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권’ OCI 세무조사 막전막후

세무당국 맘먹고 달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세청이 OCI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역외탈세에 대한 의혹 어린 시선이 있었던 터라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오너 일가가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강력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에서 OCI 세무조사 전말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OCI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OCI에 조사요원을 투입해 역외탈세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동안 OCI가 조세포탈 관련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번 조사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의 눈길
 회사 측 “…”

OCI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역외탈세와 관련된 내용은 잘 모른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OCI는 물론 오너 일가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 50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OCI 본사에서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해외계좌 및 외국거래 과정서 탈세 혐의를 살펴보는 조사국이다.


OCI 및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소속의 그룹이다. 2018년 4월1일 기준으로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CI는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은 11조3230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6조1100억원, 당기순이익은 2630억원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OCI는 1959년 8월5일 설립됐다. 기초화학제품서부터 태양광 산업까지 50여가지가 넘는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총 2403명의 임직원(지난해 12월 기준)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두고 역외탈세 등 적폐 청산을 향한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OCI 오너일가와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설립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명단에는 고 이수영 OCI 회장 부부도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고 이 회장과 부인 김경자 전 OCI 미술관 관장은 지난 2008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이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십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외계좌를 통해 운용한 사실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공방
예측불허 결말


국세청은 관련 기사가 나간 후 7일만에 역외탈세 혐의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해 조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금 추징 및 고발조치 없이 마무리돼 사실상 역외탈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역외탈세에 대한 감시의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역외탈세 문제를 거론하며 조사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주재 회의서 “최근 사회지도층이 해외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회지도층의 역외탈세는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라며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도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관계부처들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만들어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행하겠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국세청은 역외 탈세 혐의자 39명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시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 “주요 그룹을 포함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세청이 인용한 자료에는 버진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회피처를 통해 수익을 숨겨 소득을 탈루한 정황이 발견된 인사들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후 조사는 대기업과 대자산가에게까지 확대됐다.

국제거래조사국 투입 강도 높은 조사
해외계좌·외국거래 탈세 혐의 초점

이 같은 상황서 국세청이 OCI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OCI의 역외탈세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부분은 역외탈세 외에도 편법승계 부분도 있다.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및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불법유출, 차명재산 운용, 변칙 자본 거래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OCI는 지난해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우현 대표이사 사장이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받은 상속 자산에 대한 부분도 검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고 이 회장이 장남인 이 사장에게 넘겨준 자산만 2200억원으로 평가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이 초과하는 상속분에 적용되는 세율은 50%다. 이 사장은 1100억원가량의 상속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승계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과정서 탈루 혐의가 포착돼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경우 이 사장의 승계에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내 지배력이 확실하지 않은 이 사장의 입장에서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동력이 빠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이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가 이 점을 들어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흔들리는 후계자
이번에 결정타?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 사장을 비롯해 상속세 재원 마련이 필요한 고 이 회장의 부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여동생 이지현 OCI 미술관장 등이 지난달 25일 보유 지분 가운데 87만8513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당일 종가 기준으로 1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매각으로 이 사장의 지분율은 5.04%로 1.08% 낮아져 최대주주 신분에서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는 점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고 이 회장의 동생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이다. 2대주주는 5.40%를 쥐고 있는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업계에서는 당시 지분 매각이 상속세 재원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현재 OCI 기업집단에 포함돼있는 삼광글라스, 유니드, 유니온 등은 이 사장의 사촌들이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지분을 끌어올릴 경우 이 사장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 이 회장은 세 자녀를 두고 있지만 이 사장 외에는 그룹내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사장이 지분이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을 압도하지 못해 향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가 이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가적인 세금 추징없이 넘어가야 하겠지만 거액의 세금 추징을 국세청으로부터 당할 경우 향후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경우 이 사장이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조3192억원의 세금이 추징됐고, 이 가운데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난 6명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했다. 

사실 국세청과 OCI는 세금을 추징을 놓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재판은 2심까지 진행됐고, 대법원의 판단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2심까지의 결과는 OCI의 판정승이었다.

세금폭탄 소송 
국세청과 악연

악연은 인천시가 인천 남구청이 지난 2008년 5월 DCRE에 지방세 524억원을 감면해준 조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DCRE는 동양제철화학 시절 인천 공장부지를 별도로 물적 분할해 만든 자회사다.

OCI는 당시 DCRE와 인천 공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DCRE와 기업을 분할하면서 당시 법인세법에 따른 적격분할로 신고하고 남구청으로부터 취득세 등 지방세를 모두 감면받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OCI가 세금 감면의 전제 조건인 ‘자산·부채 100% 승계’ 원칙을 어기고 공장 부지에 쌓여있던 폐석회 처리비용 등 일부 부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금 1188억원을 붙여 지방세를 부과했다. 

이어 국세청도 OCI를 상대로 3084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부과 고시했다. 이에 따라 DCRE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합동심판관 전원회의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당시 조세심판원은 DCRE가 핵심 사안으로 청구한 ‘물적 분할의 적격성’에 대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할 것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 ▲승계 고정자산의 2분의 1 이상 승계와 직접사용 등 세금 면제에 필요한 3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천시의 과세처분에 잘못된 점이 없다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OCI와 국세청 소송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2부는 2016년 5월 “OCI에 부과된 법인세 2742억여원 중 1823억여원, 가산세 총 1102억여 원 중 1056억여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OCI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다. 

OCI의 계열사 DCRE와 인천시의 세무 소송도 앞선 소송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같은해 6월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주심 성백현 부장판사)는 DCRE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1700억원대 조세소송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6년 국세청과 인천시는 나란히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하면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지배구도
관심 집중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우현 사장의 그룹내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을 놓고 친족간 다툼이 벌어질 개연성이 큰 가운데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며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결과에 따라 지배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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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