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 리더십 비밀 대해부

‘파란 유니폼’만 24년 삼성의 맏형 ‘일내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삼성라이온스는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최형우와 강봉규의 적시타에 힘입어 두산을 5-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삼성은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면서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만이다. 이처럼 빛나는 성과 뒤편엔 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이 있었다. 그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던 배경은 대체 뭘까.

형님 리더십-항상 선수들 다독거리고 격려해 
소통-끊임없는 대화로 심리적 부분까지 배려


삼성라이온스는 지난해 12월30일 류중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월초에 취임식이 있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퇴진과 함께 류 감독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류 감독은 취임 후 3개월 동안 수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땜질용 감독 선임’이라거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는 전임 선 감독의 퇴진이 워낙 갑작스럽게 이뤄진 데 따른 것이었다. 구단에서 새 감독을 부랴부랴 임명하다보니 무난한 카드로 류 감독을 선택했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임시로 거쳐 가는 감독일 뿐, 성적이 나지 않으면 1년 만에 또다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보’ 딱지를 단 류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전부 오해였음을 몸소 증명했다. 류 감독은 부임 첫해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두산을 꺾고 2011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5일 현재 78승3무50패로 승률 0.609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감독 첫해 최다승(종전 삼성 선동열·74승·2005년)을 이미 뛰어넘었고 최고 승률(종전 삼성 선동열·0.606·2005년)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팀에서 계속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으로서 감독 첫해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것은 류 감독이 처음이다. 이 같은 성과는 그간 류 감독을 낮게 평가하던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동안의 우리 야구사를 돌아보면 초보 감독들이 돌풍을 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았다. 젊은 감독의 에너지가 팀의 기운과 어우러져 가진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탄탄한 팀을 물려받았다는 점도 분명 류 감독에겐 힘이 됐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류 감독의 리더십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사의 능력이 없다면 조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값진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인내-급한 상황에서도 적응기…부상선수 독려
내려놓음-참모들의 의견을 존중?많은 권한 부여

[형님의 리더십]

그 첫 번째 비결로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꼽힌다. 류 감독은 항상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격려하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팀을 이끌었다. 질책보다는 칭찬을 앞세웠다. 류 감독은 8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의미 없는 솔로홈런을 때린 선수라도 꼭 더그아웃 앞에 나가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적극적인 공격, 자신감 있는 공격에 대한 격려였다.

올해 삼성 타선은 볼카운트 0-3에서 다음 공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류 감독이 히팅 사인을 그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다 아웃이 되더라도 채찍을 드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당근을 건네며 적극적인 공략을 칭찬했다. 경기에서 패한 경우엔 늘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를 통해 류 감독은 새내기와 주전 선수들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이번 정규시즌에서 여러 차례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던 것도 모두 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리더십]

두 번째 비결은 ‘소통’이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지도자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 심리적인 부분까지 배려하려 애썼다. 이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훈련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류 감독은 “너! 저쪽으로 빠져.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는 말 대신 “너, 오늘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 다음에 하자”라고 한다. 선수가 거부해도 류 감독은 “싫을 때 억지로 하면 다칠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음날 해당 선수는 십중팔구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수시절 삼성에서 뛴 마해영 ISPN 해설위원은 “프로 감독 대부분은 선수들과 직접 소통을 꺼리지만 류 감독은 다르다. 정해진 틀에 머무는 법이 없다”며 “열린 사고방식으로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해 선수단에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인내의 리더십]

‘인내’도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삼성을 1위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류 감독의 인내가 가장 빛났던 것은 지난 7월 외국인 투수 2명을 바꿀 때였다. 2위와의 승차가 2경기뿐이었지만 등판을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2군에서 공을 던지며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와 스스로 투구 컨디션을 조절할 여유를 줬다.

둘은 성적으로 배려에 보답했다. 매티스는 8경기에서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승(1패)을 거뒀다. 저마노도 6경기에서 5승(1패)을 올리며 삼성의 상승세에 날개 역할을 했다. 매티스는 잇따른 호투에 대해 “2군에서 한국야구를 좀 더 많이 보고 연구할 수 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려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장원삼, 권혁 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투수진을 채근하지 않으며 가동할 수 있는 전력만으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부상 선수들에 대한 독려까지 더 해져 선수단은 여느 때보다 밝은 분위기를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


[내려놓음의 리더십]

보통 신임 감독의 경우 조바심을 내면서 단기 성적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루머에 시달리던 류 감독으로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류 감독은 코치로만 11년을 재직하면서 얻은 지혜를 류 감독은 실제 팀운용에 접목시켰다.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것. 류 감독은 본인 전공이 아닌 투수 파트는 투수코치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면서 슬기롭게 팀을 이끌었다. 섣부른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평소 “1년에 133경기를 하면서 감독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말한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꾸로 1년간 치르는 133경기 가운데 감독의 판단 착오로 지는 경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감독이 가진 막강한 권한은 곧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류 감독은 코치들에 대한 무한신뢰로 이같은 가능성을 줄였다. 현장에서 해결해줄 거란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

지도자에는 용장, 지장, 덕장, 복장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감독상을 보여주고 있다. 딱히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매순간 계산기를 두드리는 치밀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허술한 듯 내보이는 유머와 자연스러움 속에,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쩌면 야구팬들은 새로운 명장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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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