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진짜 깨진다면…최악의 시나리오

‘장사꾼’ 트럼프의 얄팍한 상술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자 미국이 6월12일로 예정돼 있던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정상회담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회담이 취소 된 배경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 기저에는 비핵화 방식을 두고 양국이 보였던 시각차가 존재한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방식에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기조로 일괄타결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그 의지의 일환으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전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 내정자는 두 차례 방북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올듯 했지만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

미국은 비핵화 방법에 대해 CVID 방식을 원칙으로 했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 절차를 밟으며 동시에 체제보장과 같은 보상을 원했다. 핵 처리 방법을 두고 갈등에 불이 붙던 시점에 김 위원장은 중국을 재방문해 2차 북중정상회담을 열었다. 

중국의 개입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맥스선더(한미연합공중훈련)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했다. 이어 북미관계 역시 경색국면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재자 역할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전 백악관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서한을 공개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지금 시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폭파된 직후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정부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췄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취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이 무색해지는 시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과 김계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최 부장과 김 제1부상은 각각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풍계리 폐쇄 당일 일방적 취소 통보
‘핵? 대화?’ 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

김 제1부상은 지난 16일 담화문 방식으로 볼턴 보좌관을 정조준했다. 볼턴 보좌관이 리비아식 핵 폐기를 주장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비아 모델은 ‘선조치·후보상’을 핵심으로 한다. 또 핵과 그와 관련된 시설·장비 등을 모두 미국에게 넘겨 핵 폐기를 완료한 상태에서 보상을 차례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과 상충된다. 북한은 핵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동시에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을 비판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또한 북미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과 볼턴 보좌관의 갈등은 이미 예견됐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그는 구면이다. 볼턴 보좌관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 이미 한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는 부시 행정부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을 지내며 북한에 비난을 쏟아냈다. 

당시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상대로 “폭군 같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북한은 “인간 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라며 되받아쳤다. 볼턴 보좌관은 백악관 내에서 대북 강경파로 불리는 네오콘으로 통한다.

김 제1부상의 발언으로 백악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의 발언은 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어 최 부장의 발언은 결정적이었다. 최 부장은 지난 24일 펜스 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얼뜨기’와 같은 원색적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서 북한과 리비아를 연결 지어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모델이 끝났던 것처럼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부장은 “선의를 무시하고 불법무도하게 나올 경우 북미정상회담 재고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대미외교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자세 낮추고…

그러나 북미가 다시 대화국면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취소를 통보했지만 대화 재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열어뒀다. 그는 서한의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화를 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북한 역시 대화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김 제1부상은 지난 25일 담화를 통해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의 취소가 공개된 다음날 아침 신속하게 발표됐다. 

그는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대화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이다.

이어 중재자의 위치에 자리한 한국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폼페이오 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 지속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북미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이 낮다거나 아예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국이 핵 폐기를 두고 보이는 입장 차가 현저하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CVID와 같은 완전한 핵 폐기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 그 방법이 최소한의 시간을 배제한 채 일괄타결 형식으로 실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특정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조건들을 얻어내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그 조건이 북한의 CVID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CVID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정상회담을 열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북 미사일 도발 다시 시작?
중국 등 주변국 움직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근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한 것이 그 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에 있어 두 가지의 사안을 지목했다. 

일몰조항과 핵사찰이 그것이다. 그는 이란의 핵 개발을 일시적으로 유예했던 일몰조항을 지목해 불완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일몰조항이란 핵 합의 체결 10년 후인 2025년부터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핵물질 반입 등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핵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강도 높은 핵사찰이 전제되지 않았기에 핵 합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틈을 보이는 조치에 대해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충분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협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 역시 “(북한에)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매우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차 북중정상회담서도 김 위원장은 이를 반복·강조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동시에 체제보장 등과 관련해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빈틈없는 일괄적 타결을 주장한다. 재차 CVID를 언급하는 것도 그런 연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정상회담 취소는 양국이 비핵화 처리 방법에 대한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양국 간 입장차가 가시적인만큼 향후 북미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또다시
격랑 속으로

당장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양국은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았다. 대화 재개를 희망하는 입장을 미뤄봤을 때 앞으로의 물밑협상이 차후 정상회담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물밑협상은 정상회담만큼 중요하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실패할 경우 동북아 정세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미지수다. 양국이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 비핵화에 성공할지, 과거처럼 핵 대 핵 대결을 언급하며 핵의 장으로 진입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나가다…’ 트럼프의 속셈

내재된 기업가 본능이 깨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된 협상테이블을 엎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지 2시간 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많은 이들이 왜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두 국가 핵심 인사들 사이서 벌어진 설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주고받은 상대에 대한 지독한 비난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단순히 감정이 상했다는 이유만으로 ‘세기의 만남’이라는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도 여느 때와 달랐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 트위터 정치를 하지 않았다. 워싱턴서보다 트위터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요 의제가 있을 때마다 트위터에 본인의 생각을 선 공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행보를 봤을 때 분명 주목할 만한 차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리는 과정서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점이다. 공개서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 김정은’이라고 한 부분도 눈에 띈다.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는 외교적 예를 모두 갖춘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감정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을 때 발생할 손익을 따져봤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협상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가 미국 입장에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을 본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가져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된 수로 읽힌다.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미국에 유리한 방향이라는 건 결국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주석을 두 차례나 만나는 상황에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은 중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끄는 게 아닌, 미국 단독으로 비핵화를 이끌어 동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욕심을 오랫동안 보여왔다. 

이미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중국의 입김이 들어간 상황서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실익이 없어졌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북미정상회담을 강행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중국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자국의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취소는 철저히 미국 국익만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게 옳다. <ch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