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 간 경선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후보로 확정된 출마자들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본선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격전지로 예상되는 곳을 선정해 분석하고자 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선거는 전국서 가장 격렬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한 예비후보에 대한 의혹이 연달아 제기되면서 해명과 검찰 고발이 난무하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다. 문 예비후보는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원희룡 예비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소속 예비후보들도 연일 ‘문대림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의혹 난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대림 예비후보는 경선 전부터 사설 관광지(㈜제주유리의성)의 주식을 보유한 것과 관련해 의혹에 휩싸였다. 유리의성 주식을 보유한 문 예비후보가 제주도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그 회사의 감사로 재직했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와 관련해 지난 2월부터 문 예비후보를 상대로 수차례 공개 질의했다. 바미당은 감사직을 수행한 문 예비후보가 유리의성 경영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 예비후보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검증을 수십 년 받은 사안”이라며 “티끌만큼이라도 문제가 있었다면 엄격한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 제도개선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문 예비후보가 청와대 비서관 임명 직후 유리의 성 감사직을 사임한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바미당은 “감사직을 사임한 것이 공직자윤리 기준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스스로 사임한 것인지, 청와대로부터 사직을 권고 받은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윤리 준수를 위해서였다면 도의원 활동 당시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감사직을 맡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되물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가세에도 ‘악의적 의혹 제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과정서 박희수, 김우남 예비후보조차 ‘유리의성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고, 이어 백지신탁 문제가 터져 나왔다. 문 예비후보는 도의원 재직기간을 포함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유리의성 ‘합명·합자·유한회사 출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재산신고를 했다.
2017년 대통령 비서실서 근무할 때는 ‘지분’이 아닌 ‘주식’으로 신고했다. ‘주식’인 경우 직무연관성에 따라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반면에 ‘지분’일 경우 직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매각이나 백지신탁이 필요 없다. 재산을 허위 신고해 백지신탁을 회피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온 까닭이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지난 3월14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 청와대에 들어갈 때 착오신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4월11일에 열린 경선 TV토론회에선 “애초 착오에 의한 재산오류가 있었고 몇 년간 이어졌다”며 “2012년 총선 출마 당시 회계책임자가 발견했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민주당 지지율 50% 넘지만…
문 잇단 의혹 부상…원 견고
최근 문 예비후보는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으로 근무했다는 파문이 일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2년 총선서 낙선하고, 1년 뒤 부동산개발회사의 부회장을 맡아 근무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명함이 공개됐다.
한국당 김방훈 예비후보 측은 “당시 제주지사였던 우근민 전 지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문 후보가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지난 9일 “지인이 제주도서 쇼핑아울렛을 추진하고자 했는데 지역 정서를 모르니 지역상생 방안에 대해 도움을 달라고 부탁해 6개월 정도 일했다”며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부동산 관련 문제에 대해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조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 곁가지로 무소속 원희룡 예비후보 측은 지난 10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예비후보가 부동산 개발업체 공사장 민원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문 예비후보는 원 예비후보 측 강전애 대변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예비후보는 이 외에도 ▲논문 표절 의혹 ▲중국 자본 대거 유입에 따른 제주 난개발 문제 ▲친인척 비리 의혹 ▲제주판 드루킹 의혹 ▲당원 명부 유출 문제 등과 마주하고 있다.
아직까지 문 예비후보는 막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은 이번 선거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이번 제주지사 선거는 민주당 문 예비후보와 무소속 원 예비후보 간의 양강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4일 KBS제주방송총국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서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원 예비후보가 38.1%, 문 예비후보가 38%를 차지했다. 두 예비후보는 단 0.1%p 차이로 오차 범위 내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김 예비후보는 3.3%에 그쳤다. 이어 녹색당 고은영 예비후보와 바미당 장성철 예비후보가 각각 2.6%, 0.7%를 기록했다.
초접전
정당지지도에 있어서는 민주당이 61.1%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한국당이 9.3%, 정의당 5.3%, 바미당 4.6%, 녹색당 2.3%, 민주평화당 0.3% 순이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10.3%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2∼13일 이틀 동안 만 19세 이상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과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제주지사는?
제1회 지방선거서 무소속 신구범 전 지사가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2회 때는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우근민 전 지사가 당선됐고, 이어 그는 3회 지방선거서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 전 지사는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지사직을 상실했고, 재·보궐선거서 한나라당 소속 김태환 전 지사가 당선됐다.
김 전 지사는 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5회 지방선거 때는 특별사면으로 복권한 우 전 지사가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해 승리했다. 우 전 지사는 당선 이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에 입당했으며 지난 3월 한국당을 탈당했다. 6회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전 지사가 당선됐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