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태아로 만든 ‘인육캡슐’ 한국 상륙 실태

한국인은 식인종?…황혼에도 즐길 수 있다면 ‘인육’ 쯤이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몸에 좋다면 먹지 못하는 게 없는 세상. 이미 몸에 좋다는 음식이라면 뱀, 개구리, 지네, 곰 등 아끼지 않고 먹는 한국인의 보신행각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갑자기 나타나 반짝 몸에 좋다고 하면 떠들썩하다가 금방 잊히고 말거나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몸에 좋은 새로운 음식이 나왔다고 하면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전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태아의 사체를 갈아 만든 이른바 ‘인육캡슐’이 국내에 상륙했다고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 건강과 장수를 위한 비법으로 인육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괴담이나 전설처럼 전해져왔었지만, 그러한 일들이 최근 들어 실제 일어난 것이다. 자신의 몸 건강을 위해서라면 같은 인간까지 먹어치우는 한국의 일그러진 보신문화. 그 기막힌 실태를 들여다봤다.

죽은 아기 말리고 갈아 만든 중국산 ‘인육캡슐’
‘인육캡슐 1409정’ 국내 밀반입 적발 ‘충격’

죽은 아이를 말리고 갈아서 만든 인육캡슐이 있을까? 결론은 진짜 있다. 평범해 보이는 중국의 한 가정집. 냉장고를 열어보니 죽은 태아가 냉동된 채 들어있다. 위생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이 평범한 가정집은 다름 아닌 인육캡슐이 생산되는 곳이다.

인육캡슐이란 출산 과정에서 사망한 사산아 또는 1∼2세 미만 영아의 사체를 가스렌지 및 오븐 등에 넣어 통째로 말린 뒤 가루로 분쇄해 캡슐에 넣은 것을 말한다.

이미 중국 내에서는 인육캡슐 시장이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는데 낙태를 하거나 사산아가 나오면 바로 주문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다.

의문의 자양강장제
알고 보니 태아사체?

밀매업자는 태연스럽게 “이거는 (태아를) 말리는 기계. 가루는 가루 내는 전문으로 하는 집에 가서 해놓고… 6개월 된 것(태아)도 있고 8개월 된 것도 있고 다 달라요. 이거는 6개월 된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태아의 사체 한구에 대략 캡슐이 500~700알이 나온다”며 “냉장고에 태아 사체를 여러 구 보관해 뒀다가 주문이 오면 인육캡슐로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이 밀매업자는 먹으면 몸에 좋다니까, 또 먹었는데 몸이 좋아지니까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산삼이다 홍삼이다 해도 저게(태아) 최고’라는 등 인육캡슐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충격적인 장면은 지난 달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인육캡슐의 실체> 편 속 영상이다. 당시 제작진은 죽은 태아로 만든 보양제라는 인육캡슐을 취재, 고발했다.

처음 제작진들은 ‘태아사체’로 만든 인육캡슐이 ‘태반캡슐’에서 와전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적을 계속해 나가던 중 중국으로 넘어가 인육캡슐 구매를 시도했다.

캡슐과 연관이 있을 법한 사람들에게 접근한 제작진은 일부 병원이 태반과 함께 죽은 태아를 업자들과 거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태반을 모아 뒀다가 업자에게 파는 큰 병원도 있었다.

병원 관계자와 간호사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돼 있었다. 병원에 말만 해놓으면 낙태, 사산아가 나올 때 바로 연락해준다는 귀띔도 받았다. 태아를 캡슐로 만드는 작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주로 가정집 냉장고에 죽은 아기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작업을 위한 장비는 직접 만들거나 기존의 약재 건조용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고 있었다. 한약재를 만들 듯 건조시키고 가루로 만들어 캡슐에 담아냈고, 이렇게 만들어진 캡슐은 고가로 팔렸다.

인육캡슐은 수술 후 또는 중병에 걸린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나면서 조선족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유입됐다. ‘정력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둔갑하여 중국 현지가격보다 수십 배 비싼 값으로 은밀히 거래됐다.

중국에서 인육캡슐을 입수한 제작진은 “인육캡슐을 관세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사한 결과 DNA가 99.7% 인간의 것과 일치했다”며 “성별도 구분할 수 있었고, 캡슐 안에서 머리카락, 손톱 등도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인육캡슐 국내에까지?
80만원에 비밀 유통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송을 통해 인육캡슐 밀반입 사실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그러나 최근 이를 통해 고발된 중국산 인육캡슐이 비밀리에 한국에 밀반입되었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1일 관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인육캡슐 유통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약 1천409정의 인육캡슐이 특별우편물로 국내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지난 8월9일과 8월12일 최초로 두 차례에 걸쳐 특급우편물로 반입되던 인육캡슐 총 1409정을 적발했고, 이후 특급우편물 1건, 휴대반입 4건 등 앞서 적발한 두 건의 밀반입을 포함해 8월29일까지 총 7건, 3954정의 인육캡슐 밀반입을 적발했다.


몸보신 위해 같은 인간까지 먹는 막장 보신문화
한국인들, 보신에 대한 열망의 끝은 어디까지?

밀반입을 시도한 사람은 모두 자가 소비 목적으로 국내에 가지고 오던 조선족이며 휴대 밀반입 시도는 300~400정으로 나누어 들어오다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브로커로 지목 되고 있는 조선족 관계자를 추적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조사결과 국내 거주 중국교포의 자가소비 목적으로 중국에서 친인척이 보내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인육캡슐이 수입금지 됐기 때문에 앞으로 비정상적 경로를 통한 밀반입 시도가 우려된다”며 “국내 밀거래 단속뿐만 아니라 관세 국경을 촘촘히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몸에 좋다면 사람까지 먹는
한국인들의 어글리 보신문화

태아의 사체를 원료로 한 인육캡슐 밀반입이 국정감사에서까지 본격 지적되자 인터넷상에서는 한국인들의 ‘비뚤어진 보신 문화’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과거 전쟁이나 재난, 기아와 같은 절체절명의 현장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었고, 중국에서는 인육을 먹는 풍습이 ‘사기’ 등 정사에 기록될 정도로 보편화된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이 국내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네티즌들은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되는 것일 텐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인육캡슐을 찾는 수요가 많은가 보다” “찾는 사람이 있으니 생기는 문제다” “한국의 보신 문화와 중국 보양식의 합작,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겠나” “약이랍시고 아기의 사체를 먹다니 막장세상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한 생명체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같은 종족을 먹게 되면 자연법칙에 위배되어 크나큰 재앙이 발생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광우병이다”라며 “소가 소를 먹어서 광우병이 생겼는데 사람이 사람을 먹으면 광인병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조되어 오히려 사람에게 해로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효과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한 의약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만약 산모가 에이즈나 기타 질병이 있었다면 그 성분은 모두 태반과 태아 시신에 그대로 남겨진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크게 해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요가 없다면 인육캡슐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사실.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다든가 몸을 보호해주고, 수술 후 체력회복에 좋다고 하는 등 한마디로 몸에 좋다고 하면 전혀 의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음에도 매매가 된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근거도 없는 과장광고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거기에 현혹되어 비싼 값을 지불하며 그것을 복용하고, 보양과 보신에 좋다고 한다면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는 우리나라의 보신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언제까지 인간의 잘못된 탐욕이 만들어내는 이 끔찍한 보신문화를 지켜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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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