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고액연봉 10인’ 대해부

로열패밀리는 받는 돈도 다르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개됐다. 고액연봉을 챙긴 임원들의 보수에 눈길이 쏠렸다. 회사의 성과나 규모에 따라 책정되는 보수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의외로 많이 챙겨가는 임원에게는 ‘과연 적정한가?’라는 물음표가 찍힌다. 눈길을 끄는 고액연봉자를 확인했다.
 

기업들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액임원들의 보수도 확인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5억원 이상 임원은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

부자끼리
친척끼리

재계 임원들의 연봉은 시장 규모나 매출, 성장 기여도에 따라 법인이 기준을 세워 보수를 결정했다. 그 기준은 천차만별. 그렇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고액연봉자들이 존재한다.

오치훈 대한제강 대표이사가 13억400만원을 챙겼다. 동종업계인 세아제강 대표이사가 6억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가운데 급여는 6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상여금 역시 6억3000만원으로 급여만큼 챙겼다. 

기타소득은 4400만원 수준. 업계에서는 급여만큼 챙긴 상여금에 관심이 집중됐다. 회사측이 밝힌 상여 기준은 다음과 같다. 


성과금 지급기준에 따라 매출액·영업이익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기타 경영활동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 연봉의 0∼100%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서는 오 대표가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의 어려운 경영환경서 임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하고 조직을 이끌었다고 판단했다. 

또 426억원의 영업이익 성과를 창출한 점과 현장인력 육성 및 안전작업장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상여금 액수를 책정했다.

그 결과 대한제강은 오 대표에게 줄 수 있는 상여금의 최대치를 몰아줬다. 과연 오 대표가 이같은 상여금을 받기에 적절한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대한제강의 개별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조1410억원, 영업이익 426억원, 당기순이익 27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만 전년대비 2978억원 증가했을 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0억원, 92억원 감소했다. 

어려운 대외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경영자에게 최고 수준의 상여금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뒷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오 대표가 회사의 오너이기 때문에 과도한 상여금이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 대표는 대한제강의 지분 18.38%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신분이다.


실적은 뒷걸음 상여금은 앞걸음
같은 임원 다른 연봉…도대체 왜?

오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오형근 사내이사 역시 오 대표와 유사한 비율의 보수액이 책정됐다. 오 사내이사는 지난해 11억9800만원의 보수를 챙겨 고액보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급여와 상여금은 각각 5억7800만원 수준이었다. 오대표와 마찬가지로 급여만큼의 상여금을 챙긴 것. 이에 따라 오 사내이사의 보수가 적절한가에 대해 뒷말이 나올 상황이 됐다.

오너 일가가 고액 임원보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또 있다. 삼양홀딩스의 경우 회장과 친인척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겼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20억66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그의 동생 김량 부회장은 13억600만원을 보수로 받았으며, 김 회장의 사촌인 김원 부회장은 13억2000만원이 보수로 책정됐다. 이들은 상여금도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은 총 보수 가운데 8억2000만원이, 김원, 김량 부회장은 각각 5억원이 상여금으로 지급됐다. 1년치 급여의 절반 가까이를 상여금으로 챙긴 셈이다.

상여금은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이사보수한도 금액 내에서 영업이익, cashflow로 구성된 계량지표의 달성률을 반영해 보상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기준연봉의 0∼100% 내에서 지급했다. 

계량지표 측면에서는 2016년 매출액 2조3114억원 및 영업이익 1410억원의 성과를 달성한 점이 반영됐다.

에넥스 오너 일가인 박유재 회장과 박진규 부회장이 각각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 챙겨 공시 개별공시 대상이 됐다. 이들은 부자로 각각 9억6000만원, 8억40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들은 총 보수 가운데 대부분은 급여였다.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보수는 전년대비 각각 1억1950만원씩 상승했다.

전문경영인이
더 챙기기도

회사는 이사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임원급여 테이블을 기초로 직무, 직급(대표이사 회장), 근속기간(47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제약회사 유나이티드도 부자가 고액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버지인 강덕영 대표이사는 7억97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급여로는 5억3200만원이 책정됐다. 상여금은 급여의 50% 수준인 2억6500만원이다. 


그의 아들인 강원호 대표이사는 6억5900만원을 지난해 보수로 가져갔다. 이 가운데 급여는 4억4000만원, 상여는 2억1900만운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부자가 가져간 보수총액이 전체 이사·감사 보수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점이다. 유나이티드에는 총 8명이 있는데 이들의 보수를 모두 합하면 21억6800만원 수준이다. 1인당 가져가는 보수는 2억71000만원이지만 강 대표이사 부자의 보수가 대거 포함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보수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자 역시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오너 입김에 의한 오너 일가 몰아주기 임금체계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유나이티드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강덕영 대표이사의 지분률은 27.99%로 최대주주 신분이며, 강원호 대표 역시 3.27%로 유나이티드문화재단(5%)에 이어 3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비철금속 생산업체인 풍산은 류진 회장에게 29억500만원을 지난해 보수로 챙겨줘 오너 독식의 임금 체계의 회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류 회장이 챙긴 보수는 나머지 임원 6명에게 지급된 보수 총합 13억28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그는 지난해 보수의 대부분인 25억25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나머지는 상여금이 3억8000만원이었다. 전문경영인인으로슨 최한명 부회장이 유일하게 8억3200만원을 보수로 받아 5억원 이상을 챙긴 고액 연봉자에 포함됐다. 


