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부딪힌 비핵화 운명

멀고도 험한 한반도 평화, 만약 엎어지면 3차 대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후속조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각각 경제협력과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길목을 터준 셈이다. 비핵화의 시작과 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얽히고설킨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한 까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5일, 워싱턴을 출발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전에도 북한을 두 번 방문해 북미 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변함없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협상
폼페이오 3차 방북

폼페이오 장관은 기존의 CVID 원칙(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FFVD라는 새로운 비핵화 원칙을 제시했다. FFVD는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를 뜻한다. CVID보다 다소 약화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북 정책 완화론이 제기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한미 공동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 간 여러 접촉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비핵화 후속 조치를 위해서다.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양국 간 후속 협상은 북미정상회담서 발표한 성명문의 구체성을 채우는 과정이다. 북미는 그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대두된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4·27남북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어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비핵화 문제를 꺼내든 셈이다.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싣고자 한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와 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천명됐기 때문이다. 한미는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을 추진 중이다. 남북은 최근 도로·철도 협의를 가졌다. 교통 인프라 투자를 통해 효과적인 경협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어 남북은 지난 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산림협력 분과 회담을 개최했다. 

남북은 이 자리서 북한의 산림 복원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향후 남북 경협 분야로는 건설·항만·에너지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내세웠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중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훈련 중단은 대북 정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자극과 도발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시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후속협상
신뢰 구축 가운데 대북제재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단행한 조치였다. 또한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담긴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언론성명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안보리 언론성명은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신 안보리 전체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가시적 후속조치가 있기 전까지 안전장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을 거친 바 있다.

특히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이 명시됐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은 핵 활동의 전면 동결과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선언했다. 또 9·19공동성명에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핵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까닭이다.

신뢰 형성?
제재 유지 가닥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의지 외에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은 불투명하다. 또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실질적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협력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신뢰 구축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진일보한 후속조치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보상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완전한 비핵화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일각에선 비핵화 문제가 강제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관통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과 만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소위 ‘판을 벌여 놓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입지를 내세우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비핵화 해결 가능성을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더욱 고립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서 “리스크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비핵화란 것이 명료하게 종료될 수 없는 사안임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의지만 밝힌 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끌고 가도 북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잘못되면 남조선 책임론, 미국 책임론으로 전가하면서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면 이에 질색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유화방안이 나온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계를 늦춰 보상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회담 일정을 뒤로한 채 중국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3차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경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경협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사절단은 중국 전역을 시찰했고, 북한 경제 관료들은 북중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최근에는 구본태 북한 대외경제상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구 부상은 북한의 경제와 무역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상의 방중으로 본격적인 북중 경협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 교수는 비핵화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는 여러 이슈들과 얽히면서 꽤나 시간을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가 북한체제의 변화 요인으로 북핵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은 예견된 시간보다 늦춰진 상태서 진행됐다. 또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예정된 시기에 북측은 답변을 미루고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역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북한은 북중정상회담을 가졌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됐다. 북핵 문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비밀 핵시설
다양한 변수 부상

비핵화의 어려움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변수가 상존해 있어서다. 비핵화 변수는 앞으로의 후속 과정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시기상조인 까닭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앞서 언급한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 제재 완화로 인해 대북 영향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핵화 해결 방안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탄두·핵시설 은폐 의혹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실제로 주장한 핵탄두의 수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0년부터 강성이라는 지역에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농축 규모는 그간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영변의 두 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계·변수 잇따라 수면 위로
김정은 결단에 성사 여부 달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남궁영 교수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비핵화의 가부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진실성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성명을 통해서만 드러났다”며 아직까지 실질적 조치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물밑접촉과 후속협상 등은 비핵화 후속조치를 위한 것인 만큼 변수를 주시하면서 해석해야 한다”고 보충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변수 역시 김 위원장의 진실성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진실성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타협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새로운 타협에 대해서 “과거의 핵은 인정하는 대신 ICBM을 파기하고 미래의 핵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대통령이
또 나설 차례?

남궁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진실성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할 보상 등을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받아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 혹은 경제지원 등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핵시설·미사일 실험장, 지금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영변서 여전히 각종 핵시설이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이야기가 안 된 걸로 안다”며 “동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스탠스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방부로부터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결과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함경남도 신포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신규 건조 정황이 포착됐다”며 “동창리 등 수 곳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정상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동창리 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곳이다.

그는 “난수방송도 여전히 방송 중”이라고 덧붙였다.

 난수방송은 북한이 대남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다. 난수 방송은 숫자나 문자 등을 조합해 만든 난수와 모스 부호 등을 이용해 남파 공작원 등에게 전달한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우리 군의 조치와 반대로 북한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전부”라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와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와 외교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되 대한민국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부는 변함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사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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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