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림당 오너 일가 ‘수상한 부동산’ 추적

신통한 예지력…땅만 사면 대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예림당 오너 일가는 투자의 신이었다. 평범한 논밭이었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이후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상승분이 큰 토지의 경우 10배가량 올랐다. 토지 가격 상승 배경을 추적했다.

예림당은 독특한 회사다. 출판사를 주력으로 성장한 회사지만 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투자였다. 예림당은 지난 2012년 티웨이항공을 50억원에 인수했다. 결과론적으로 저비용 항공사 전성시대라는 수혜를 입었다.

티웨이항공
50억에 인수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기준 584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0억원, 397억원을 기록하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티웨이항공은 업계 호황을 업고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림당이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재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출판사와 항공사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이 같은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예림당의 투자 안목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로 반전했다. 

예림당 운영하는 나춘호 회장과 그의 가족들의 투자 안목은 부동산에도 있었다. 나 회장은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상품리 ▲▲▲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처음 매입한 시기는 2001년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보유한 토지 수십 곳으로 늘어났다. 크기가 큰 곳은 6만㎡를 웃돌만큼 대규모 매입이었다.


나 회장 일가의 투자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공시지가는 2005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기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2001년 나 회장이 매입한 상품리 ○○○ 1만154㎡규모의 토지는 매입 당시 개별공시지가가 6110원 수준이었다. 2004년까지 7160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치다가 2005년 1만7200원으로 매입 당시의 가격보다 3배가까이 급등했다. 

이후에도 강한 상승세는 이어졌다. 2006년 3만6500원, 2007년 3만9200원, 2008년·2009년 4만3000원, 2010년 4만7000원, 2011년 4만1400원, 2012년 4만7300원, 2013년 5만1500원, 2014년 5만4200원, 2015년·2016년 5만7000원, 2018년 5만9800원 수준으로 대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매입가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대체적으로 나 회장이 매입한 땅들은 비슷한 시기에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큰 규모의 토지인 상품리 ○○○-△. 이곳의 6만6507㎡ 규모다. 나 회장이 매입한 토지 가운데 가장 크다. 이곳은 2008년 분할로 인해 매입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를 확인할 수 없다.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개별공시지가는 2008년 이후부터다.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는 4만3000원 수준이다. 상승세의 추이는 나 회장이 매입한 또 다른 임야와 유사다. 올해 기준 개별공시지가 역시 5만9800원으로 같다. 

따라서 나 회장이 이곳의 토지를 매입했을 당시 개별공시지가 역시 6000원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 땅에서 
부친이 사업

특이한 점은 인근 임야의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토지 서쪽에 인접한 임야는 2001년 1710원을 기록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기준 6170원을 기록했다. 동쪽에 인접한 임야의 개별공시지가도 2001년 1880원을 기록한 뒤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9250원을 기록했다. 5배의 상승을 밑돈 수준. 

나 회장으로서는 투자의 안목이 탁월(?)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이곳은 2005년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나 회장이 매입한 상품리 지역의 토지 인근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추세로 올랐다. 

일부지역은 나 회장이 매입한 가격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나 회장은 예림랜드라는 회사의 지분 60%를 확보해 식물원을 운영했다. 회사는 현재 나도연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법인 설립에 앞서 2001년 여주군 산북면에 식물원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2004년 예림랜드 법인이 설립되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해여림식물원을 개원했다. 2014년에는 해여림빌리지로 식물원 이름을 변경했다.

일각에선 해여림빌리지가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여림빌리지가 특정개발진흥지구에 지정된 취지에 무색하게 식물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1조제2항제8호에 따르면 특정개발진흥지구는 주거·공업·유통·물류·관광·휴양 외의 특별한 기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지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여림빌리지는 식물원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무색하게 펜션, 캠핑장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여림빌리지에 설치된 건축물은 ▲관리동 1동 ▲펜션 3동 ▲캠핑장 4구역 ▲교육체험실 1동 ▲카페 2동 ▲식당 1동 ▲매표소 1동 ▲매점 2동 ▲기타 주차장 및 간이휴게 시설 등이다. 본래 사업인 식물원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관광 휴양의 목적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캠핑장과 펜션은 관광 진흥법에 의거해 설치돼야 한다.

