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리포트> 충암고 에이스 강효종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8.31 13:24:58
  • 호수 1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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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이 이렇게 잘 던져?"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현재 고교 1학년 투수 중 가장 핫한 선수는 역시 덕수고 장재영이다. 1학년이면서도 최고 구속 150km/h 이상을 던지고 있으며 메이저리그 신분조회까지 받은 투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장재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재영 이상의 완성도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동년배 투수가 있다. 바로 충암고 1학년 강효종(181㎝/75㎏, 우우, 1학년)이다.
 

사실 1학년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인원수가 많은 서울의 명문고라면 더욱 그렇다. 서울의 명문고들은 3학년들의 숫자가 워낙 많은 데다 올 시즌은 투구수 제한까지 생겨서 3학년들이 대학진학을 위한 타석수, 이닝을 채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입학 동시에
에이스 자리

웬만한 실력으로는 1학년이 경기에 뛴다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다. 거기에 아직 체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1학년이 팀의 명운을 짊어지기에는 그 부담감이 너무 크다. 양창섭도 1학년 때는 고작 5.2이닝 투구한 것이 전부였고 강백호는 달랑 6이닝이었다. 곽빈, 서준원, 송명기 등은 아예 1학년 때 등판 기록이 없다.

그런데 충암고 1학년 강효종은 이미 올 시즌 44이닝을 투구했다. 놀라운 것은 충암고가 올시즌 최악의 대진표를 받아들며 전국대회서 모두 1라운드 탈락을 했고, 대통령배에는 아예 나서지 못했음에도 이 정도 이닝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가 얼마나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강효종은 모든 면에서 1학년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이미 웬만한 3학년 선수들보다 낫다. 덕수고 장재영이 워낙 뛰어나서 그렇지 강효종이 찍은 최고 144km/h(평속 137∼140)의 직구도 결코 느린 스피드가 아니다.

강효종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기본기가 좋다는 점 때문이다. 기본기는 눈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향후 성장세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단기간에 교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좋으면 성장곡선은 훨씬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강효종의 중학시절 은사 충암중 배성일 감독은 그에 대해서 이미 중학교 시절에 135km/h를 찍었다고 증언한다. 강효종은 중학교 때 체인지업이 워낙 좋아 배 감독을 놀라게 했다.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재미를 붙이며 자꾸 공을 밀어던지게 됐고 배 감독은 직구가 145km/h 이상이 되기 전까지는 체인지업을 던지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의 탁월한 손재주와 야구 센스를 짐작해볼 수 있는 일화다.

강효종은 투구 폼이 예쁘고 투구 밸런스도 좋다. 투구 밸런스 또한 타고난 재능이다. 공을 던지는 데 있어서 크게 무리가 없다. 아직 근력도 부족하고 공을 채고 찍어 누르는 느낌은 약하지만 다리를 들어올리고 팔이 앞으로 넘어오는 일련의 과정들에 큰 불편함이나 걸림이 없다.

공을 가볍게 던지기 때문에 한 경기 100개 이상의 공은 쉽게 던진다. 이미 주말리그서 100개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4월7일 개막전 장충고 전서 5이닝 동안 105개 투구로 무실점투를 벌이더니 4월28일 경기고 전에선 8이닝 99개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선린고 전에선 7.1이닝 동안 고작 2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베어스 출신
아버지의 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강효종은 야구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 OB베어스 선수 출신 강규성의 아들이다. 뛰어난 기본기는 아버지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캐치볼, 쉐도우를 하면서 만들어진 투구 폼이다. 1학년 같지 않은 야구센스는 아버지를 통해 전승된 것이다

“아버지는 옛날에 OB베어스 선수셨습니다. 좋은 기록을 남기시지는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왔다가 다쳐서 야구를 바로 그만두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중학교 135km/h…지금은 144km/h
기본기 탁월한 야구인 2세 우뚝

강효종의 장점은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 견제능력 등이 두루 괜찮다는 것이다. 일단 44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15개, 사구가 5개다. 삼진은 46개를 잡아서 이닝 당 삼진율이 1을 넘어간다. 나쁘지 않은 볼삼비다.

“커브는 느린 커브를 던집니다. 슬라이더는 가다가 바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슬라이더입니다. 슬라이더는 직구와 똑같이 때리기보다는 약간은 비틀어서 던집니다. 체인지업은 중학교 때는 굉장히 잘 던졌는데 고교 때는 감독님의 지시로 던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직구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이번 동계 때 연습 예정입니다.”
 

견제능력도 탁월하다. 팀 내 최고 수준의 견제능력을 지니고 있다. 충암중 배성일 감독은 “1루주자가 3발 이상 가면 무조건 죽는다. 아직 중학교 선수 중 효종이보다 견제가 좋은 선수는 못 봤다”고 했다. 중학교 때 내야수였던 탓에 번트수비도 나쁘지 않다.

슬림한 체격
걱정은 없다

아쉬운 것은 역시 체격이다. 딱 봐도 왜소하고 슬림해 보인다. S라인의 몸매다. 일반인으로서는 매우 멋진 몸매지만 투수의 몸으로서는 많이 아쉽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체격으로 많은 공을 던지려니 힘이 부족한 것이 느껴진다. 

구속도 아직 올라오지 않았고 공 자체도 많이 가볍다. 배트에 공이 맞으면 앞으로 많이 뻗는다. 강효종 또한 체격이 현재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고백한다. 현재 그의 목표가 80kg까지 살을 찌우는 것이다.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아직 그는 성장기다. 거기에 부모님이 모두 크다.(아버지 187cm, 어머니 170cm) 만약 지금보다 강효종이 5cm만 더 크고 살이 좀 찐다면 그의 공은 훨씬 더 힘이 붙을 것이다. 구속도 당연히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다.

올시즌 그의 투구이닝은 현재까지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타선에 비해서 충암고 마운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거기다가 올시즌 충암고의 성적이 안 좋아 내년 시즌 도약에 대한 부담도 크다. 

강효종은 팀의 명운을 책임지기 위해서 올해보다 훨씬 많은 이닝과 경기를 소화해야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체력적으로 완전하지 않아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감독님께서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거니까 지금도, 앞으로도 열심히 던질려고 생각합니다(웃음). 저에게는 흔치 않은 좋은 기회입니다.”
 

강효종은 올 시즌 황금사자기서 호된 진통주사를 맞았다. 전국대회 데뷔전인 강릉고 전이다. 그 경기서 두 번째 투수로 등장한 강효종은 6피안타 4사사구로 7실점을 하는 최악의 투구를 했고 팀도 패했다.

“첫 대회라서 긴장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전국대회 데뷔전이라서 그런지 스트라이크를 넣을 라고 해도 잘 안 들어가더라고요. 그 경기를 통해 좀 더 정신을 많이 차리게 된 것 같습니다. 전반기나 후반기나 주말리그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전국대회는 느끼는 것이 조금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 번 실패했으니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죠.”

괴물 장재영과
라이벌전 기대

고교 야구계에선 장재영이 화제다. 모든 관심은 장재영에게 쏠려 있다. 사실 빠른 공은 타고나는 것이라 만약 제대로 성장해서 진짜 160km/h를 던지는 날이 온다면 장재영은 이미 저 멀리 메이저리그에 갈 재능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속을 제외한 모든 부분서 강효종의 우위다. 제구력, 견제 능력, 변화구 구사 능력, 완투 능력서 그렇다. “재영이와는 친한 사이입니다. 다만 재영이랑은 중학교 때는 대결은 거의 안 해봤던 것 같습니다. 워낙 대단한 선수인 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투수지만 제구는 재영이보다 내가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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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