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활비’ 해외사용 내역 공개

몰래 받아 다른 나라서 펑펑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 특활비 내역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드는 경비다. 그러나 특활비가 사용된 내역을 보면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안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이 대표적이다. 의원외교활동을 명목으로 의원친선협회 방문 경비에 특활비가 사용된 사례가 꽤 된다. 물론 의원외교는 기밀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의원친선협회 방문 결과 보고서는 여러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일 참여연대는 국회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특활비 자료(2011∼2013)에 따르면 3년간 240억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영수증은 단 한 장도 없었다. 특활비가 국회의원의 ‘제2의 월급’ ‘쌈짓돈’ 으로 불리며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목적에 부합
하지만 비밀?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다. 사용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특활비를 사용하게 된 근거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특활비 사용 내역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일요시사>는 의원외교활동 중 ‘의원친선협회 방문’에 사용된 특활비를 주목했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이 기밀 유지에 해당되는 활동이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친선 목적의 방문과 기밀 유지의 성격은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의원들의 외교활동 자체를 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회의 역할과 권한에 ‘외교’도 포함된다. 국회는 ‘초청외교활동’ ‘방문외교활동’ ‘국제회의 참석’을 보장한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은 방문외교활동에 속한다. 


방문외교활동은 방문국 의회 및 정부 주요인사와의 면담과 산업체 및 교육·문화시설 등의 시찰로 이뤄져있다.

또 의원들의 원활한 외교 활동을 위해 의회외교단체가 구성돼있다. 의원친선협회 역시 이 중 하나다.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회외교단체는 ‘의원외교협의회’ ‘의원친선협회’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로 구성돼있다. 의원외교협의회는 주변 주요국 의회와의 상호교류 및 합동회의 개최 등을 바탕으로 한다. 또 단순한 친선단체의 성격을 넘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전문의회외교단체를 뜻한다. 

현재 국회는 미국·중국·러시아·EU 의회와 의원외교협의회를 결성했다.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는 한중 간 우호협력 관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양국 의회 간 정기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는 협력의정서를 통해 결성된 외교단체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의원친선협회의 경우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상대국 의회 의원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양국 간 이해증진과 협력강화를 목적으로 결성된 외교단체다.

기밀 유지 필요 때 쓰이는 특활비
의원친선협회 방문 시 사용, 왜?


국회에선 의원외교를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한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의원친선협회 방문에 특활비가 사용됐다. ‘기밀을 유지할 만한’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의원친선협회의 경우 상호교류 및 기타 친선활동의 성격이 강하다.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방문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기밀 유지와 친선의 거리가 더욱 멀어 보인다. <일요시사>는 공개된 2011∼2013년 의원친선협회 특활비 사용 사례 중 각 해마다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경우를 꼽았다.
 

2011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사용해 의원친선협회 방문 명목으로 상대국을 방문한 사례는 ‘한·자메이카-도미니카-파나마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경비’다. 총 478만950원의 특활비가 사용됐다.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국 방문은 지난 2011년 8월8일부터 17일까지 8박10일 일정이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대표단은 총 5명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박종근·진영·이애주 의원과 민주당 이미경 의원 그리고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 박선영 의원이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박선영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이 이용했던 비행기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었다.

보고서의 주요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8월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비행기 경유를 위해서였다.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당시 김영목 뉴욕 총영사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후 대표단은 다음날인 8월9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같은 날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교민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날인 8월10일에는 도미니카 하원의장을 예방했고, 도미니카·한 의원친선협회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어 대표단은 당시 박동실 주도마니카공화국 대사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예산 있는데
추가로 사용

대표단은 이튿날 8월11일 도미니카 산토도밍고를 출발해 같은 날 파나마 파나마 시티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들은 당시 두정수 주파나마 대사 주최의 만찬에 참석했다. 다음날 8월12일에는 파나마 국회의장을 예방했고, 한·파나마 의원친선협회 주최의 오찬을 가졌다. 

이후 현지 진출 국내기업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표단은 이튿날 8월13일에 파나마 파나마 시티를 출발해 같은 날 자메이카 킹스턴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8월14일 교민 초청 간담회를 가졌고, 이튿날 8월15일 자메이카 하원의장을 예방했다. 

대표단은 이날 자메이카 킹스턴을 출발해 자정이 다 돼서야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음날 8월16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인천에 도착했다.


방문 결과 보고서에 기록된 이들의 주요 일정은 오찬과 만찬 그리고 교민간담회와 예방이다. 의원친선협회의 목적인 ‘상대국 의회의원 간의 상호교류 및 친선활동’과 상통한다. 그러나 특활비가 지급된 것은 의문이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진 의원은 개인일정으로 7월2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다. 그는 개인일정 후 8월9일 미국 플로리다를 출발해 같은 날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민주당 이 의원 역시 개인 일정으로 8월5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후 8월8일 뉴욕에서 대표단과 합류했다. 이 의원은 대표단에 합류하기 전인 8월5∼7일까지의 체재비와 숙박비를 개인 부담했다. 
 

이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자메이카 일정에 불참했다. 자메이카 일정을 취소한 이 의원은 8월 13일 파나마 파나마시티서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대표단과 달리 8월15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8월16일 인천에 도착했다.

선진당 박 의원은 개인 일정으로 같은 해 7월22일 사전 출발했다. 박 의원은 8월8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서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고 이어 대표단과 합류했다. 이후 일정은 대표단과 같다.

2012년엔 ‘한·대만, 한·싱가포르 의원친선협회 대표단 상대국 방문경비’서 의원친선협회 방문 명목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 총 297만9020원이었다.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월7일부터 13일까지 6박 7일 일정이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대표단은 총 4명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조진형·강승규 의원과 민주통합당 유선호·박우순 의원이었다. 대표단을 지원하기 위해 당시 이덕형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이 이용했던 비행기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었다.

