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림당 오너 일가 ‘수상한 부동산’ 추적

신통한 예지력…땅만 사면 대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예림당 오너 일가는 투자의 신이었다. 평범한 논밭이었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이후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개발구역에 포함됐다. 상승분이 큰 토지의 경우 10배가량 올랐다. 토지 가격 상승 배경을 추적했다.

예림당은 독특한 회사다. 출판사를 주력으로 성장한 회사지만 재계에 이름을 알린 것은 투자였다. 예림당은 지난 2012년 티웨이항공을 50억원에 인수했다. 결과론적으로 저비용 항공사 전성시대라는 수혜를 입었다.

티웨이항공
50억에 인수

자본잠식에 빠져있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기준 584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70억원, 397억원을 기록하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났다. 티웨이항공은 업계 호황을 업고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림당이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재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출판사와 항공사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이 같은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예림당의 투자 안목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분위기로 반전했다. 

예림당 운영하는 나춘호 회장과 그의 가족들의 투자 안목은 부동산에도 있었다. 나 회장은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상품리 ▲▲▲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처음 매입한 시기는 2001년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서 보유한 토지 수십 곳으로 늘어났다. 크기가 큰 곳은 6만㎡를 웃돌만큼 대규모 매입이었다.


나 회장 일가의 투자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공시지가는 2005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경기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2001년 나 회장이 매입한 상품리 ○○○ 1만154㎡규모의 토지는 매입 당시 개별공시지가가 6110원 수준이었다. 2004년까지 7160원으로 소폭 상승에 그치다가 2005년 1만7200원으로 매입 당시의 가격보다 3배가까이 급등했다. 

이후에도 강한 상승세는 이어졌다. 2006년 3만6500원, 2007년 3만9200원, 2008년·2009년 4만3000원, 2010년 4만7000원, 2011년 4만1400원, 2012년 4만7300원, 2013년 5만1500원, 2014년 5만4200원, 2015년·2016년 5만7000원, 2018년 5만9800원 수준으로 대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매입가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대체적으로 나 회장이 매입한 땅들은 비슷한 시기에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장 큰 규모의 토지인 상품리 ○○○-△. 이곳의 6만6507㎡ 규모다. 나 회장이 매입한 토지 가운데 가장 크다. 이곳은 2008년 분할로 인해 매입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를 확인할 수 없다. 
 

확인 가능한 가장 최근 개별공시지가는 2008년 이후부터다. 당시의 개별공시지가는 4만3000원 수준이다. 상승세의 추이는 나 회장이 매입한 또 다른 임야와 유사다. 올해 기준 개별공시지가 역시 5만9800원으로 같다. 

따라서 나 회장이 이곳의 토지를 매입했을 당시 개별공시지가 역시 6000원대였을 것으로 보인다.


아들 땅에서 
부친이 사업

특이한 점은 인근 임야의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토지 서쪽에 인접한 임야는 2001년 1710원을 기록한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기준 6170원을 기록했다. 동쪽에 인접한 임야의 개별공시지가도 2001년 1880원을 기록한 뒤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9250원을 기록했다. 5배의 상승을 밑돈 수준. 

나 회장으로서는 투자의 안목이 탁월(?)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이곳은 2005년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나 회장이 매입한 상품리 지역의 토지 인근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추세로 올랐다. 

일부지역은 나 회장이 매입한 가격보다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나 회장은 예림랜드라는 회사의 지분 60%를 확보해 식물원을 운영했다. 회사는 현재 나도연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법인 설립에 앞서 2001년 여주군 산북면에 식물원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2004년 예림랜드 법인이 설립되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해여림식물원을 개원했다. 2014년에는 해여림빌리지로 식물원 이름을 변경했다.

일각에선 해여림빌리지가 특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여림빌리지가 특정개발진흥지구에 지정된 취지에 무색하게 식물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1조제2항제8호에 따르면 특정개발진흥지구는 주거·공업·유통·물류·관광·휴양 외의 특별한 기능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는 지구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해여림빌리지는 식물원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무색하게 펜션, 캠핑장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해여림빌리지에 설치된 건축물은 ▲관리동 1동 ▲펜션 3동 ▲캠핑장 4구역 ▲교육체험실 1동 ▲카페 2동 ▲식당 1동 ▲매표소 1동 ▲매점 2동 ▲기타 주차장 및 간이휴게 시설 등이다. 본래 사업인 식물원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오히려 관광 휴양의 목적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캠핑장과 펜션은 관광 진흥법에 의거해 설치돼야 한다.

