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격전지] 제주특별자치도

갈팡질팡 탐라 민심 ‘어디로 향하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 간 경선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후보로 확정된 출마자들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본선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격전지로 예상되는 곳을 선정해 분석하고자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선거는 전국서 가장 격렬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한 예비후보에 대한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해명과 검찰 고발이 난무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다. 문 예비후보는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원희룡 예비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소속 예비후보들도 연일 ‘문대림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의혹 난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는 경선 전부터 사설 관광지(㈜제주유리의성)의 주식을 보유한 것과 관련해 의혹에 휩싸였다. 유리의성 주식을 보유한 문 예비후보가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그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월부터 문 예비후보를 상대로 수차례 공개 질의했다. 바미당은 감사직을 수행한 문 예비후보가 유리의성 경영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예비후보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검증을 수십 년 받은 사안”이라며 “티끌만큼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엄격한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문 예비후보가 청와대 비서관 임명 직후 유리의 성 감사직을 사임한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바미당은 “감사직을 사임한 것이 공직자윤리 기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스스로 사임한 것인지, 청와대로부터 사직을 권고 받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윤리 준수를 위해서였다면 도의원 활동 당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감사직을 맡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물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가세에도 ‘악의적 의혹 제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과정서 박희수, 김우남 예비후보조차 ‘유리의성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고, 이어 백지신탁 문제가 터져 나왔다. 문 예비후보는 도의원 재직기간을 포함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유리의성 ‘합명·합자·유한회사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재산신고를 했다.

2017년 대통령 비서실서 근무할 때는 ‘지분’이 아닌 ‘주식’으로 신고했다. ‘주식’인 경우 직무연관성에 따라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반면에 ‘지분’일 경우 직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매각이나 백지신탁이 필요 없다. 재산을 허위 신고해 백지신탁을 회피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 까닭이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지난 3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청와대에 들어갈 때 착오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11일에 열린 경선 TV토론회에선 “애초 착오에 의한 재산오류가 있었고 몇 년간 이어졌다”며 “2012년 총선 출마 당시 회계책임자가 발견했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민주당 지지율 50% 넘지만… 
문 잇단 의혹 부상…원 견고    


최근 문 예비후보는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으로 근무했다는 파문이 일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2년 총선서 낙선하고, 1년 뒤 부동산개발회사의 부회장을 맡아 근무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명함이 공개됐다. 

한국당 김방훈 예비후보 측은 “당시 제주지사였던 우근민 전 지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문 후보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지난 9일 “지인이 제주도서 쇼핑아울렛을 추진하고자 했는데 지역 정서를 모르니 지역상생 방안에 대해 도움을 달라고 부탁해 6개월 정도 일했다”며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부동산 관련 문제에 대해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조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 곁가지로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 측은 지난 10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예비후보가 부동산 개발업체 공사장 민원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원 예비후보 측 강전애 대변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예비후보는 이 외에도 ▲논문 표절 의혹 ▲중국 자본 대거 유입에 따른 제주 난개발 문제 ▲친인척 비리 의혹 ▲제주판 드루킹 의혹 ▲당원 명부 유출 문제 등과 마주하고 있다.    

아직까지 문 예비후보는 막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이번 선거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번 제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문 예비후보와 무소속 원 예비후보 간의 양강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4일 KBS제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원 예비후보가 38.1%, 문 예비후보가 38%를 차지했다. 두 예비후보는 단 0.1%p 차이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김 예비후보는 3.3%에 그쳤다. 이어 녹색당 고은영 예비후보와 바미당 장성철 예비후보가 각각 2.6%, 0.7%를 기록했다.

초접전

정당지지도에 있어서는 민주당이 61.1%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한국당이 9.3%, 정의당 5.3%, 바미당 4.6%, 녹색당 2.3%, 민주평화당 0.3% 순이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0.3%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만 19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과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제주지사는?


제1회 지방선거서 무소속 신구범 전 지사가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2회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우근민 전 지사가 당선됐고, 이어 그는 3회 지방선거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 전 지사는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했고, 재·보궐선거서 한나라당 소속 김태환 전 지사가 당선됐다.

김 전 지사는 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5회 지방선거 때는 특별사면으로 복권한 우 전 지사가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했다. 우 전 지사는 당선 이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입당했으며 지난 3월 한국당을 탈당했다. 6회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전 지사가 당선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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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