보고서 주요 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5월7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이날 대표단은 당시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날인 5월8일엔 임덕복 대만 입법위원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후 대표단은 교민 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 5월9일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한 대표단은 같은 날 싱가포르의 수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날의 공식 일정은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10일 대표단은 주싱가포르 대사주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싱가포르 국회부의장과 싱가포르 의원 3명이 동석했다. 이어 대표단은 주싱가포르 한인회장 주최의 만찬에 참석했다.

대표단은 그 다음날인 5월11일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출발해 같은 날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필리핀을 방문한 까닭은 경유를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날 주필리핀 한국대사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대표단은 5월13일 필리핀 마닐라를 출발해 같은 날 인천에 도착했고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사이 5월12일의 일정은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대표단 역시 상대국 의회의원과 만나 교류하는 등 의원친선협회 방문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친선협회 방문 차 기밀을 요하는 특활비를 받은 것에 대해선 의문이다. 보고서에 기록된 대표단의 공식 일정은 오찬과 만찬 그리고 간담회뿐이었다.

밥 먹고 구경
굳이 써야?

2013년에는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의원친선협회 상대국방문 경비’서 방문외교 명목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지급됐다. 총 721만5100원이었다.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월28일부터 8월6일까지 8박 10일 일정이었다. 대표단은 총 6명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송광호·정갑윤·신성범 의원과 민주당 백재현·이찬열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었다. 의원외교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당시 이경은·임진표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은 비행기를 총 9번 이용했다. 이 중 비즈니스석이 5번, 일반석이 2번이었다. 나머지 2번은 ‘현지항공’ 이라고 보고서에 기재됐다. 이 현지공항은 모두 일반석이었다.

대표단은 7월2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인도 델리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후 숙소서 휴식을 가졌다. 대표단은 다음날 7월29일 델리 시내를 시찰했다. 이후 자유오찬을 가진 대표단은 인도·한 의원친선협회장과 면담을 했다. 이후 인도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저녁엔 대사주최 만찬을 가졌다. 이튿날 7월30일엔 인도 델리를 출발해 인도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보고서엔 이날 대표단이 전일 문화 시찰을 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다음날 7월31일 대표단은 인도 바라나시를 출발해 인도 델리로 복귀했다. 

대표단은 이날 델리 시내를 시찰하며 자유일정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인도 델리를 출발해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했고 숙소서 휴식을 가졌다.
 

다음날 8월1일 대표단은 콜롬보 시내와 스리랑카 국회를 시찰했다. 이후 스리랑카·한 의원친선협회장을 면담했고 선물가게를 방문하는 등 시내 시찰에 나섰다. 이어 이들은 스리랑카 경제개발부장관과 만났고 숙소 체크아웃 후 골(스리랑카 도시 이름)로 향해 만찬을 가졌다.

이튿날 8월2일 골 주변을 문화시찰하고 콜롬보로 돌아와 시내시찰을 이어갔다. 이후 대표단은 대사주최 만찬으로 하루를 끝냈다.

다음 날 8월3일 이들은 스리랑카 콜롬보를 출발해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비행기 경유를 위해 태국에 도착한 것이다. 대표단은 공항 근처서 오찬을 가진 뒤 미얀마 양곤으로 향했다.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이들은 만찬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8월4일은 전일 문화시찰과 자유일정을 가졌다고 기록돼있다. 이들은 8월5일엔 미얀마 양곤을 출발해 미얀마 네피도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이날 하원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고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면담했다.

같은 날 오후 미얀마 네피도를 출발해 미얀마 양곤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대사주최 만찬을 가졌고 오후 늦게 미얀마 양곤을 출발해 다음날 8월6일 인천에 도착했다.

보고서에 기록된 대표단의 일정은 문화시찰 및 시내시찰과 자유일정, 면담과 예방 그리고 오찬과 만찬이 전부였다. 기밀 유지를 필요로 하는 특활비가 지급된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의원외교 예산 따로, 특활비 따로
국회 외유성 논란 스스로 해결해야

국회에선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위한 예산이 따로 책정된다. 그러나 의원들은 친선협회 방문을 명목으로 특활비를 받았다. 결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의원들의 외교활동엔 기밀과 관련된 사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최근 공개된 특활비 내역으로 의원 외교활동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외교 활동은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절차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반복된다면 의원들의 외교활동이 자칫 외유성 출장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 국회 스스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언급된 사례뿐 아니라 특활비가 사용된 대부분의 의원친선협회 방문은 오찬과 만찬, 면담과 예방 그리고 문화시찰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기밀성이 요구될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활비 논란이 부상하면서 정당들은 특활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의 폐지보다 제도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평화당 역시 이와 대동소이하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특활비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외교? 외유성?
경계 선명해야

특활비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의원 외교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의원외교가 기밀 유지 등이 요구되기에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나도 의원외교를 해 봤지만 기밀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의원 외교 명목의 특활비는 거의 다 외국 나가는 의원들에게 용돈 비슷하게 지급된 사실을 감안하면 국회에선 필요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활비 폐지법’ 이름 올린 의원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특활비 폐지 내용을 담은 국회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총 1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 심상정·김종대·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형수·표창원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그리고 민중당의 김종훈 의원이다.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특활비를 제외하고, 국회의장 소속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신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작년 11월 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공동발의한 의원은 바른미래당 권은희·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언주·정병국·정운천·박인숙 의원 등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장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특활비 등 별도의 총액으로 제출하는 항목을 포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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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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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