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돈 리스크 막전막후

사정 칼날이 로열 혼맥 난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재 재계의 분위기는 전전긍긍이다. 최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사정권 밖의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다양한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언제든지 사정 칼날 위에 설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 최근에는 사돈기업에 대한 압박이 높다. 사돈관계가 또 다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3·4세 경영인이 주름잡고 있다. 회사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창업주와 2세대 경영인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3·4세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다양한 혼맥으로 얽혔다.

사각지대 거래
특혜·부당거래

재계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한 그룹의 경우 대부분 직간접적인 혼맥으로 얽혀있는 모습이다. 혼맥으로 이어진 그룹들 간 거래가 발생하면 특혜성 거래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을 받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거래를 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거래 자체만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적폐 청산 작업에 따라 재계 역시 적폐로 분류되는 모든 것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승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면 최근에는 혼맥까지 염두에 두고 사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그룹 간의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점도 사돈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삼표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지난 1995년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이 때문에 두 그룹 간 거래를 두고 특혜성 논란이 따라다녔다. 시민단체는 이들 그룹 사이의 거래에 편법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회(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조 등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경찰·검찰…사정기관 거센 압박
적폐청산 작업 따라 현미경 검증 들어가

이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사돈 기업이며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해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며 “현대제철은 거래 과정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 계약을 맺도록 해 글로비스에 부당지원을 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움직이자 공정거래위원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그룹이 삼표 그룹에 부당지원을 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지난 4월 삼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돈지간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삼표그룹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원을 투입해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회계자료를 확보하면서 두 그룹간 부당거래 의혹 검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돈지간이 ‘기업인-기업인’ 형식뿐만 아니라 ‘정치인-기업인’간 사돈지간도 특혜성 거래 및 비호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단단히 털리고(?) 있는 중이다.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 사돈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가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결혼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됐다. 

또 조 회장의 형이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기 때문에 효성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돈기업까지 
벌벌 떠는 재계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조사에 조사4국 요원이 투입되면서 강한 압박이 예상됐다. 국세청 조사4국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포착했을 때 비정기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른바 특별세무조사다. 

따라서 향후 한국타이어는 거센 검증의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한국타이어의 계열사로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타이어 조씨 일가 해외부동산 공개’ 제하의 기사를 통해 조 회장 일가의 해외부동산 매입 과정을 살펴봤다. 조 회장 일가는 하와이에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과정에 대해 의혹이 쏠렸다. 

따라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역시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편취를 했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및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해 조치했다.

공정위는 또 효성에 17억2000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2세 조현준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2년 이후 계속된 심각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말 퇴출 직전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효성 재무본부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검토 끝에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지원 방안을 기획·설계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서 효성투자개발이 ‘리스크’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서 저리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금의 7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리하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위험을 효성 계열사에 떠넘기고 자금을 조달한 혐의가 드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주식 가치를 11배나 부풀려 약 179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겔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조 회장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부풀려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부풀린 금액은 최대 11배 수준. 
 

조 회장의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주주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적용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은 초반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선 MB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사정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돈 기업 역시 구설에 오르면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김 의원의 딸이 사돈 기업 엔케이 자회사에 허위 취업을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장녀는 박윤소 회장의 장남과 2011년 3월 신라호텔서 결혼하면서 사돈 관계가 됐다.

KBS는 김 의원이 장녀가 엔케이 자회사인 더세이프티의 차장 직급으로 근무해 급여 307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근무한 5년간 수령한 임금 총액은 4억원에 달했다는 것.

복잡한 혼맥
불투명 거래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를 시작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의 엔케이 본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박 회장을 소환해 김 의원의 장녀 취업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뇌물 공여 등에 대한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혹이 점점 ‘확대 양상’이라는 점이다. 엔케이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에 불량납품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한국원자력 측에 납품을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다양한 관계 실타래처럼 엉켜
언제, 어디로 불똥 튈지 몰라

영풍그룹도 최근 사돈댁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김 장관의 딸 윤세인씨가 최창근 고려아연(영풍 계열사) 회장의 아들 민석씨와 2015년 결혼하면서 사돈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정제영씨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낙동강 오염의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관련 행정심판서 김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김 장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한 언론을 통해 “공동창업으로 인연을 맺긴 했지만 이미 40년도 전에 관계를 정리한 회사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제가 영풍석포제련소 관련 행정심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이런 주장이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사돈기업 대원강업 부당지원 논란으로 재차 구설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허재철 대원그룹 회장의 장녀 허승원씨와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문제는 허 회장 일가가 대원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원강업의 경영권을 뺏길 위기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제기됐다. 적절한 투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와 고려용접봉은 2007년 대원강업의 지분 8.2% 보유하면서 주요주주에 오른 뒤 2009년 23.8%까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허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홈쇼핑, 금강에이앤디, 현대쇼핑은 홍 대표 측이 지분매입에 나설 때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2009년부터 지분 매입을 시작했는데 투입된 금액만 4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적절한 투자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돈 기업을 위해 상당부분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덕 좀 
보나 했더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돈기업 간의 거래는 부당거래의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돈기업 구설은)사각 지대서 발생하는 부당 거래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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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