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떨고 있는 지자체장 백태

겉으론 보무당당 속으론 전전긍긍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의 혐의는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됐고, 당선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 지사가 선거과정서 불거진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몇몇 당선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처럼 선거 당시 제기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당선인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난 6·13지방선거는 여느 선거 때와 다름없이 혼탁했다. 특히 후보 간 ‘의혹 공방’이 첨예했다. 당선인들은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지만 후유증을 남겼다. 선거를 치르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선거 이후 수사에 착수했다. 몇몇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일부는 검·경 수사를 받는가 하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선거
고소·고발 난무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사건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이름을 날렸고, 잠룡으로 불리며 대권 주자로 수직 상승했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경쟁력을 과시했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밀려났다. 이 지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 지사는 당선 이후 성남시장 시절 선보였던 ‘성남형 복지 정책’을 경기도에 안착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선거 과정 당시 불거진 의혹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등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난 12일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에 따른 수사였다. 경기 분당 경찰서는 이 지사의 자택과 성남시청 통신기계실 등 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이 이 지사의 친형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특위는 지방선거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6월10일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 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을 부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택을 나서며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명박·박근혜정권 때도 문제가 되지 않은 사건인데, 6년이 지난 이 시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지난 7월 있었던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분당보건소와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지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엔 자진 ‘신체검증’에 나섰다.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씨가 제기한 신체 비밀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신체 비밀 논란은 지난 4일, SNS 트위터 등에서 퍼진 김씨와 공지영 작가의 음성파일이 단초가 됐다. 

음성파일에서 김씨는 “이 지사의 신체 한 곳에 큰 점이 있다”며 “법정서 최악의 경우 꺼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진흙탕 선거, 당선 되고도 노심초사
직접 신체 검증…의혹 일축에 안간힘


이 지사는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웰빙센터 진료실서 7분간 신체 검증을 받았다. 신체 검증을 위해 아주대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 각각 1명씩 참여했다. 검증에 참여한 아주대학교 의료진은 “녹취록에 언급된 부위서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오늘 공개검증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도정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는 이 지사의 확고한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며 “자연인 이재명에게 매우 참담하고 치욕스런 일이지만 공인으로서,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검증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소모적 논란이 모두 불식되길 바란다”며 “이 지사가 차분하게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조폭 유착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사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에 따라 불가피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이 지사는 ‘의혹의 꼬리표’를 잘라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여러 의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도정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가 지난 8일 맞이한 취임 100일에서도 그간의 성과와 함께 각종 논란들이 언급됐다.

당선 후 의혹
수사 받기도

이 지사 외에 지방선거 전후 불거졌던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당선인들이 다소 존재한다. 이 지사처럼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한 경우부터 검찰에 송치되거나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은 공직선거법위반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 울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13일 오전 수사관들을 김 구청장의 집무실과 남구에 있는 자택 등에 보내 2시간가량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울산시선관위가 지난 4일 김 구청장과 선거사무원 1명,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2명을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에 따른 조치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단체장 가운데 전국서 최초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서 선거사무원과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등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로 16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해 대가를 제공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회계책임자가 아니었던 자원봉사자 2명은 지난 3∼5월까지 선거운동 물품 제작비 등 총 140여건과 8700여만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예비후보 당시 회계책임자를 겸임했는데, 이들이 이를 대신해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정치자금법(선거비용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에 따르면 회계책임자가 아닌 자가 선거비용을 지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구청장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이어지자 지역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울산광역시당 김종섭 대변인은 김 구청장의 압수수색이 있던 다음날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김 구청장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며 “스스로의 사퇴가 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울산시 남구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김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대룡 부의장 등 7명은 지난 16일 남구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구청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부의장은 “이 사태가 길어지면 남구민들은 행정에 불신을 느낄 것”이라며 “김 구청장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며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김 구청장은 이 외에도 지난 7월 허위학력 게재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행한 선고 공보와 벽보, 명함 등과 SNS에 허위학력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주택 16채를 소유해 화제가 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백 시장을 지난 1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백 시장에게 유사기관 설치 금지 및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했다. 백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지지자 10여명이 참여한 유사 선거사무실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백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시장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홍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올해 5월 ‘세종고속도로에 용인 모현·원삼 나들목을 설치하겠다’고 언론에 알리거나, 선거 공보물에 ‘흥덕역 설치 국비확보’라고 홍보하는 등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취임 100일
검 들락날락

백 시장은 두 혐의에 따라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백 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유사기관 설치 금지와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한 까닭은 전 용인시 간부급 공무원 A씨의 조사를 통해서다. 

A씨는 유사 선거사무실서 활동하면서 용인시민의 개인정보 등을 확보해 백 시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백 시장은 지난 10일 ‘100일 취임 기자간담회’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백 시장은 이날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백 시장은 “흔들림 없이 시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사회 일각에선 백 시장을 ‘신(新)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용인시민모임’은 이날 시청 브리핑실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백 시장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백 시장에 대한 선거법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제보자로 알려진 김현욱 전 경기도의원은 이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시민모임은 이날 유인물을 통해 “백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경찰 조사에서 누락된 부분과 추가 위반 내용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시장의 구속수사 촉구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 등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민주시민세력, 합리적 진보세력, 야당 등과 연대해 신 적폐세력 퇴진 운동을 펴겠다”며 향후 백 시장에 대한 적극적 비판 활동을 예고했다.

조인묵 양구군수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검찰에 송치됐다. 강원 양구경찰서는 조 군수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조 군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직접 쓰지 않은 책을 편저자인 것처럼 출간해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연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를 받고 있다.

책 출간을 공모한 B씨 역시 같은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 군수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달 6일 경찰에 출석해 3시간30분가량 조사 받은 바 있다. 조 군수와 B씨는 지난 8월부터 9월초까지 양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군수는 “단순히 원고를 구입해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 아니다”라며 “당초 원고 내용과 개인적 기획 의도(고전 분야)에 맞게 출판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내용도 대폭 수정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군수는 “검찰에 가서도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군수는 지난해 12월 양구군수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월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당시 조 군수는 <육도삼략-6가지 지혜로 3가지 전략을 얻어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마예정자였던 조 군수는 “공직은퇴를 전후해 고향 양구서의 삶을 계획하고 양구의 미래를 꿈꾸며 평소 즐기던 고전들을 읽게 됐다”며 “그 과정서 만난 지혜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출판배경을 밝혔다. 

이윤행 전남 함평군수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이 군수는 지난 2016년 지인들에게 신문사 창간을 제안하고, 창간 비용으로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신문사는 당시 현직이었던 안병호 전 군수를 비판하는 글을 다수 게재했다.

검경 수사부터 당선 무효형까지
공소시효 끝나는 12월까지 주목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부 김희중 판사는 지난달 1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군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언론매체를 선거에 이용해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공론화의 장에서 민의를 침해한 범죄로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다만 금품제공 시점이 6월 지방선거 2년6개월 전이고, 안 전 군수가 선거에 불출마해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직 군수로 군정을 수행해야 하고 형이 확정되지 않은 점, 방어권 보장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군수는 1심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분명히 법을 범하지 않았고, 재판부서도 제 유죄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군수직을 그대로 수행토록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군과 군민만을 바라보며, 제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군수의 항소심은 내달 1일 열린다.

선거 공소시효
얼마 남지 않아

6·13지방선거와 관련된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12월13일까지다. 공직선거법 제 268조에 따르면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다. 곳곳에선 지방선거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정당국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지역 사회는 한 차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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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