지자치 단체와 회사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는 해당 지역이 특정개발진흥지구에 포함된 것과 더불어 계획관리지역과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되면서 지자치 단체의 인가에 따라 해당 건축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인가 
투기인가

계획관리지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제1항제2호에 의거해 관리지역 중 하나로서 도시지역의 편입이 예상되거나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지정한다.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1조제3항에 의거해 토지이용의 합리화 및 기능 증진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할 구역에 지정된다.

여주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특정개발진흥지구에 포함된 것과 더불어 계획관리지역과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면서 해당 건축물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건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해당지역이 특정개발진흥지구의 취지에 무색하더라도 관광단지를 위한 허가를 받으면 더 많은 혜택이 갈 텐데 굳이 (시 차원서)혜택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건축물의 허가가 여주시장의 재량권인 만큼 허가의 기준이 높낮이는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또 있다. 예림랜드는 나 회장의 지배력 아래에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로 해석된다. 그런 예림랜드가 가족들이 대거 매입한 땅 위에 건물을 짓고 지료를 내는 것을 두고 의혹의 시선이 나온다. 

토지 가운데는 나 대표의 땅도 있는데 건축물들을 설치하면서 지료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나 대표 소유의 상품리 466-4 토지 위는 예림랜드 소유의 건물이 세워졌다. 해당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콘크리트 지붕 2층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2015년 6월10일 건축됐다. 

지하 1층 84.09㎡, 1층 530.83㎡, 2층 522.03㎡, 옥탑층 58.76㎡ 규모다. 물론 예림랜드 측이 정당한 지료를 내고 토지를 이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지료를 주변 시세 대비 과다하게 내고 있다면 증여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여림빌리지 측에 해당 사업을 통해 내는 지료에 대한 내용을 질의했지만 지난 17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해당 건축물이 세워진 토지에 지상권 설정이 돼있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별 문제가 될 사항으로 읽히지 않는다면서도(지상권 설정이 안 돼 있는 점은)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림당 관계자도 “해당 사항은 법률적인 검토후 진행된 사업으로 관련 부서에 문의해 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여림빌리지
특혜 의혹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매입한 토지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면서도 “나춘호 예림당 회장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면서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배경에는 남다른 투자 감각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혹의 투자왕?

나춘호 예림당 회장이 티웨이항공을 품으면서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 과정에 의혹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티웨이항공을 노리고 있던 회사가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티웨이항공은 매각됐다. 

당시 인수를 희망하던 회사 가운데는 저비용항공사 1위 기업인 제주항공도 포함됐다. 당시 기사를 참조하면 제주항공은 티웨이항공의 운항 기종이 B737-800으로 동일해 규모 확장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몇 군데의 기업이 티웨이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곳은 예림당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애초에 예림당에 유리하게 짜여진 경쟁입찰의 결과가 아니겠냐는 의혹이 있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예림당은 인수전 이전에 이미 티웨이항공 3대주주로서 이미 지분 9.7%를 가지고 있는 3대주주 신분이었다. 예림당은 당시 자사의 임직원을 파견하고 티웨이항공의 자금 운용까지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회사가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는데 부담은 또 있었다. 

대주주 보유주식 매각 시 동반매각할 권리인 ‘태그얼롱’을 예림당 측에 부여했다. 당시 대주주인 신보종합투자의 주식 72.38%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매각권리를 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대주주가 3대주주의 권리를 지켜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예림당 인수 내정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대구공항을 기반으로 티웨이항공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서 태어난 나성춘 회장의 꿈이 대구를 통해 이뤄지는 모양새가 됐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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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