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진짜 깨진다면…최악의 시나리오

‘장사꾼’ 트럼프의 얄팍한 상술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자 미국이 6월12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회담이 취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기저에는 비핵화 방식을 두고 양국이 보였던 시각차가 존재한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방식에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기조로 일괄타결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의지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는 두 차례 방북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올듯 했지만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미국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 방식을 원칙으로 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밟으며 동시에 체제보장과 같은 보상을 원했다. 핵 처리 방법을 두고 갈등에 불이 붙던 시점에 김 위원장은 중국을 재방문해 2차 북중정상회담을 열었다. 

중국의 개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맥스선더(한미연합공중훈련)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북미관계 역시 경색국면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전 백악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서한을 공개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금 시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폭파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이 무색해지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과 김계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최 부장과 김 제1부상은 각각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폐쇄 당일 일방적 취소 통보
‘핵? 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문 방식으로 볼턴 보좌관을 정조준했다.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비아 모델은 ‘선조치·후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또 핵과 그와 관련된 시설·장비 등을 모두 미국에게 넘겨 핵 폐기를 완료한 상태에서 보상을 차례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상충된다. 북한은 핵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동시에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비판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또한 북미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그는 구면이다. 볼턴 보좌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지내며 북한에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북한은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되받아쳤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네오콘으로 통한다.

김 제1부상의 발언으로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의 발언은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장의 발언은 결정적이었다. 최 부장은 지난 24일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얼뜨기’와 같은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서 북한과 리비아를 연결 지어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부장은 “선의를 무시하고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북미정상회담 재고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자세 낮추고…

그러나 북미가 다시 대화국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지만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그는 서한의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북한 역시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가 공개된 다음날 아침 신속하게 발표됐다. 

그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화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어 중재자의 위치에 자리한 한국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낮다거나 아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이 핵 폐기를 두고 보이는 입장 차가 현저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와 같은 완전한 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그 방법이 최소한의 시간을 배제한 채 일괄타결 형식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특정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조건들을 얻어내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그 조건이 북한의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CVID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을 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 미사일 도발 다시 시작?
중국 등 주변국 움직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것이 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에 있어 두 가지의 사안을 지목했다. 

일몰조항과 핵사찰이 그것이다. 그는 이란의 핵 개발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일몰조항을 지목해 불완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몰조항이란 핵 합의 체결 10년 후인 2025년부터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핵물질 반입 등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강도 높은 핵사찰이 전제되지 않았기에 핵 합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틈을 보이는 조치에 대해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협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역시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차 북중정상회담서도 김 위원장은 이를 반복·강조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에 체제보장 등과 관련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빈틈없는 일괄적 타결을 주장한다. 재차 CVID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취소는 양국이 비핵화 처리 방법에 대한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양국 간 입장차가 가시적인만큼 향후 북미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격랑 속으로

당장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양국은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입장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의 물밑협상이 차후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밑협상은 정상회담만큼 중요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양국이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 비핵화에 성공할지, 과거처럼 핵 대 핵 대결을 언급하며 핵의 장으로 진입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나가다…’ 트럼프의 속셈

내재된 기업가 본능이 깨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된 협상테이블을 엎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지 2시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많은 이들이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국가 핵심 인사들 사이서 벌어진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고받은 상대에 대한 지독한 비난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기의 만남’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여느 때와 달랐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트위터 정치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서보다 트위터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트위터에 본인의 생각을 선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행보를 봤을 때 분명 주목할 만한 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과정서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점이다. 공개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고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외교적 예를 모두 갖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감정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발생할 손익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협상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가 미국 입장에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본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수로 읽힌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건 결국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주석을 두 차례나 만나는 상황에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게 아닌, 미국 단독으로 비핵화를 이끌어 동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심을 오랫동안 보여왔다. 

이미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상황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실익이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북미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중국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자국의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철저히 미국 국익만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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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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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