기명으로 처리된 두 선수의 기록이 적혀있는 판넬을 보이며 “누구를 뽑겠느냐”고 질문했다. 두 선수는 오지환 그리고 김선빈 선수였다. 오지환 선수는 당시 제기됐던 선수 선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었다. 

기록으로 봤을 때 김선빈 선수를 뽑는 게 상식적이지만 대표팀에는 오지환이 올랐다. 문제는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가 작년 통계였다는 것이다. 대표팀 명단 발표는 지난 6월에 있었다. 

김 의원 역시 손 의원과 함께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비판을 받은 두 의원이 나란히 개량 한복을 입고 국감장에 출석한 셈이다. ‘문화적 상상력’을 언급한 안민석 문체위원장의 제안과 한복의 대중적 확산을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야구와 관련된 비판이 꺼지지 않던 시점이라 두 의원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존재감 부각만
부작용도 있어

문체위 소속 이 의원은 지난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2개 기관에 대한 국감서 태권도복을 입고 등장했다. 태권도 공인 9단인 이 의원은 “지난 3월 본회의서 의결한 ‘태권도 국기 지정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며 “그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문화계 산하기관 국감임에도 도복을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신입생 국감 성적표

지난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12명의 ‘국감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재보선에서 당선된 12명은 최재성, 김성환, 맹성규, 윤준호, 윤일규, 송갑석, 송언석, 이상헌, 이후삼, 이규희, 서삼석, 김정호 의원이다. 4선의 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초선이다. 

여의도 신입생들은 이번 국감서 결정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했다. 대부분이 초선인 데다 국감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생활 밀착형 정책을 제안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최 의원은 보충역 관리문제, 김 의원은 리콜 조치 대상 장난감의 시중 유통 문제, 맹 의원은 의료사고 등을 지적했다.

송갑석·송언석 의원은 각각 전통시장 소화 설비 문제와 광주 아파트값 문제를, 윤준호·윤일규 의원은 각각 강원도 라돈 수치 문제와 대리수술 의혹을 꺼내들었다.

이상헌·이후삼·이규희 의원은 차례로 도서정가제 점검, 서울 노후 하수관 문제, 교차로 신호등 시간 표시제 등을 제시했다. 또한 서 의원은 동해안 바다 사막화 문제를, 김 의원은 민자 고속도로 요금 문제를 제기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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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