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취재>어느 ‘부킹호프집’ 죽돌이의 고백

“나는 76명의 여자와 성관계 가졌다”

[일요시사=최형호 기자] 9월3일 토요일 새벽 2시 서울의 한 유흥가. 시끌벅적한 인파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리를 지어 무질서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지나치게 과음한 사람들은 업혀가고, 흥건히 취한 사람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유흥가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유흥가를 걷다보니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다. A호프집 간판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치기를 못하도록 띠까지 둘러져 있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저기 앞에 두 여자, 내가 찜했어”, “저 남자 꽤 괜찮은데, 호호”라는 등 줄 서 있는 이성에게 호감을 보이며 연신 눈웃음을 보낸다. 그곳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하룻밤 사랑의 온상이 된 부킹호프집을 작심하고 취재했다.


‘하룻밤 풋사랑’ 술값은 남자가 계산
죽돌이 “성관계 허무해 그만 두려”

기자는 다른 일행들에 비해 유독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A군 일행을 발견하고 기자임을 밝힌 뒤 동행해서 취재해도 되는지 제안했다. 호기심 강해보이던 그들은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었다.

그는 대학생이며 주말마다 이곳에 온다고 했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고 물어보자, “나이트클럽과 같이 즉석만남이 이루어지는 호프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출입하려는 여자들도 남자를 만나러 줄 서있는 건가’라고 묻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때마침 그들의 차례가 돌아왔다. 기자는 그들과 일행으로 가장하고 호프집 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곳에 들어가 보니…

어둡지만 화려함을 뽐내는 조명,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담배연기는 기자가 바라본 부킹호프의 첫 인상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기본 술값은 2만원부터였다. 부킹의 대명사인 나이트클럽의 기본 술값보다 3~4만원정도 저렴했다. 여자들이 있는 테이블은 남자들이 1~2명씩 붙어서 합석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싫지 않은 내색이다. 

A군 일행 중 한 명은 익숙한 듯 메뉴를 고르고 여자들을 물색했다. “쟤들 어때?”라고 일행 중 한 명이 제안했고, A는 “그럼 네가 한번 꼬셔봐”라고 말했다. 일행 중 한 명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들에게 다가가 눈웃음과 함께 몇 마디 나누고는 실패한 듯 다시 돌아온다. 그러곤 “쟤들은 아니야”라고 말한 뒤 다시 술잔을 기울인다.

기자는 A군 일행이 이곳에 오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여기에 온 이유가 뭐냐고 묻자 A군은 뻔한 질문이라는 듯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 번도 실패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여자들도 남자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어요. 여자들 눈을 보면 알아요. 굳이 여기 말고 놀 때 많아요. 여자들이 이곳을 그냥 올 리 없잖아요. 근데 여기 왜 오겠어요? 얘들도 남자와 재밌게 놀기 위해 오지요”라고 말했다.

하룻밤의 성공 여부는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유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다. A군 말에 따르면 하룻밤 사랑을 원하는 여자들은 행동부터 다르단다. A군은 그것을 느낌으로 감지한다는 것.

하룻밤을 원하는 여자는 호감이 가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남자 옆에 자연스럽게 다가간다고 했다. 이것이 여자가 A군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오면 무조건 잡아야 돼요. 그럼 여자들도 따라와요. 그럼 게임 끝나죠(웃음)”라고 말했다.

이런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A군이 직접 작업(?)에 나섰다. 그리고 건너편 여자 일행의 테이블에 앉자마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 20분 후 A군이 일행을 향해 손짓한다.

이윽고 일행은 여자쪽 테이블로 건너갔다. 그리고 능숙한 말솜씨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금세 편하게 만든다. 여자들도 싫지 않은 듯 남자들과 섞여서 어울린다.

얼마후 A군은 여자들을 향해 밖에 나가자고 제안했다. 여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A군 일행은 자신들과 여자들이 먹은 술값까지 모두 계산한다.

본격적인 사냥

‘왜 여자들이 먹은 술값을 계산 하냐’고 묻자 A군은 부킹호프만의 규칙이라며 “이렇게 해야 여자들이 따라 온다”고 말했다.

그들은 2차를 일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기자는 여자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1차 부킹호프집에서부터 성격이 활발해 보이던 여자에게 넌지시 몇 가지를 물어봤다. 부킹호프는 자주 가냐고 묻자, “자주는 아니고 가끔 온다”고 했다. 여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남자친구가 일 때문에 바빠서 자주 못 만나요. 그러다보면,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게 되는데 그때마다 부킹호프에 와요. 그럼 돈 쓸 일이 없어지죠. 남자들이 다 사니까. 그리고 괜찮다 싶은 남자랑 모…”라고 말끝을 흐렸다.

부킹호프에서 만난 남자와 계속 연락을 하냐고 묻자 연락처를 주고받지만 연락은 안한단다. “여기서 만난 남자랑은 연락 하지 않아요. 그냥 하루 재밌게 놀고 끝내죠”라고 했다. 

술이 한잔 두잔 흥건히 취해갈 무렵 A군 일행은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남자들은 게임을 하고 얘기를 하면서 환심을 샀다. 여자들은 남자의 진한 스킨십을 즐기는 듯 보였다. A군 일행 중 한 명은 계속 관심을 보이던 여자에게 셔츠에 손을 집어넣는 등 노골적인 장난을 서슴지 않고 했다. 술에 취한 여자는 억지로 만류하는 듯 보였지만 싫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짓궂은 장난과 게임을 1시간 가량 하고, 인터뷰를 약속한 A군을 제외한 남자 일행은 각자 마음에 들었던 여성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났다. 그리곤 인근 모텔로 향했다.

기자는 A군에게 이렇게 몇 명의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는지 물어봤다. 그는 정확히 76명이라고 했다. A군은 하룻밤 같이 잔 여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자신의 스마트 폰에 저장한다고 했다.


이렇게 만난 여성들과 다시 만나서 성관계를 가졌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개중 몇몇은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고 했다. “솔직히 버리기 아까운 애들이 있어요”라며 “그런 애들하고는 계속 관계를 유지해요. 좋아하는 건 아닌데 제 몸이 잊지 못한다고나 할까요. 집에서 가까이 살고 평일에도 만나기 쉬운 여자는 계속 만남을 유지해요. 하지만 사귀지는 않아요. 그냥 아주 편한 관계일 뿐이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애인이 있다며 이제 이런 일을 그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세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섹스중독자인 것 같아요. 그냥 여자사냥을 해서 성공하면 뭔가 쾌감이 느껴져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허무함도 공존하죠. 이제 그만하려구요. 재미없어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