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호 칼럼] 스포츠 상업화와 스포츠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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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4.16 10:54:03
  • 호수 11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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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장충리틀야구장’은 1971년 개장한 유서 깊은 유소년야구장이다. 원래 그곳은 남산의 그린벨트 지역으로 개발제한 지역이었다. 당시 정권의 실세였던 김종필 전 중앙정보부장의 친형이었던 김종락 전 대한야구협회장의 영향력이 작용, 그린벨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유소년 전용 야구장으로 탄생한 것이다.
 

서울 한복판 남산의 그린벨트 지역에 들어섰던 장충리틀야구장은 건립 후 계속해 편법 및 불법 건축물이라는 논란의 한 가운데 서있었다. 역대의 서울시장들 재임시절 철거 및 녹지 공원화라는 이슈와 행정적인 변경계획 사안 중 하나였다.

탁상행정 그만!

최근까지 10여 년의 기간 동안 한국리틀야구연맹(회장 한영관)이 야구장의 사용료를 면제 받은 채 독점적으로 운영하며 사용해 왔고, 그 기간 동안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우리나라 유소년야구의 중추적인 유소년야구단체로 거듭나게 됐다.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충리틀야구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전국적으로 소속된 리틀야구클럽의 수가 20여개의 가맹 팀에서 150개가 넘는 양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동시에 장충리틀야구장의 소유권자인 서울시가 야구장의 사용료를 동 기간에 전액 면제해줌으로써 언제나 특혜의 논란이 돼왔다.

그런데 이러한 장충리틀야구장의 운영과 사용에 관해 최근 야구계가 시끄러운 상황을 맞고 있는 중이다. 2017년 장충리틀야구장에 위치했던 한국리틀야구연맹은 경기도 화성시로 그 소재지를 옮기게 됐다. 경기도 화성시가 화성시에 유소년 야구장 4개 구장과 관련 시설을 건설하여 그 운영과 사용을 한국리틀야구연맹에 위탁했기 때문이다.


논란의 장충리틀야구장
입찰 추진하다 돌연 취소

문제는 장충리틀야구장 내의 사무실을 사용해 오던 한국리틀야구연맹이 경기도 화성시로 이전을 한 이후다. 장충리틀야구장의 관리자인 서울시 중부녹지공원사업소 측이 이제 공석이 된 장충리틀야구장의 운영에 관해 임대의 형식으로 공개입찰 공고를 내면서다.

감정평가금액으로 약 7800만원이 제시됐다. 야구계 일각에서 유소년 전용 야구장 소유권자인 서울시가 ‘상업화’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불어 입찰자격을 놓고 서울시가 기존의 운영자였던 한국리틀야구연맹을 배제하려 한다든지 어느 다른 유소년야구단체의 민원에 굴복하여 꼼수를 부린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러한 논란 속에 관리자인 서울시 중부녹지공원사업소는 입찰 자체를 취소하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은 이미 도시개발의 한계에 달했을 만큼 남아도는 부지가 없다. 그리하여 녹지공원과 체육시설이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여 턱도 없이 모자라다. 그러기 때문에 수요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체육시설 이용에 대한 대립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충리틀야구장의 입찰과 취소에 관하여 우리는 근본적인 의문 하나를 가지게 된다.

스포츠 특히 유소년 스포츠의 상업화 논란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스포츠의 상업화의 의미는 한마디로 스포츠를 통하여 ‘돈을 벌고 이득을 취한다’라는 뜻일 것이다. 하물며 이러한 세속적 황금만능주의가 유소년스포츠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나온 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자라나는 유소년과 청소년들의 스포츠 활동을 이용해 수익과 연관을 짓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한다는 것을 물론 경계하고 지탄해야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스포츠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비용의 충당과 처리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지역에서 일반적인 초중고의 한 개 대회를 진행하는 것에 2000만∼4000만원 정도의 대회진행 경비가 필요하다. 구장사용료 및 청소용역비, 심판수당, 소모품 장비(야구공 등) 대금, 시상식 물품비용, 그리고 야간 경기의 라이트 사용 시 전기료 등이 그러한 비용의 내역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중앙정부는 물론 해당 지자체인 서울시의 예산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지역 연고의 프로야구 세 구단으로 부터 후원을 받아 각 구단별 명칭이 들어간 대회들을 개최하고 있다. 그마저도 후원 비용이 줄어들거나 끊어져 버려 대회 운영에 점점 곤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스포츠가 팬들의 경기관람과 마케팅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꼽아보자. 첫째 TV 등 매체를 통한 경기의 중계권료, 둘째 구장 내에 설치되는 광고를 통한 광고 수익료, 셋째 경기장 관람료, 네 번째로 선수들의 유니폼과 장비의 판매 대금 등일 것이다. 이는 대부분 프로스포츠의 분야에서 구단들이 취득할 수 있는 수익창출의 수단들인 것이다.

정부·지자체 예산지원 뚝
수익? 관람료 외 대안 없어

유소년스포츠를 비롯한 아마추어 스포츠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경기장 관람료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국내 스포츠는 이제 생활체육화되어 참여하는 인구가 증가일로에 있고, 그들의 경기 참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줘야만 하는 상황에 접어들었는데, 현실은 그러한 지원을 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스포츠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분야는 이제 바야흐로 자본화 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스포츠에도 거대 자본이 출현해 해당 종목과 분야를 지배하게 되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의 출현이 필연적이라 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자본을 통한 혁신과 창조적인 마케팅 능력의 개발을 통하여 적어도 필요한 비용의 충당에 관한 한은 스스로의 자생력을 갖춘 스포츠 문화를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

대략 140년 전, 자본주의 초기 발달의 시기에 사회과학자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칼 마르크스는 자본과 노동, 그리고 임금과 잉여가치에 대한 상호충돌의 결과물로써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망하고 공산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주장을 그의 저서 <자본론>과 <공산당선언> 등을 통하여 예언했다. 그러나 그러한 그의 예언에 대한 대착점으로 사람들은 혁신과 창조활동 등을 통하여 자본주의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왔다.

자생력 갖춰야

이제 자본의 뒷받침이 요구되는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 분야서, 더 이상 관련예산의 지원과 후원사 혹은 개인 후원자의 후원금 등은 우리가 스포츠를 즐기고 대하는 목적에 있어 주요 의지처가 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유소년스포츠에조차도 혁신과 창조가 적극적으로 뒷받침되는 상업화의 개념을 도입해야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 수익과 지출의 내역들이 투명하고 적법하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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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