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격전지] 경남지사 후보

‘드루킹’ 넘어 깃발 꽂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의 후보들 간 경선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후보로 확정된 출마자들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본선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는 6월 지방선거 전까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구’ 중 격전지로 예상되는 곳을 선정해 분석하고자 한다.
 

오는 6월 치러지는 경남도지사 선거는 ‘뜨거운 감자’다. 경남지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반전 노려

김 의원은 최근 발생한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떠안고 출마한다. ‘드루킹’서 시작된 의혹들이 연일 제기되고 있지만 김 의원은 정면돌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김 전 지사는 댓글사건을 지렛대로 반전을 꾀하겠다는 모양새다.

김 의원의 출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선거에 나선다는 점이 작용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친문·친노 주자다. 

그런 그가 험지에 출마하겠다는 것은 승부수를 던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다. 김 의원의 승부수는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경남지사 출마 선언을 통해 ‘경남의 정권교체’를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지방선거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진영에게 경남은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힌다. 경남지사직은 김두관 전 지사가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진영 인사가 자리했다. 지역민심을 살펴볼 수 있는 기초단체장선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지방선거 때 경남지역 총 18개 선거구 중 진보진영이 차지한 선거구는 김해시 단 한 곳뿐이다.

김 의원은 보수성이 강한 경남지역에 균열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발판 삼아 민주당 깃발을 꽂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 단초가 돼 김 의원이 위기를 맞았다. 

‘드루킹’과 관련해 연일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김 의원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었지만 그는 출마를 강행했다.

한국당 김 전 지사는 김 의원과의 대결서 승산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흔들릴 수 있는 경남민심의 틈새를 노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드루킹 사건과 김 의원에 대해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많은 의혹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도 진실에 접근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크게 영향은 없다고 본다”며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김경수, 논란 속에도 여전히 건재 과시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 있기도

김 전 지사의 승리는 차기 보수 리더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민주당에게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경남서 승리한다면 한국당이 기세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명박·박근혜정부’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자로, 박근혜정부 당시 최고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그 이유다. 또한 ‘올드보이’를 넘어 ‘올드보이 피로감’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에서는 김유근 예비후보가 나선다. 그는 김 의원의 경남지사 후보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지난달 25일 “김 의원이 경남도지사 후보직을 철회하는 결단을 촉구한다”며 “즉시 사법기관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소속으로는 안홍근, 김영선, 이병하 예비후보가 출마한다.

김 의원은 ‘드루킹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경남지사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과 김 전 지사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3일 MBC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 전 지사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MBC는 이날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49.3%, 한국당 김태호 후보가 34.3%로 오차범위를 넘어선 15%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차기 경남지사 당선 가능성서도 김 의원은 48.8%, 김 전 지사는 36.9%로 이 역시 오차범위를 넘어섰다. 다만 김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던 19일 이후의 여론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MBC 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경남도민 802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7일과 18일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5%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차범위 내

반면 JTBC는 지난달 24일 “김경수 후보가 40.4%, 김태호 후보는 33.6%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 6.8%p”라며 “이는 오차범위 이내”라고 보도했다.

세대별로 따져보면 40대까지는 김 의원 지지율이 높았고, 60세 이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층 비율은 20대서 43%가 넘었다. 이번 선거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념 성향별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김 의원에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김 전 지사에게 더 높은 지지를 보냈다. 중도층의 김 의원 지지율은 44.2%로, 김 전 지사보다 15.5%p 높았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연구소가 JTBC 의뢰로 4월22일~23일 2일간 RDD(유선 19%, 무선 81%)방식으로 경상남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경남도지사는?

제1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민주자유당 소속 김혁규 전 지사가 당선 됐다. 김 전 지사는 이후 2회, 3회 지방선거서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4회 때는 한나라당 소속 김태호 전 지사가 당선됐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선거서 경남지사직에 다시 도전한다.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보수진영 인사가 내리 자리하던 경남지역에 처음으로 무소속 김두관 전 지사가 당선됐다. 김 전 지사는 야권 단일후보로 선거서 승리했다. 제6회 때는 현재 한국당 대표를 맡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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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