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문재인 복안 대해부

묵직한 바캉스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4박5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주말을 포함하면 총 9일간의 휴식기였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셈이지만 산적한 현안들을 뒤로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서 비롯된 이슈들이 정국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 기간 문 대통령의 구상에 여러 예측이 오가는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휴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오후 춘추관 정례브리핑서 “통상 대통령이 어디로 휴가를 가고, 어떤 책을 들고 가고, 휴가 구상 콘셉트는 무엇이고 등을 브리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순수한 휴가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복귀 이후
현안 수두룩

문 대통령은 대부분의 휴가 기간을 군 보안시설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휴가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휴가 이후 본궤도에 들어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두고 여러 예측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정국 구상은 문재인정부 2기와 함께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문재인정부 2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교체를 시작으로 공석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을 지명하는 등 조직개편이 시작됐다.

우선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대통령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3실장·12수석·48비서관 체제서 자영업 비서관 1곳만 늘렸다. 신임 비서관에 대한 인선도 진행될 예정이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이날 “인선이 진행 중”이라며 “어떤 비서관은 내정이 돼서 채용 절차를 밟고 있고, 어떤 곳은 사람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편된 조직체계는 실질적으로 지난 1일부터 적용됐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로운 진용을 갖출 태세다.

문재인정부 2기의 성패는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현안들과 관련이 깊다. 문 대통령이 야당에 제안한 협치내각이나 민생 경제, 기무사 개혁, 종전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어느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사회, 경제 등을 아우른다. 각 사안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할 때쯤 문 대통령은 휴가를 떠났고,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발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정치적 현안에는 협치내각이 화두다. 협치내각은 문재인정부 2기 내각에 야당 인사의 참여를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후반기 국회 정상화에 힘입어 개혁입법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제 역할을 다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방선거와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들이 국회를 잠식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 1만건에 달했다. 6·13지방선거 이후 여야는 이구동성으로 국회 정상화를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서 압승해 유권자들에게 성과를 보여야 했고, 야당은 각자도생으로 존재감을 키워 21대 총선을 대비해야 했다. 이에 여야는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을 통해 국회를 정상궤도에 안착시켰다.

휴가 복귀 후 2기 정국운영 본격화
협치내각-개혁법안 연결고리 작동?


국회의 정상화와 함께 여야의 정책대결 레이스가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한국 경제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 정책대결의 장을 여는 데 한몫했다. 여론을 좌우하는 중심축으로 평가받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정 이슈를 붙잡고 정략적 대결을 이어가기엔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었다. 전반기 국회처럼 공전국회를 후반기에도 거듭하기엔 명분이 부족했다.

문 대통령은 개혁 입법을 통해 경제 동력을 되살리고자 한다. 신산업 육성을 막는 규제를 혁파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언급한 ‘한국 경제 체질 개선’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그 연장선서 협치내각을 내세웠다. 개혁 법안이 적용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현재 의석수는 129석이다. 범진보진영으로 평가받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14석, 정의당은 5석, 민중당은 1석이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비례대표 3인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의원 등을 합하면 범진보진영은 156석 안팎이다.

다만 본회의 의결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을 채우지 못한다면 법안처리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협치내각을 제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세법 개정안
국회 문턱 넘나

청와대는 평화당과 정의당부터 한국당과 바미당까지 아우르는 협치내각을 제안했다. 진영을 가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협치내각을 제안한 청와대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공을 국회에 넘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협치내각이 어떤 방향성을 갖게 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마주한 또 다른 사안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세법 개정안이다. 문재인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반영된 만큼 관심이 쏠렸다. 정책대결을 펼치고 있는 여야 역시 이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8 세법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세지출 확대로 소득주도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선명한 충돌을 보이고 있는 영역은 ‘부자증세·서민감세’ 논란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각각 2조8254억원, 3786억원씩 줄어든다.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기존 166만가구에서 334만가구로 약 2배 확대된다. 자녀장려금 역시 기존 106만가구서 111만가구로 증가한다.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해 소득재분배를 활성화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어 중소기업을 상대로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한다. 고용증대세제는 청년 위주로 확대해 공제기간도 늘렸다. 고용증대세제에 따르면 청년 정규직을 고용한 기업은 500만원을 추가로 공제를 받는다. 공제 기간은 대기업의 경우 1년에서 2년으로,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년서 3년으로 확대됐다.


이어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 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인건비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다.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6개월 이상 육아휴직 후 복귀하게 되면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각각 10%와 5%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남성 근로자도 이에 해당되며 아이 1명당 1회에 한해 적용된다. 또한 육아휴직 복귀 후 1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적용기간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다.
 

또한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사업주의 경우 경영성과급의 10%를 세액 공제받고, 근무자는 소득세의 50%를 감면받는다. 성과공유제란 중소기업의 성과를 근로자와 공유한다는 것이다. 즉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다.

반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은 각각 2223억원, 5659억원씩 증가한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조합 예탁금 등 저율 분리과세 전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역시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증세가 작용될 예정이다.

세법, 기무사, 북핵 등 곳곳 지뢰
현안 극복 시 지지율 반등 가능성

여야는 법안 심사가 이뤄질 9월 정기국회서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분배에 주안점을 뒀던 소득주도 성장이 재분배에 방점을 두는 포용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임금 가속인상에 이어 세금 가속인상이 벌어질 판”이라고 날을 세웠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날 “효과가 의문스러운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주도 경제를 위해 그동안의 예산 퍼붓기와 조세지출까지 동원돼 염려가 크다”며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이번 세법개정안은 공정과세 방향 하에 소득분배와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세법 개정안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세법 개정안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 전후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19일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 원내대표들이 다 선출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에게) 말씀 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무사 개혁
본격 시행 예정

군 기무사 개혁 문제 역시 도마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 박근혜정부 당시 작성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시발점이 됐다. 이어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세부 문건은 비상 계엄령이 선포됐을 경우 언론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예상되는 광화문과 여의도에 특전사를 비롯한 장갑차 등을 투입하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로 직접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의 기무사 실체 파악이 진전되지 않자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어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하극상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출석해 기무사 문건을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문건 제출을 직접 지시하는 등 이례적 조치를 보이는 것에 대해 촛불시위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하면서 국가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정권 창출의 연결고리를 촛불시위로 보는 만큼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무사 개혁 의지가 강한 만큼 기무사에 메스를 대는 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휴가 복귀 이후 문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비핵화 관련 의제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비핵화 이슈는 지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비핵화의 후속조치 등을 관통하면서 종전선언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의 회담과 이후 후속 협상의 장을 열어주는 등 중재자의 역할을 해냈다. 다만 북미 양국은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 비핵화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국은 이를 진정한 비핵화 조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미국은 검증이 가능해야만 보상이 오고갈 수 있고, 신뢰가 쌓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소극적인 이유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의 위치에 섰다. 문 대통령은 연내 4자 종전선언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극비리로 방한해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전선언 등
외교 현안까지

북한은 지난달 31일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광고해대는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행태는 지금 온 겨레의 규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지지율 6주 연속 하락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지난달 23∼27일까지 전국 성인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61.1%로, 전주 대비 1.8%p 하락해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두고 ‘매우 잘한다’와 ‘잘하는 편’에 응답한 응답자는 각각 35.0%와 26.1%였다. ‘잘한다’라는 응답은 이 둘을 합한 61.1%였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33.3%를 기록했다. 이는 ‘잘못하는 편’ 15.8%와 ‘매우 잘 못함’에 응답한 17.5%를 더한 값이다.

문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이후 현안 극복 여부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지난 1월 말 가상화폐와 남북단일하키팀 논란 등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59%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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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