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논란’ 대기업 황당 마케팅 백태

관심에 목말라…여성 성적인 도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 더 돋보여야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강한 생존본능은 종종 무리한 홍보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여혐 논란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고개를 숙였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가 문제가 됐다. 시계를 지난 9일로 돌려보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레슬러> 출연배우 이성경의 사진과 “[단독] 체육관에서_타이트한의상_입은_A씨_유출사진_모음.zip”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튀는 광고물에
예측불허 논란

사진에는 이성경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엎드려 카메라를 응시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타이트한 의상을 입은 A씨 유출사진 모음’이 이른바 몰카 사진을 연상케 한다면서 비판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 여성에 대한 성희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홍보사의 과욕이었다.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한 일”이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전했다.


마케팅 담당자 역시 “저희가 게시한 게시글의 문구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작성했던 문구인데,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무리한 마케팅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미투로 운동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 조민기와 관련된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고 조민기는 청주대학교 교수 재직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미투 운동으로 발전했고, 조민기가 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아 충격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그런데 배스킨라빈스가 조민기 사건이 연상되는 문구를 사용해 입길에 올랐다. 당시 배스킨라빈스는 츄파춥스 파티 미러볼 프로모션을 홍보하면서 SNS에 “내적 댄스 폭발할 때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라고 게재했다.

“돋보여야 산다” 과장·자극적 문구
툭하면 여혐 논란…홍보파트 과욕

해당 문구는 조민기가 피해여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과 흡사해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네티즌들은 “조민기 사건이 연상되면서 성희롱을 당하는 느낌”이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적절치 못한 단어가 포함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해당 콘텐츠를 문제인지 즉시 삭제했다”며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모습이었다. 이어 “이번 일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투 운동을 희화화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기업은 또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달 13일 음식을 주제로 한 ‘배민신춘문예’를 개최했다. 매년 열리는 문예인데 당선된 출품작은 카피 문구로 실제 마케팅에 활용된다.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는 소비자와의 거리감도 좁혀 자사를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눈살 찌푸리는 출품작이 나왔다. 출품작 가운데 미투운동을 희화화 한 작품이 나온 것. “Meat Too” “저도 당했어요”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 등 미투 운동을 희화화한 듯한 인상이 드는 출품작이다. 

이들 출품작은 배달의민족 이벤트 웹페이지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배달의민족 측은 “배민신춘문예 응모페이지를 이용해 악의적인 내용을 작성, 개인 SNS에 올려 불쾌감을 주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주거나 이벤트 취지에 맞지 않는 시는 발견 즉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 후
또 사고

삼양식품 역시 부적절한 광고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달 28일부터 SNS 홍보 계정에 ‘불닭행’이라는 제목의 불닭볶음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불닭행은 ‘불닭볶음면을 사러 가는 길’ 이라는 뜻과 ‘불닭볶음면을 먹고 행복해짐’을 의미를 담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광고는 통통한 여성이 잠에서 깨 슈퍼로 가 야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사와 먹는다.
 

이때 “예뻐지는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숫자가 100%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나온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날씬한 여성이 스타킹을 신고 귀걸이를 착용한 뒤 외출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여성에게 예뻐져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요라는 지적이 나왔다.

삼양식품 측은 해당 광고를 내리고 불닭볶음면을 향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속설과 연관지어 표현하고자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특정 성향에 대한 비하나 희화화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오랜만에 새로운 CM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욕만 앞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진땀을 빼야 했다.
 


롯데푸드도 지난 1월 여성비하 광고 논란에 입길에 올랐다. 롯데푸드는 자사의 제품 돼지바를 홍보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 홍보물을 만들었다. 

원작 구절인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를 ‘나보고 관종이래’라고 고치면서 뒷말이 나왔다. 젊은 워킹맘의 힘든 점을 지나치게 희화화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푸드 역시 사과문을 올렸다. 

롯데푸드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SNS운영팀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콘텐츠 제목 부분은 1983년에 출시된 돼지바를 이야기하기 위해 2017년 베스트셀러였던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는 과정서 적절치 못한 용어가 사용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콘텐츠에 대해 보내주신 염려와 비판에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두 번은 실수!
세 번은 의도?


여성 고객층이 많은 신세계그룹은 꾸준히 여혐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이마트는 주꾸미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렸다. 당시 사용했던 홍보문구는 “남편이든 애인이든 그만 들들 볶고 주꾸미를 볶으세요”였다. 

여성을 사람을 귀찮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했다.

이마트는 사과의 말을 올려야했다. 이마트는 해당 논란에 대해 “잘못된 표현으로 인친분들의 마음 상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올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마트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주고객층이 여성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여혐논란이 일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이용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면서 자사 홈페이지에 포스터를 올려 민폐고객을 표현했는데 민폐고객으로 지목된 손님은 여자였다. 고객들의 반발은 당연지사.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성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훼손된 이미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제주소주 제품명이 성매매 용어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제주소주는 이후 16.9도의 푸른밤과 20.1도의 푸른밤 두 종류 제품을 출시하면서 ‘짧은 밤’과 ‘긴 밤’으로 별칭했다.

문제는 짧은 밤과 긴 밤이 성매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잇달았다는 점이다. 푸른밤 광고모델로 나선 가수 소유가 “너는 어떤 밤이 좋아?”라고 묻는 광고 카피가 불쾌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급기야 여성단체까지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여성인권연대는 7일 논평을 내고 “현실에서는 이런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용어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고의든 실수든 소비자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홍보 과정서 사용되는 성적 대상화로 인해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바라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하게 다듬는 등 신중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된장녀 논란서 밥순이 비하까지
나체 연상되는 단어 사용해 눈총

신세계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성매매 은어를 연상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노래 ‘제주도 푸른밤’과 연관 지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GS25시는 ‘된장녀(여성비하 용어)’ 논란이 일었다. 2016년 GS25시는 페이스북에 신제품 스무디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왜 안먹었어요? 분노의 스무디’라는 내용으로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문제는 에피소드  내용 가운데 명품로고가 새겨진 쇼핑팩을 들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는 여성고객이 다른 여성고객의 ‘이게 다 뭐야?’라는 질문에 “카드 받았지롱”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에서 ‘된장각’이라고 자막 처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된장각’이 이른바 된장녀를 지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GS25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GS25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성 비하 의도가 없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GS25시가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치킨전문브랜드 KFC도 여성비하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때는 2015년. 당시 KFC의 ‘스모키 와일드 치킨버거’의 버스 정류장 옥외 광고 사진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자기야∼나 기분전환 겸 빽(가방) 하나만 사줘”라는 문구와 그 아래 “음.. 그럼 내 기분은?” 문구를 배치했다. 네티즌들은 여자친구가 남자친구한테 가방을 사달라고 조르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여성혐오 의혹을 제기했다.

KFC는 사과문을 올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고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문제 발생 직후부터 전직원이 최선을 다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현재 해당 소재 광고는 모두 철거됐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앞으로 더욱 신중한 모습으로 고객분들과 함께 소통하는 KFC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로…
무리한 광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홍보는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톡톡 튀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리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민감한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기존의 낡은 사고의 마케팅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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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