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최악의 시나리오

결국 중국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미정상회담 시간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기를 “11월 중간 선거 이후”라고 밝혔다. 양국은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협의 사안을 매듭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북미가 아직 세부적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지난 1차 북미회담이 좌초 끝에 성사된 것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궤도에 안착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한을 주고받으며 관계 증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가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시기를 두고 ‘10말 11초(10월 말∼11월 초)’ 등 여러 해석이 쏟아졌다.

중간선거 이후로

분수령은 내달 6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치적 세우기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도 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역사상 최초의 만남이라고 소개하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번 2차 정상회담 역시 성과로 여길 공산이 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개최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았다. 선거서 비핵화 이슈가 정치적 성과로 작용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북미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조치라는 큰 틀에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진척 정도는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비핵화 ‘검증’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 사찰단 허용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국제 사찰단 방북을 허용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선 풍계리 핵 실험장이 지난 5월 이미 폭파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핵 실험장에 언론을 초청한 것과 전문가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풍계리 사찰을 비핵화의 긍정적 진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비판적인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북미 간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분위기는 좋아 보이지만, 북한의 움직임은 걸음마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선 사찰단 방북을 통해 미국의 상응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의 비판일 수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모험을 택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 각종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부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험 대신 ‘안정’을 선택하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중간 선거 이후로 미뤘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때 공언한 북한의 비핵화와 여론의 기대감을 현실로 실현할 자신감이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기존에 제기됐던 회담 시기는 북미의 빠듯한 일정을 예고했지만 회담이 다음 달로 넘어가게 되면서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비핵화를 둘러싼 다양한 위험 요인들도 회담 개최 전까지 상수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북미는 비핵화 협의를 두고 두 차례 좌초한 적이 있다. 지난 6월 있었던 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지난 8월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이 대표적이다. 두 사례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로 발생했다. 그 이면에는 중국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물밑 접촉을 진행하는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적극적으로 견제했다.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취소 시기부터 ‘중국 배후론’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연내 성사 목표로 다양한 관측이 제기
1차 때처럼…일방적 취소 통보 가능성?

나아가 그는 최근 불거진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은 양국의 외교·안보 분야로 확산되면서 패권 경쟁 구도로 형성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상황에 발맞춰 중국을 압박해 대북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시 주석은 무역 분쟁을 두고 “자력갱생에 내몰리고 있지만 나쁘지 않다”며 경제 자립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까지 감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 해군은 남중국해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이다 중국 군함과 충돌 직전까지 갔다. 

당시 양국 군함의 거리는 41m에 불과했다. 남중국해는 이곳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 간 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중국은 이곳에 인공섬을 지어 군사기지화를 추진 중이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고 있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미중 분쟁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역시 그 영향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핵화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과 가장 강력한 대북 영향력을 구사하는 중국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미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 발표가 점쳐진다. 중국의 개입은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 중국의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북미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결국 중국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비핵화 협상의 최전선에 나가있는 최선희 북한 외무부상은 지난 4일 중국을 찾았다. 최 외무부상은 2박3일 일정으로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 겸 조선반도문제특별대표를 만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방북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밀월관계를 대대적으로 과시하는 형국이다.

북미 간 세부 협의 자체만으로도 합의점을 찾기 힘든 데다 중국의 개입이 교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상황에 따라 북미가 최악의 상황에 봉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 중간 선거 개입론’을 꺼내들며 “시진핑은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있는 두 국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중국의 개입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차 정상회담 때와 같은 취소 통보를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8일 비핵화 의제를 들고 중국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중은 한반도 비핵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양국은 현재 겪고 있는 갈등 국면을 드러냈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미관계 회복을 위해 미국은 잘못된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있다”라고 맞받아쳤다.


미중 갈등 여전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방중 이전에 일본과 북한 그리고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3개국 모두 최고 지도자와 만났지만 중국에선 시 주석을 만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북미 회담 개최 전까지 양국의 마찰음이 비핵화 의제를 어떻게 관통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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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