지자치 단체와 회사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 근거는 해당 지역이 특정개발진흥지구에 포함된 것과 더불어 계획관리지역과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되면서 지자치 단체의 인가에 따라 해당 건축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투자인가 
투기인가

계획관리지역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제1항제2호에 의거해 관리지역 중 하나로서 도시지역의 편입이 예상되거나 자연환경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지역에 지정한다.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1조제3항에 의거해 토지이용의 합리화 및 기능 증진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거나 수립할 구역에 지정된다.

여주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특정개발진흥지구에 포함된 것과 더불어 계획관리지역과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되면서 해당 건축물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건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해당지역이 특정개발진흥지구의 취지에 무색하더라도 관광단지를 위한 허가를 받으면 더 많은 혜택이 갈 텐데 굳이 (시 차원서)혜택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건축물의 허가가 여주시장의 재량권인 만큼 허가의 기준이 높낮이는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를 밝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또 있다. 예림랜드는 나 회장의 지배력 아래에 있는 사실상 개인회사로 해석된다. 그런 예림랜드가 가족들이 대거 매입한 땅 위에 건물을 짓고 지료를 내는 것을 두고 의혹의 시선이 나온다. 

토지 가운데는 나 대표의 땅도 있는데 건축물들을 설치하면서 지료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나 대표 소유의 상품리 466-4 토지 위는 예림랜드 소유의 건물이 세워졌다. 해당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콘크리트 지붕 2층 문화 및 집회시설 용도로 2015년 6월10일 건축됐다. 

지하 1층 84.09㎡, 1층 530.83㎡, 2층 522.03㎡, 옥탑층 58.76㎡ 규모다. 물론 예림랜드 측이 정당한 지료를 내고 토지를 이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지료를 주변 시세 대비 과다하게 내고 있다면 증여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해여림빌리지 측에 해당 사업을 통해 내는 지료에 대한 내용을 질의했지만 지난 17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해당 건축물이 세워진 토지에 지상권 설정이 돼있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의무사항이 아니기에 별 문제가 될 사항으로 읽히지 않는다면서도(지상권 설정이 안 돼 있는 점은)통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림당 관계자도 “해당 사항은 법률적인 검토후 진행된 사업으로 관련 부서에 문의해 본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해여림빌리지
특혜 의혹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위해 매입한 토지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면서도 “나춘호 예림당 회장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면서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배경에는 남다른 투자 감각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혹의 투자왕?

나춘호 예림당 회장이 티웨이항공을 품으면서 재계에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그 과정에 의혹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티웨이항공을 노리고 있던 회사가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티웨이항공은 매각됐다. 

당시 인수를 희망하던 회사 가운데는 저비용항공사 1위 기업인 제주항공도 포함됐다. 당시 기사를 참조하면 제주항공은 티웨이항공의 운항 기종이 B737-800으로 동일해 규모 확장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을 비롯해 몇 군데의 기업이 티웨이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곳은 예림당이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애초에 예림당에 유리하게 짜여진 경쟁입찰의 결과가 아니겠냐는 의혹이 있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예림당은 인수전 이전에 이미 티웨이항공 3대주주로서 이미 지분 9.7%를 가지고 있는 3대주주 신분이었다. 예림당은 당시 자사의 임직원을 파견하고 티웨이항공의 자금 운용까지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회사가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는데 부담은 또 있었다. 

대주주 보유주식 매각 시 동반매각할 권리인 ‘태그얼롱’을 예림당 측에 부여했다. 당시 대주주인 신보종합투자의 주식 72.38%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매각할 수 있음에도 이 같은 매각권리를 준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없는 대주주가 3대주주의 권리를 지켜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예림당 인수 내정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대구공항을 기반으로 티웨이항공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서 태어난 나성춘 회장의 꿈이 대구를 통해 이뤄지는 모양새가 됐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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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