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파워블로거의 파워

여론 쥐락펴락 ‘포털 황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드루킹 사건’의 마침표가 언제쯤 찍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는 포털에 게재된 뉴스 기사를 대상으로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과 공감수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저 아래 운용되던 댓글이 조작이라는 범죄에 오염된 것이다. 공론의 장으로 여겨졌던 포털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파워블로거는 가상의 인터넷 공간뿐 아니라 현실세계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드루킹’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김씨를 포함한 3명은 문재인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고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드루킹은 이들 가운데 주범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작프로그램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한 기사 댓글 2개의 공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 판세
분석·전망

댓글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남북여자하키단일팀 구성을 두고 2030세대 사이서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증가했던 시기를 노린 것이다. 

김씨 등은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곳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에서 주로 심야 시간에 공감클릭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드루킹의 공범 박모씨에 대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박씨의 필명은 '서유기'다. 


박씨는 드루킹의 지시를 받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받은 드루킹이 기사 공감수를 조작한 것이다. 박씨는 드루킹과 함께 느룹나무 출판사 공동 대표를 맡았다. 박씨 역시 드루킹과 마찬가지로 SNS 등에 서유기라는 필명으로 여론과 관련된 글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은 인터넷 포털을 무대로 삼았다. 대부분의 대중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에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미디어 이용률은 모바일 인터넷의 경우 82.3%로 TV(93.2%)의 뒤를 이었다. 

모바일 인터넷과 TV의 뉴스 이용률은 각각 73.2%, 85.5%였다. 많은 대중들이 TV만큼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1주일간 1일 이상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포털 뉴스를 이용한 빈도는 70.9%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주일간 뉴스를 이용한 포털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68.4%로 가장 높았다. 드루킹이 포털 중에서도 네이버를 선택한 이유다.

대중들은 네이버 자체를 많이 이용하기도 하는 편이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각 사이트 주름잡는 베일 속 블로거
댓글·공감 매크로프로그램으로 조작

네이버는 뉴스를 유통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언론사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기사를 송고한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언론사별로 보도되는 기사와 방송영상을 카테고리 형식으로 내놓는다. 


또, 이용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뉴스를 상단에 배치해 이슈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네이버는 언론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54.2%로 과반수를 넘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7 언론수용자의식조사’) 네이버가 뉴스의 통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네이버는 여론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조회 수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는 것을 비롯해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사 하단 부분에 이용자들은 댓글을 남길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공감과 비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베스트댓글이 돼 댓글창 상위에 자리하게 된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베스트댓글은 여론의 지표로 여겨지곤 한다. 반대로 비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창에서 내려가거나 삭제되기도 한다.

드루킹은 공감·비공감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는 네이버 아이디(ID) 614개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특정 기사 댓글에 공감을 클릭해 댓글을 조작했다.

시스템 한계
대책이 없다?

드루킹은 베스트 댓글을 임의로 조정해 여론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댓글 시스템은 클릭이라는 다소 단순한 절차로 이루어져있다. 댓글이 순수한 대중의 참여와 조작이라는 기로에 서 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댓글의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많은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 소득,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댓글을 완전히 금지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댓글만큼 사용하기 편하고 대략적인 여론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 흔하지 않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댓글로 나타난다. 댓글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포털이 공론의 장으로 평가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기사에 대한 조회 수로 여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댓글에는 그 기사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이 드러난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번 드루킹 사태는 댓글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는 포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사건으로 댓글의 공감과 비공감 ,그리고 베스트 댓글은 대표성을 상실했다. 많은 이용자들 대신 아이디를 끌어 모으고,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앞으로는 순수한 참여마저 의심을 받고, 부정을 당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포털을 완전히 폐쇄하기는 어렵다. 포털은 공론의 장이다. 특히나 네이버와 다음 등 뉴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용자들은 포털 속 뉴스들에 대해 댓글이라는 다소 손쉬운 시스템으로 여러 의견을 내세울 수 있다.


또한 포털은 이용자수가 다양하다. 포털이외에 카페,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용자수가 포털보다 적고, 특정 기호를 바탕으로 모인 곳이기에 한계가 있다. 여론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만 포털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론의 장’ 역할 의문 제기
“혁신적 대안 필요하다” 지적 

공론의 장으로 여겨지는 포털에 대한 제약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논란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직접적인 폐쇄는 대안으로 보기 힘들다. 댓글을 실명제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름을 밝힌 상태서 댓글을 작성한다면 여론 조작에 아이디가 동원되거나 불법 프로그램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좀 더 투명한 여론의 반영을 꾀하는 것이다.
 

