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산고 vs 수원 매탄고] ‘미니 슈퍼매치’ 총정리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06.04 11:08:45
  • 호수 11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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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축구 최고의 빅매치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우중혈투(雨中血鬪). 이날 경기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그랬다. 지난달 12일, 오산고 축구장서 고교 축구의 양대산맥 서울 오산고와 수원 매탄고가 붙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양 팀 선수들은 넘어지고 뒹굴고 부딪히면서도 승리를 위한 일념 하나로 그라운드서 맞부딪혔다. 이날 경기는 K리그주니어 한 경기로 치부하기엔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도 컸다.

첫 번째로 무적 매탄고의 상승세 지속 여부다. 매탄고는 춘계대회에 6전 전승, K리그 주니어 6전 전승 등 2018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무적의 팀이다. 우승후보 인천 대건고마저 홈에서 0:4로 무너졌다. 사실상 오산고는 무패우승의 마지막 저지선과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는 K리그 주니어 전반기 우승컵의 향배다. 이날 경기를 1위 매탄고가 승리할 경우 우승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2위 오산고는 무조건 매탄고를 이겨놓고 다음을 바라봐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세 번째는 양 팀의 자존심 대결이다. 미니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신경전으로 경기 전부터 팽팽했다. 매탄고 선수들의 “오산고등학교는 라이벌이 아니다”라는 도발에 예정돼있던 사전 인터뷰도 취소되며 오산고 선수들이 발끈했다. 양 팀의 경기가 혈전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초특급 선수들 간 자존심 대결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매탄고 박지민과 오산고 백종범은 고교 최고 골키퍼 자리를 두고 맞대결을 펼쳤다. 매탄고 신상휘와 오산고 이인규 또한 최고의 테크네이션 자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게 됐다. 


최근 센터포워드로 포지션을 변경한 매탄고 김태환과 이를 막아야만 하는 오산고 김주성의 ‘캡틴 맞대결’ 또한 큰 흥밋거리 중 하나였다.

전반 45분

오산고는 기존에 쓰던 4-2-3-1의 형태를 벗어나 다소 수비적인 4-4-2로 나섰다. 왼쪽 풀백에 전우람(11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임도훈(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 박재환(20번, 3학년), 오른쪽 센터백에 김주성(6번, 3학년)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중앙은 박건준(8번, 3학년)과 김성민(4번, 2학년)이 나서고 권성윤(14번, 2학년)이 왼쪽, 이인규(10번, 3학년)가 오른쪽 윙포워드에 포진했다. 투톱은 정한민(19번, 2학년)과 이학선(9번, 3학년)이 위치했다.

라이벌 자존심 대결 ‘우중혈투’
일촉즉발 신경전에 판정 시비도

이에 맞서는 매탄고는 다소 공격적인 4-3-3을 들고 나왔다. 왼쪽 풀백에 허동호(4번, 3학년), 오른쪽 풀백에 조우진(13번, 2학년), 왼쪽 센터백에는 박정준(3학년, 5번), 오른쪽 풀백에는 김상준(3학년, 16번)이 포진하는 수비진이 구성됐다.

미드필더진은 왼쪽에 김석현(3학년, 7번), 중앙에 용동현(14번, 3학년), 오른쪽에는 강현묵(12번, 2학년)이 위치했으며 스리톱은 신상휘(10번, 3학년), 김태환(11번, 3학년), 강태원(6번, 3학년)이 출전했다.
 


전반전은 매탄고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오산고의 수비진이 정비되기 전 신상휘, 김석현으로 이어지는 매탄고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첫 번째 찬스는 전반 8분께 찾아왔다. 신상휘가 아크 정면서 때린 프리킥이 살짝 골대를 빗나갔다. 25분경에도 찬스가 왔다. 오산고의 오른쪽서 단독찬스를 맞은 매탄고 강현묵의 중거리 슛이 백종범의 선방에 막혔다. 이날 찾아온 가장 확실한 찬스였다.

29분에는 허동호의 아크정면서의 강력한 중거리 슛이 간발의 차이로 골대를 벗어났다. 반면 오산고는 이렇다 할 슈팅찬스를 전혀 잡지 못한 채 매탄고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후반 시작 ∼20분

후반전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오산고가 공격적으로 진영을 바꾸었다. 라인을 좀 더 앞으로 당겼다. 그러자 양 팀 미드필더진서 엄청난 공방전이 벌어졌다. 후반 10분경 다시 한 번 매탄고가 찬스를 맞았다. 

