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기다리는 범털들 백태

대통령 입만 보고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특사는 없다.” 청와대는 이번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특사를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특사를 더욱 학수고대하는 까닭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역대 정권의 특사를 비춰볼 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은 없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사면’을 골자로 첫 특사를 단행했다. 다음 특사는 언제쯤 진행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에는 혹시?

특사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속해있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체됐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정부 들어 그 목소리를 더욱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은 지난달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광복절을 맞아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양심수들의 특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민가협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쉴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선 이 전 의원 석방과 관련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주최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이석기 의원 석방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이 전 의원을 석방하는 건 시대의 명령이고 대통령의 의무”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의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사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 전복 행위라는 비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전 의원의 특사 논란은 최근 불거진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파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당시 행정처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항소심 판결은 엄격한 법리에 따라 해석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해산심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고 명시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판결은 모두 박근혜정부 때 발생했다. 당시 행정처는 정당해산 심판에 대해 ‘박근혜정부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무산
사면권 제한기조 유지

또 이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정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앞당겨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전 판사와 이 전 의원에 대한 문건이었다.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전 의원) 판결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 한다”고 명시돼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월22일 이 전 의원 사건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돼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행정처는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전망, 언론사 보도 분석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당시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되자 법원 차원의 대응 논리도 제시됐다. 행정처는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사회 갈등을 근거로 상고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부에 의한 정치재판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한명숙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한명숙
새로운 국면 맞나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기소돼 지난 2011년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항소심서 유죄 판결 받아 전세가 역전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상고심서 원심인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고 2027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교도소서 나와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이해찬·우원식·전해철 의원 등이 찾아 한 전 총리를 격려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 이후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며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한 전 총리와 함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전 지사)도 언급된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된 이 전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고,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상태다.

이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단 기획팀 팀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중심축으로 꼽혔던 금강팀 멤버였다. 대선 승리 이후 이 전 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을 수행했다. 금강팀 멤버로는 유일하게 청와대로 입성한 인물이다.

이 전 지사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지난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지사의 혐의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기준으로 원천적 사면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사면 명단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내 차례는
언제쯤…

정재계 인사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의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1천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법인자금 횡령, 계열사 불법 지원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1560억 중 1520억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판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2심 재판서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지원회사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며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사를 언급할 당시 윤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또한 출국에 있어서도 지장을 받는다.

이석기·한명숙, 문건 공개로 반전?
경제인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이슈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사 요청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종류 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하면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병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결정했다.
 

오두진·김진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특별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미 수감돼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특사 단행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즉시 석방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에 대체복무 도입과 함께 늘 빠짐없이 포함됐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지난해 5월 보고서의 권고대로 석방 조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제기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권고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들도 기대
사연 가지각색

두 변호사는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이 문제를 국제인권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첫 특사는?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특사는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포함한 부패형 범죄 수형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복권된 이들은 모두 6444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일반형사범 6400명, 고령 등 불우 수형자 18명,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그리고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사면 및 복권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특사 대상은 용산참사 관련자와 정 전 의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당시 강제철거에 반발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용산참사는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대표적 공안사건”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배려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정치인인 정 전 의원의 사면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이후 정 전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과 서울시장 출마 등을 추진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와 공방을 펼쳤다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해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외에도 165만975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 운전, 경찰 폭행, 사망 교통사고 등은 제외했다. 또한 1716명을 대상으로 어업인 면허·허가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수>


<기사 속 기사> 특사 절차는?

특별사면은 형의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종류)를 지정해 국회동의를 얻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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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