이와는 상반되는 의견도 있다. 지금처럼 댓글문화가 정착하게 된 계기에는 익명제의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름을 숨길 수 있기에 좀 더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서 꽤 자유로워질 수 있다.

네이버는 댓글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아이디 1개당 하루에 쓸 수 있는 댓글 수를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댓글에 대한 답글은 40개로 제한했다. 여기에 10초의 등록 간격을 둬 댓글이 연속적으로 작성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동일한 IP(인터넷상 해당 컴퓨터의 주소)에서 일정 횟수 이상 로그인을 시도하거나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반복해서 올릴 경우 ‘캡차(CAPTCHA)’가 적용된다.

네이버는 10분 내에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클릭할 때도 캡차를 노출한다. 캡차는 사용자를 구분하기 위해 쓰이는 방법이다. 즉, 댓글을 등록하고 공감을 누르는 주체가 사람인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를 구별한다는 것이다. 캡차에 있는 숫자와 영문은 기계가 알아볼 수 없도록 설정돼있다. 

이를 통해 매크로 작업이 벌어지게 된다면 자동으로 멈추게 된다.

현재 대책
허점 있어

현재 네이버의 댓글 노출 순서는 순공감순이다. 순공감순은 공감수에서 비공감수를 뺀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노출 순서를 최신순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댓글을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으로 선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순공감순이 기본으로 돼있다. 또한 아이디 1개당 하루에 허용되는 댓글 수를 현재 20개서 그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드루킹 사건을 미루어 볼 때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측은 “댓글 조작을 알고서도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조작 의혹 댓글들을 자체적으로 파악해 처리할 것은 처리하지만 모두 다 찾아 대응하는 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크로는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접속하는 식의 수작업을 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네이버는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기술을 도입해 댓글의 어뷰징 탐지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월 1회 댓글정책이용자패널 간담회를 통해 사용자 의견을 수렴할 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네이버는 매크로 모니터링를 강화하고 뉴스 편집을 AI에 100%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댓글과 공감조작의 위험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웃링크 방식을 고려할 만하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인링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자신의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를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네이버 포털 서비스 내에서 읽고 있다. 이와 반대로 아웃링크는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옮겨가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아웃링크 방식은 공감수에 따라 댓글 순서가 정해지는 포털 내에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인링크 방식에 따라 이용자 다수는 한 공간에 모여 특정 기사에 대해 댓글을 작성하고 공감과 비공감을 채택할 수 있게 된다. 

인링크 방식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통한 기계적 여론조작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들의 기사는 모아두되 기사를 클릭하면 이용자들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분산되도록 해 부작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포털 자체가 문제라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모아 사용자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포털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다른 플랫폼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네이버와 같은 포털처럼 여론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여러 사이트에서도 뉴스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커뮤니티에선 많은 이용자들을 확보해 뉴스를 바탕으로 한 비판과 참여가 이루어져 있다. 포털과 비슷한 댓글 및 공감·비공감 체계도 갖추고 있다.

다만 포털은 공통된 관심사와 성향으로 뭉친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포털은 뉴스를 공급하기 이전부터 이메일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 까닭에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이용자들보다 더 많은 이들을 확보하고 있다. 포털을 여론의 가늠추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강한 영향력
포털의 책임?

포털 내 기사를 바탕으로 공감수를 조작한 김씨는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기사에 대한 댓글을 다소 공인된 여론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막지 못한 포털의 책임이 제기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책임 제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포털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하더라도 여론조작 사건과 의혹은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미뤄봤을 때 기존 포털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대안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루킹 뜻은?

김씨는 여론조작 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의 필명인 드루킹의 뜻 역시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필명의 뜻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드루이드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09년 SNS상에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또한 드루킹은 ‘피의자들의 수장’이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


<기사 속 기사> 국정원도 댓글 조작?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11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인터넷에 불법 댓글을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역삼동 오피스텔을 찾아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대치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법 위반과 공직선거법 위반도 유죄로 확정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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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