신상휘가 중앙서 돌파한 후 때린 슈팅이 왼쪽 골대를 맞고 말았다. 매탄고의 아쉬운 두 번째 찬스가 그렇게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치열한 공방전 속 첫 골은 후반 17분에 나왔다. 돌파해 들어가는 이인규에게 매탄고 수비수가 파울을 범했고, 페널티에어리어 근접 지역서 프리킥을 얻어낸 것이다. 소중한 프리킥 기회서 전우람의 왼발 슛이 그대로 수비벽을 통과해 오른쪽 모서리에 꽂혔다. 박지민이 순간적으로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는 감각적인 슛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경기를 지배해갔다.

약 3분 뒤에는 30미터 떨어진 지점서 이학선의 통렬한 중거리 슛이 터졌다. 살짝 벗어나기는 했으나 감각적인 슛이었다. 전반에 한 번의 유효슈팅도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산고의 기세가 그만큼 올라있다는 반증이었다.

기세가 오른 오산고는 10여분 만에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후반 26분 오산고 판타지스타 이인규의 개인기가 폭발했다. 혼전 상황서 볼을 획득한 이인규는 그대로 10여m를 질주했고, 한 번의 속임 동작 후 아크 정면서 골대 왼쪽을 향해 때린 오른발 중거리 슛이 그대로 왼쪽 모서리에 빨려 들어가며 2 : 0을 만들었다.

매탄고 골키퍼 박지민이 몸을 날려봤지만 잡을 수 없었던 절묘한 슛이었다. 리그 7호골로 K리그 주니어 A조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섬과 동시에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득점이었다.

후반 20∼48분


후반 20분 이후 더욱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따라가려는 매탄고의 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추격골은 불과 5분 후에 이루어졌다. 후반 20분경 교체돼 들어간 매탄고 정상빈(24번, 1학년)이 후반 31분 멋진 중거리 로빙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미궁 속으로 몰고 갔다.

이때부터 한 골을 지키려는 오산고와 한 골을 만회하려는 매탄고의 엄청난 공성전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경기는 과열됐고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후반 41분경에는 오산고 임도훈과 매탄고 신상휘가 부딪히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들어 서로를 밀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판정시비도 나왔다. 후반 43분 매탄고 허동호의 헤딩슛이 오산고 박재환의 팔에 맞자 매탄고 선수들과 벤치가 페널티킥을 주장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은 고의적인 핸들링임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기는 그대로 오산고의 2 대 1 승리로 끝났다.

양 팀의 경기가 얼마나 팽팽했는지는 이날 기록을 통해서도 증명됐다. 일단 점유율이 51.1%(오산고)와 48.9%(매탄고)가 동등했다. 슈팅도 13-13으로 동률이었고 유효슈팅 개수 또한 4-5로 매탄고가 1개 많았을 뿐이었다. 프리킥은 17-9로 매탄고가 2개를 더 얻어냈고 코너킥은 6-3으로 오산고가 3개를 더 얻어냈으며 파울은 18-14로 오산고가 4개를 더 많이 했다.

전우람·이인규 연속 골로 오산고 승리
K리그주니어 A조 우승 향방 미궁 속으로

한편 '미니 슈퍼매치'라는 타이틀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경기는 오산고에게 많은 선물을 안겼다. 일단 오산고는 이날 승리로 K리그주니어 전기리그서 우승의 길을 스스로 열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매탄고가 1패만 해준다면 우승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올해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무패의 매탄고에게 첫 패배를 안기며 자존심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춘계대회 3연패, 무패행진 등 라이벌의 승승장구를 보며 다소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2018년 첫 대결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보다 값진 성과를 챙겼다.

경기 후 오산고 명진영 감독은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상황서도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경기장 상황이 많이 나빠서 힘들었지만 승리했기에 만족한다”며 차분한 승리소감을 밝혔다.

오산고는 K리그주니어 A조서 6승 2무 승점 20점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으며 매탄고는 6승1패로 개막 이후 처음으로 2위로 내려앉으며 남은 3경기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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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