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도주 어느 ‘파워블로거’의 이중생활 전말

내 아바타는 ‘인권변호사’ 현실은 ‘살인마’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한마디로 무서운 세상이다. 그동안 갖가지 흉악범이 날뛰고 때로는 천륜을 저버린 반인륜적 범죄가 없지 않았지만, 최근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중인 한 ‘파워블로거’의 살인극에 네티즌들이 술렁이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온라인상에서 ‘잘나가는 서초동의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는 특별한 직업도 없이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두 달째 도피행각을 벌이고 있는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살인자에 거짓 블로그까지 ‘뻔뻔’
범행 당일에도 블로그 행각 ‘경악’


유명(?) 블로거 황덕하(52)씨가 전 부인을 흉기로 살해한 후 도주한 혐의로 공개 수배됐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7월7일 오후 7시30분께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에 위치한 자신의 부모 집에서 2년 전 이혼한 전 부인 A(51)씨를 흉기로 6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범행 당일 A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부모가 보는 앞에서 전 부인을 살해하고 “나도 죽겠다”고 말한 뒤 도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A씨는 이혼 후에도 황씨가 수시로 생활비를 요구하며 찾아오자 황씨로부터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기 위해 황씨의 부모 집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씨는 A씨와 이혼 후에도 수시로 찾아가 생활비를 요구하며 A씨로부터 1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황씨의 모습이 담긴 수배전단 2만부를 제작ㆍ,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체제로 전환했다. 또 황씨가 범행 직후 자취를 감춘 점 등으로 미뤄 자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황씨의 행적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칠보산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황씨는 키 178㎝에 건장한 체격으로 주로 등산복을 입은 채 다니며 고시원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라고 인상착의를 전했다.

총 방문자 수가 170만 명에 달하는 블로그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운영했던 황씨는 네티즌 사이에서 ‘서초동의 인권변호사’로 통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는 이혼남에 무능력한 가장이었다.

전문대를 중퇴한 그는 10년 전부터 “법무사 시험을 보겠다”며 집을 나왔고 가족과 떨어져 줄곧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일정한 직업도 없었다. 다만 그는 법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쌓은 법무지식을 토대로 블로그를 운영했다.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다루던 블로그 속에서는 그는 잘 나가는 인권변호사였다. 

블로그 이름도 ‘양자물리학자’인 오스트리아인 슈뢰딩거의 이름을 따 그럴듯하게 지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블로그에 올렸다. 주요 촛불집회·시위 현장에는 항상 출몰해 사진과 글을 함께 게재했고, 그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 중에는 그의 글 하나하나를 떠받드는 추종자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충격적인 것은 황씨가 전 부인을 살해한 범행 당일에도 블로그 행각을 한 것이다. 사건 다음날에는 1만1400여명의 팔로워가 있는 자신의 트위터에 맨션을 남기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황씨의 블로그에는 범행 당일 게재된 신묘한 무기(하프와 IFO-이온추진비행제)에 의해 죽탕이 되고 있는 미국 본토라는 게시글을 끝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블로그 주소가 포털을 통해 공개되면서 누리꾼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블로그 사회에 ‘경종’

네티즌들은 범행 후에도 블로그에 ‘미국 모래폭풍’에 관한 글을 올린 대범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사건 당일 오전에도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고, 사건 다음날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 범인의 비상식적인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며 “블로거에 대한 엄격한 시선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파워블로거가 논란이 됐던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일어났던 일명 ‘베비로즈 사건’ 역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블로그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을 운영 중인 파워블로거 현모씨(닉네임, 베비로즈)는 당시 36만원 가격의 살균세척기 3000대를 공동구매로 판매 중계하고 총 2억1000만 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소비자들이 블로그 내 상업성에 대한 문제를 성토하고 나섰고 블로그 문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베비로즈 사건이 물질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면, 이번 슈뢰딩거 고양이 사건은 도덕적인 가치 측면에서 우리사회에 또 한 번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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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