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태> 야구장 ‘죽음의 광물’ 석면 검출 파문

600만 관중 시대 연 국민스포츠…선수도 팬도 ‘경악’

[일요시사=손민혁 기자]지난달 2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같은달 초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전국 5개 야구장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 성분이 검출된 구장은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인천 문학구장, 경기 수원구장, 구리 구장 등으로 2만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운동장 3곳은 모두 석면이 검출되어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최근 ‘최동원, 장효조’ 프로야구계의 두 거장이 암으로 운명을 달리 한 터라 그 파문은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야구장 ‘석면’ 검출 사태를 집중 조명해봤다.

서울, 부산, 인천, 수원, 구리 구장 검출
환경단체, 야구장 조속 폐쇄 요구 빗발쳐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는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다.

가을잔치에 초대될 4개 팀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롯데-SK의 치열한 2위 싸움과 윤석민(KIA) 투수의 선동렬 이후 최초의 투수 4관왕 달성, 오승환(삼성)의 세이브 아시아 신기록 달성 여부 등 시즌 막판까지 흥미로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팬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계가 ‘죽음의 광물’ 석면이 검출된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죽음의 광물’ 석면

조사 대상 야구장 중 모든 곳에서 석면이 검출됐고 그중 4개 구장에서 프로야구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야구팬들과 선수들은 늘 암 발생 위험에 노출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내 최대 규모로 LG트윈스-두산베어스 양 팀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연간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은 LG트윈스 더그아웃 앞과 3루에서 1루 사이 주루 등에서 채취한 토양시료 3개에서 2003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트레몰라이트 석면 0.25%, 백석면 0.25%가 검출됐다.

부산 사직구장은 내야 주변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 3개에서 트레몰라이트 석면 0.25%와 백석면 1%가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천 문학구장은 1개 시료에서 석면 1종이 검출됐으며, 수원구장 역시 내야 주루 토양 시료 5개에서 액티놀라이트 석면 0.25~0.5%와 백석면 미량~0.25%가 검출됐고, 구리구장에서도 석면이 발견됐다.

이같은 석면 검출 소식에 환경부는 이를 파악하고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28일 중부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종의 광물 가운데 사문석 등 4종류의 광물에서 많게는 30%의 석면이 함유돼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보고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아무런 제재 없이 석면이 들어 있는 사문석과 감람석을 대형 제철소와 학교운동장, 프로야구 경기장에 계속 공급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수많은 관중이 모이는 야구장이 대부분 감람석을 갈아서 만든 파쇄토를 사용하는데, 파쇄토는 선수들이 달리고 슬라이딩하는 베이스 근처와 주루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경부와 문광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더 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석면이 검출돼 선수와 심판, 팬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도 시즌 종료까지 예정대로 경기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3개 기관이 지난달 27일 경기직전 대책회의를 연 끝에 시즌종료 후에 그라운드를 보수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것이다.

같은 날 오전 환경부는 경기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책회의 후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물을 자주 뿌리고 올 시즌을 예정대로 마치기로 했다. 이는 KBO 측이 야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하면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경기 강행 소식이 전해지자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운동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지난 달 28일 “물을 뿌리면 석면 먼지 비산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야구장의 특성상 석면 먼지 비산을 감수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주관한 회의에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나왔다는데 아연실색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가 한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석면 때문에 사망하는 지구촌 최악의 산업재해 위험물질이라고 경고하는 석면문제를 ‘물 뿌리면 괜찮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속한 처리 촉구

뒤늦게 충격적인 사태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KBO는 야구장 내 석면 검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을 하고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KBO는 정규시즌이 끝난 직후인 7일부터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23일까지 잠실구장의 토양을 모두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직과 문학구장은 홈팀 롯데와 SK가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올 시즌이 끝난 뒤 갈아엎게 된다.

이에 대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원칙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석면이 검출된 흙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한국야구위원회가)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면 검출 소식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은 한결같이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았고 LG 트윈스의 포수 조인성은 “포수는 소리도 많이 지르고 홈에서 주자가 슬라이딩하면 먼지도 많이 마신다”며 걱정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석면 위협에 노출된 것은 선수나 심판이나 똑같다”며 “심판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수와 심판 등 야구 관계자들은 리그 중단에 대해선 한결같이 반대 의견을 보였다. 한 선수는 “꺼림칙하긴 하지만 몇 경기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도 “하루빨리 조처를 취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리그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석면 파동이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야구에 찬물을 끼얹은 만큼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KBO 등 해당기관들은 신속한 자세로 사태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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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