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문 궁합 보니…

국가 의전서열 1-2위 ‘충돌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국회가 본회의를 개의했다. 의회주의자로 통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후반기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밝혔다. 국회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규제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선 입법이 보장돼야 한다.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의 호흡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지난 13일 국회는 본회의 개의로 정상궤도에 안착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본회의는 지난 5월28일이었다. 꼭 46일 만이다. 국회는 남북평화무드와 6·13지방선거를 관통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였다.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였다. 여야는 선거결과에 따른 재정비 국면에 돌입했고, 원 구성 협상을 완료했다.

원 구성과 의장단
후반기 진용 갖춰

이어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이 의사봉을 잡게 됐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문 의장을 비롯한 여야 신임 국회 의장단이 내정·선출됐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구축된 것이다.

‘여의도 포청천’으로 불리는 6선의 문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이다. 문 의장은 지난 13일 본회의서 단독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문 의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자신이 대표적 의회주의자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 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싸워도 국회서 싸워야 한다”며 운을 뗐다. 문 의장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전반기가 청와대의 계절이었다면 이제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며 “집권 1년차에 발표한 청와대의 수많은 개혁 로드맵은 반드시 국회의 입법을 통해야만 민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치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 것이다.

문 의장은 지난 20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도 협치를 내세웠다. 문 의장은 특히 제1야당과의 협치에 대해 강조했다. 또 정책연합과 같은 소연정과 야당 소속 장관의 임명 등을 언급하며 여야 간 합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와대 역시 지난 23일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콘셉트를 ‘협치’로 구상했다. 청와대는 ‘협치내각’을 제안하며 야당 인사의 장관 임명 등을 내비췄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하 김 대변인)은 “여당서 지방선거 이후 먼저 요청이 왔다”며 “민주당과 야당의 논의가 진전되는 것을 보면서 결정짓기 위해 기다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 절차와 협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협치 내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협치의 범위에 대해선 “좀 많이 열려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범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뿐 아니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2기 내각의 키워드가 협치라는 점에서 문 의장의 의지와 상통한다.

문 의장, 개헌·선거제도 개편 전면
청, 개혁입법 두고 협치 내각 제안

청와대는 협치 내각을 내세우며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지난 전반기 국회는 남북평화와 드루킹 그리고 6월 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에 잠식된 상태였다. 지방선거를 마친 이후 국회가 정상 가동 절차를 밟게 되면서 그동안 밀렸던 현안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 중 경제 문제가 가장 가시적으로 대두됐다.


6월 지방선거가 종료된 지 이틀 뒤인 지난 6월15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5월 고용동향 내용이 충격적”이라며 화두를 던졌다. 김 부총리는 이날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경제팀 모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야 간 경제 공방레이스가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경제 이슈가 정국을 관통했다. 이는 곧 중앙 이슈로 부상했다. 개혁입법연대의 등장도 그 연장선에 있다.

특히나 여야는 최저임금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최저임금 상승에 발맞춰 후속 대책 마련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은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사과 발언은 여야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사용자와 노동자 어느 쪽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나온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완전히 철회하지 않았다.

개혁입법 위해
협치내각 카드

여야는 스스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지난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경제성과를 필두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반면 야당은 경제지표의 낮은 점수를 부각하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야당은 경제정당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규제혁신을 통해 경제 회복을 노리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3대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혁신성장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여겨진다. 

혁신성장은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해 신산업을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신산업 육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 등을 내세우며 개혁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 역시 규제 혁신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규제 혁신 법안이 통과될지에 대해선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5법이 아닌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을 주장한다. 

이들은 규제프리존법이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보다 먼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규제 혁신 의지가 국회의 문턱에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을 제안해 법안 통과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경제회복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협치 내각에 대해선 반응이 제각각이다.


야, 개헌·선거제도 카드로 맞불
향후 정국 따라 행보 주목받을 듯

한국당은 협치 내각 국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인 까닭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대해 “범여권 위성정당 포섭에 나서려는 모양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범여권 위성정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을 가리킨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협치가 아니라 한국당을 패싱시키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그는 청와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협조를 요청할 경우 “적극 협조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협치 내각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국당과 달리 바미당과 평화당은 조건부 수용을 내비추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다. 개헌은 권력 구조의 개편을 골자로 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로 여겨지는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다. 선거구제 개편이 개헌과 함께 이어지는 까닭은 선거구제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과 연동돼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당 차원서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 개헌과 선거 제도 개혁 등을 요구하는 한편,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는 협약서 제시를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협치를 연정으로 평가했다. 그는 “연정을 하려면 협약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며 “무조건 장관부터 보내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 역시 선거제도와 개헌을 언급했다. 
 

조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서 “야당 앞에서 장관 한 두 자리를 놓고 유혹하는 것은 협치가 아닌 통치”라며 날을 세웠다. 이어 “협치 내각을 하려면 선거제도 개선과 개헌합의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서 “청와대 또는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정치적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사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치 내각 두고
개헌·선거구 조건

문 대통령의 협치 내각 제안은 그만큼 개혁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에게 개헌과 선거구제는 부담이다. 특히 개헌의 경우 지난 전반기 국회처럼 ‘이슈의 블랙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전반기 국회에선 개헌 국회라는 명목으로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다. 

당시 국회는 개헌 정국을 관통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개헌의 부상은 문 대통령에게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제2의 개헌 정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것이다.

한편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 요구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문 의장의 발언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다. 문 의장은 취임 이후 연이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했다. 두 사안이 청와대와 야당 간 협상카드로 작용한 데에는 문 의장의 발언이 다소 결정적이었다.

문 의장은 지난 17일 제헌절 70주년 경축사를 통해 “국민의 80%가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올해 연말까지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다. 문 의장은 18일 취임 기자간담회서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문 의장은 “촛불혁명의 제도적 완성은 개헌과 개혁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개헌의 방향에 대해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개헌안을 도출하기 위해 교섭단체대표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제도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근접거리에 합의 사항이 상당히 있다”고 밝혔다. 야당이 청와대의 협치 내각에 맞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강조하는 배경 중 하나다.

규제 개혁을 서두르고자 하는 문 대통령과 개헌의 불씨를 다시 지핀 문 의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대선 공약 전면에 내세우며 취임 이후 개헌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6·13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로 개헌은 추진되지 않았다. 당시 야당은 정부 주도가 아닌 국회 주도의 개헌을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개헌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이 무산될 당시 “국회는 헌법을 위반했고, 국민은 헌법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며 “이번 국회서 개헌이 가능하리라고 믿었던 기대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 기조는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18일, 강병원 원내대변인을 통해 “개헌은 경제민생 입법들을 외면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았고, 선거 이후 여야 간 정책대결 레이스가 펼쳐지면서 개헌 이슈는 자칫 힘을 잃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문 의장의 취임과 함께 개헌 불씨가 되살아났다. 문 의장은 개헌을 연이어 강조했다. 

대통령-의장
개헌에 시각차

그가 개헌 불씨를 쉽게 꺼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문 의장은 후반기 정국에 국회를 전면 내세울 방침이다. 또 국회 전반기를 청와대의 계절이라 평가하면서 국회 후반기를 국회의 계절로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국회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풀이된다. 개헌을 불편해하는 청와대의 문 대통령과 개헌을 다시 살려낸 국회의 문 의장이 향후 정국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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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