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치적으로 얽히고설킨 선거판 한가운데 가짜뉴스는 폭풍의 눈이다. 유권자들은 왜곡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요시사>가 지난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출받은 ‘2018년도 지방선거 80일 전 기준 사이버 조치건수’에 따르면 2014 지방선거 당시 조치된 사이버 선거범죄는 총 24건이다. 반면 올해는 총 799건으로 지난 선거에 비해 약 30배 이상 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짜라고 판단하는 뉴스를 직접 받거나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을 대상으로 뉴스 경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76.3%가 포털,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언급했다. 인터넷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보들 골머리
이어 ‘인터넷 서비스들 중에서 가짜라고 판단하는 뉴스를 직접 받아 본 주된 경로’를 조사한 결과 카카오톡,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가 39.7%,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플랫폼이 27.7%, 카페, 커뮤니티, 블로그 등이 24.3%였다.
사이트서 가짜뉴스를 직접 접했다는 응답자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의 가짜뉴스는 모바일 메신저와 소셜 플랫폼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카카오톡, 트위터, 카페 등에서 가짜뉴스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3일 ‘문재인정부 이후 중국서 독도를 4번 침범했다’며 ‘박근혜정부에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내용이 게재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손석희 JTBC 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듯한 사진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는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KBS 등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무단 사용한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나온 사진이었다.
당시 손 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블로그와 카페서도 긴급속보라며 ‘트럼프!! 드디어!! 반미종북 세력 척결 명령’이라는 내용이 버젓이 게재됐다.
지난 3일 트위터에는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적합도 여론조사’(뉴시스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서치뷰가 조사)서 이재명 후보가 1위를 한 것을 두고 ‘대권후보도 부동의 1위’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어 ‘전해철 의원, 자유한국당과 손잡아’와 같은 허위사실이 유포됐다.
과거의 가짜뉴스가 생명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례도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임 비서실장이 지금도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 비서실장은 과거 학생운동 전력으로 미국서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그러나 임 비서실장은 17대 국회의원 시절이었던 2004년에 미국을 방문했고, 2008년에는 워싱턴DC 조지타운 대학서 1년간 공부했다.
가짜뉴스는 언론사의 보도내용을 교묘하게 뒤틀기도 한다. 실제로 방영된 MBC방송을 재촬영해 유튜브에 올린 한 등록자는 ‘MBC방송·태극기 집회 역사의 큰 획이 될 것 집중보도’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방영된 MBC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뽑을수록 무성해지는 잡초처럼
선거철 다가오자 유언비어 홍수
이에 각 기관들은 가짜뉴스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지난 5일 ‘D-100 가짜뉴스 공동대응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어 권순일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가짜뉴스 등 선거 범죄는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앙선관위는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을 구성해 가짜뉴스를 적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서울시 선관위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에선 인터넷에 게재되는 가짜뉴스를 모니터링 중에 있다.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약 10여명의 요원들에 이어 4월 중순께 20여명을 추가 채용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루머 등 허위사실, 후보자와 그 가족들과 관련한 비방 내용을 단속 중”이라며 “규정 절차와 선거 위반 관련 판례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 자율정책기구(KISO)는 ‘가짜뉴스 규제 기준’을 제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치를 받게 될 대상은 ‘언론사 명의나 직책 등을 사칭 또는 도용해 기사 형태를 갖춘 허위의 게시물’에 한정된다.
다만, 패러디와 풍자의 경우 창작성과 예술성이 명백하다면 제외하기로 했다. 또 명예훼손 관련 정보나 언론사 오보 등은 제외했다. 이는 기존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구제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KISO 회원사인 카카오와 네이버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의 경우 ‘제3자에 대한 허위 사실 게시 및 발송행위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허위 사실로 판명된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지만 적용 대상은 포털 다음의 게시판을 비롯한 게시글과 댓글에 한정된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 네이버는 약관 및 정책을 개정한다. 내용에 따르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로그인 후 게시물을 등록할 경우 이를 비공개 처리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아예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과 경찰 역시 엄정대응에 나섰다. 검찰의 경우 전담 수사팀을 따로 꾸렸다. 전담팀은 선관위로부터 의뢰된 사건을 수사한다. 전담팀 역시 가짜뉴스를 직접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수사팀은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유포한 사람을 검거하기로 했다.
집중 단속
특정 가짜뉴스가 선거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면 이를 생산하거나 유포한 사람에 대해서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도 정했다. 경찰은 지난달 12일부터 운영 중인 사이버 선거 전담반을 가짜 뉴스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경찰은 선관위와 핫라인을 구성해 정보를 공유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서도 가짜뉴스 주의보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연합(EU)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로 유출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유럽연합은 대부분의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유포된다고 보고 소셜미디어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U 전역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3분의 이상이 매일 가짜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83%가 이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반대로 위원회의 접근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합법적 논쟁이나 비판까지 중단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