그는 이 가운데 7억2300만원을 급여로, 1억900만원을 상여 명목으로 받았다.

류 회장은 풍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그는 풍산의 지분이 없지만 36.1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신분인 풍산홀딩스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류 회장은 풍산홀딩스 지분 32.50%를 확보해 최대주주 신분이다. 

회사 측은 이들의 임금 체계에 대해 “이사회결의에 의한 임원보수지급규정에 따라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리노공업 역시 오너의 연봉이 총 이사, 감사의 보수 총액을 크게 웃돌았다. 오너는 이채윤 대표이사다. 그는 사실상 리노공업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로 평가된다. 리노공업 34.6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 대표의 보수는 지난해 11억227만원이 책정됐다. 이사, 감사 전체 보수총액은 18억7284억원이었다. 이들의 보수를 크게 상회한 셈이다. 이 대표의 급여 6억원은 임원 급여 관리규정 및 2017년 이사보수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수행직무를 반영해 결정한 6억원을 12등분해 매월 지급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상여금은 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등을 평가해 성과급을 기준연봉의 0∼100% 범위 내에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도 13억원을 보수로 챙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보합세의 실적에도 급여의 30% 수준인 3억원이 상여금으로 지급됐다. 급여는 10억600만원이다. 회사 측은 상여금 결정은 두 가지 지표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계량지표 관련 당년도 연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0.4%, 0.9% 증가함에 따라 전년도 실적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합세 수준에 머물렀는 데도 상여금이 대폭 지급된 것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일한 만큼 보상
과연 적정한가?

실제 영원무역의 지난해 개별 기준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947억5642만원으로 전년 962억3277만원보다 14억7634만원 감소했다.

또한 오너 일가라서 보수를 많이 챙겨간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영원무역은 지분 50.52% 가지고 있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최대주주 신분인데 이 회사를 성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46.24%의 지분으로 지배권 강한 상황이다.

영원무역의 이사·감사는 총 8명인데 이들의 보수를 합하면 27억9000만원이다. 성 회장이 가져가는 보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금액으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비계량지표로서는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도 대표이사 회장으로서의 리더쉽 발휘해 안정적인 경영성과 달성을 고려했 결정했으며, 주주총회서 승인한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도덕한 CEO 논란을 일으킨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9억1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회사측이 최 회장의 밝힌 연봉지급 기준은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 지급한도 범위 내에서 임원보수규정에 따른 것이다. 또 직무·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기본급 등으로 총 9억1800만원으로 결정하고 연간 12등분해 매월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CEO 자질이 의심되는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보수가 적절한지 물음표가 찍힌다. 한진해운 회장이었던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지난해 4월 두 딸과 함께 가지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해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급여만큼 책정된 보너스”
 “사고 쳐도 빵빵한 월급”

그 결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장을 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재 옥중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가 챙긴 보수가 5명 인원의 이사·감사 전체 보수총액 12억5278만원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인사가 회장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보수를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윤영달 해태제과식품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대표이사도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05년 4월부터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보수로 15억3300만원을 가져갔다. 

윤 회장보다 많은 보수수준이다. 윤 회장은 5억원 미만의 보수를 받아 개별 보수액 공시대상이 아니다. 신 대표의 급여가 대부분(15억3200만원)이었는데 산정 기준은 임원보수관련규정(이사회결의)에 따라 직무직급(사장), 근속기간(13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했다. 

해태제과식품서 유일하게 고액 보수임원으로 전문경영인이 꼽힌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일반 경영인으로서 코오롱의 안병덕 사장이 보수로 36억8140만원을 챙겨 눈길을 끌었다. 그가 받은 보수는 이웅렬 회장이 받은 8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였다. 다만 그의 보수총액에는 퇴직금이 포함돼있다. 

그가 받은 보수 가운데 퇴직소득은 31억2171만원이다. 회사 측은 안 사장의 퇴직금과 관련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월보수 4166만원과 재직기간 및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재직했으며, 이 기간이 퇴직급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여는 이 회장이 받은 8억보다 적은 5억원을 챙겨갔다. 상여금은 없었다.

오너 일가 몰빵
임금체계 비판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오너 일가가 임원으로 있는 경우 전문 경영인을 두는 경우보다 많은 보수를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이 출중한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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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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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