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노의 남자들 아귀다툼

여의도가 온통 노란색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선거제도 개혁이 9월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최근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야당은 화답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 선출될 당 대표에 따라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인사들이 저마다 당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선거제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정 대표는 취임 일주일 뒤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서 “목숨 걸고 선거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정기 국회가 넘어가면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 간다”며 사실상 개혁 시기를 9월 정기국회로 못 박았다.

선거제 개혁
9월 정기국회로

정 대표가 제안한 선거제 개편은 갑작스럽지 않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를 비롯한 여러 갈래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특히 선거제 이슈는 20대 국회 전반기부터 개헌과 함께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선거제 개혁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선거제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한다. 지역구 의석은 현행 방식대로 결정되고 나머지 의석은 배분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10%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30석이 배분된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0석을 획득했다면 나머지 20석은 비례대표제로 보완된다.


사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민의를 더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군소정당들의 국회 입성이 원활해질 공산이 크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 역시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정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긍정적이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는 지난달 선거제 개혁과 개헌을 연동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시대적 책무”라고 밝혔다. 바미당의 선거제 개편 입장은 다음달 2일 선출될 새 당 대표를 통해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 중 몇몇은 공식적으로 선거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환 후보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후보 역시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소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제도 개혁을 통해 진정한 동서화합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바미당 전당대회에서 가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손학규 후보도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이다. 손 후보는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호소했다.

정동영 연일 선거제 개혁 띄우기
김병준 “선거구제 이야기 가능”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하 김 위원장)도 선거제 개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을 예방한 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 대표는 “김 위원장의 한국당과 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우군이 됐으면 좋겠다”며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거구제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룸을 열어뒀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제1야당까지 우군으로 확보해 놓은 셈이다.

애당초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함께 거대 양당의 축으로 자리하면서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소선거구제 개편은 현행 의석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까닭은 지난 6·13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
한국당도 다급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에게 완패했다.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결정적이었다. 한국당은 보수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와 경북 단 두 곳서 승리했다. 겨우 체면치레한 셈이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오는 2020년 시행되는 21대 총선과 결부지어 볼 수 있다. 소위 지방선거는 정부와 정당의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한국당이 이전과 달리 선거제도 개편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위기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의당도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민의를 제대로 담보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정의당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를 만나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협력을 촉구했다.

다만 정 대표는 민주당을 예방해 추미애 대표(이하 추 대표)를  만나는 과정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추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민주당 추 대표와 한국당 김 위원장을 만나 똑같이 (선거제 개편을) 강조했지만 추 대표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를 좌우할 수 있는 입지를 지니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데다 정당 지지도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도 ‘싹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압승했다. 당 내외에선 21대 총선 전망도 지방선거 결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의석수와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제 논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지 않다. 최근 여야 5당은 회동을 통해 올해 안에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5당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당제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서 뜻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당들이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마련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선거제 개편에 뜻을 함께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묻자 “문제없다”며 한국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선거제와 함께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여야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서부터 적극적인 화답에 이르기까지 동행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평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민주당과 바미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바미당은 각각 오는 25일과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선거제 이슈가 힘을 이어간다면 각 당 수장들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은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 대표 여론조사에선 이해찬 후보(이하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바미당에선 손 후보가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평가된다. 이에 타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손 후보를 견제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등판한 이들을 향해 ‘노의 남자들’이 돌아왔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와 김 위원장 그리고 정 대표는 모두 참여정부서 일한 경험이 있다. 손 후보 역시 정치적으로 얽혀있다. 

이들이 모두 각 당 대표로 자리한다면 ‘노의 남자들’이 당 전면에 포진하게 된다.

전대 이후
다시 재편?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창단기획단장으로 열린우리당 창단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그는 참여정부에서 36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정 대표는 참여정부서 31대 통일부장관으로 남북문제를 책임졌다. 이후 그는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창당했다. 2007년 대선 때는 노무현정부의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다. 정 대표는 당시 대선 후보 경선서 이 후보와 손 후보와 경쟁했다. 정 대표는 대선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패했다.

손 후보는 이듬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맡으며 당 수습에 들어갔다.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세 사람의 운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정책자문단 단장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간사위원과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하다 7대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13일 만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네 사람 모두 참여정부 시절 정치권의 중심서 활약했다.

과거의 인연으로 얽혀있는 이들이 모두 당 대표에 안착하게 된다면 정 대표의 선거제 개혁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 개편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민주당과 바미당의 전당대회 이후 그 행보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은 취임 이후 개헌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힘을 실었다.

문 의장은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의장은 이날 “선거제도의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만 개편한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정치개혁을 제대로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문 의장 역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민주당·바미당 전대 후 선명해질 듯
문 의장까지 가세…개편 가능성은?

전당대회 이후 새 당 대표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5당 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선거제 개혁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주당과 바미당 전당대회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얽힌 이 후보와 손 후보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선거제 개혁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으로 꼽힌다. 정쟁의 과열이 예상된다. 게다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의석수 확보를 위한 각 정당의 움직임이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은 의석수로 원내 3당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바미당 소속 후보들의 99%가 낙선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중심에 선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바미당은 다가올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꼽히는 손 후보는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 강조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평화당도 지난 지방선거서 한계를 보였다. 기초단체장은 5석 확보에 그쳤다. 호남서의 성과는 있었지만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 또한 평화당은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의 공동교섭단체를 결성했지만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타계로 지위를 상실했다. 

2020 총선 결과에 따라 당의 존폐 여부가 좌우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평화당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당의 현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선거제 개혁의 키는 민주당에 달려있다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민주당은 연일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서 압승했다. 이어 2020 총선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입장을 통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 어디까지
당 대표 입장은?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서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 있는 이들이 4당의 수장이 된다. 정의당과 후반기 국회를 이끄는 문 의장이 선거제 개편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들의 정치적 결단이 선거제 개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의 숙원, 선거구제 개편 이뤄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선 직후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선거제를 바꾸겠다”며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지역구도가 깨지면 대통령 권한을 그만큼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수용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한나라당에게 제안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의 반대급부 내용은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시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행정구역 개편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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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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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