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모레퍼시픽 ‘수상한 부동산’ 추적

제주땅 알박기 의혹…큰 덩어리 노림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포착됐다. 제주 땅을 사는 과정에서 이른바 ‘알박기’식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만평의 임야 가운데 일부 지분만 매입한 뒤 수년째 버티고 있는 정황이 석연치 않다. 다른 토지주들이 원하는 토지분할도 거부하고 있다. 이 땅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의문투성이 부동산 거래를 들춰봤다.

2005년 8만평 서광리 임야 지분 20%만 매입
6년째 더 사지도 팔지도 않고 눈치만 ‘살살’

아모레퍼시픽이 제주 땅에 이른바 ‘알박기’식 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몇년 전 수만평의 임야 가운데 일부 지분만 매입한 뒤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토지주들은 아모레퍼시픽 때문에 땅이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모씨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소재 임야 25만7096㎡(약 7만7900평)의 지분 20%를 30여년 전부터 소유하고 있다. 지인들과 함께 은퇴 후 제주에서 노후생활을 보내기 위해 지분을 나눠 공동소유하게 됐다.

“늙어 보낼 곳이…”
노후 꿈 산산조각

그러나 지인들 가운데 한 사람인 신모씨가 자신의 지분을 아모레퍼시픽에 매각하면서 강씨의 꿈이 꼬이기 시작했다. 신씨는 2005년 6월 소유하고 있던 지분 20%를 장원산업에 팔았다. 장원산업이 서광리 임야 5만1419㎡(약 1만5581평)의 소유권을 쥔 셈이다. 당시 매매가는 약 16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고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장원(粧源)’이란 아호를 딴 장원산업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서 창업주의 차남)이 최대주주로 사실상 오너일가 소유의 개인 회사였다. 녹차를 생산하는 농장사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1974년 12월 설립됐다가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서광리 땅을 산지 6개월 만인 2005년 12월 ㈜태평양에 흡수합병됐다.

합병 당시 장원산업 지분은 서 사장이 53.63%를, 나머지는 대부분 기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 지주회사였던 ㈜태평양은 지난 3월 계열사간 연관성 강화 및 글로벌 기업이미지 구축 차원에서 사명을 아모레퍼시픽그룹으로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광리 땅의 지분을 매입한 뒤 그대로 뒀다. 다른 지분을 추가로 사지도, 갖고 있는 지분을 팔지도 않았다. 이 땅이 묶이면서 공동 토지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동의 없이 처분이나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공동소유의 물건은 다른 공유자의 동의 없이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하면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권리를 제대로 내세울 수 없다. 지분만 거래한다 해도 개별 부동산의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모레퍼시픽 외 강씨 등 나머지 지분 소유자 5명은 아모레퍼시픽의 ‘알박기’식 지분 매입으로 인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주들 땅 묶여 재산권 행사 못해
수십차례 토지분할 제의했으나 거부

이들은 “막강한 자금과 권력을 쥔 대기업이 힘없는 소시민들의 재산을 움켜쥐고 있다”며 “지난 6년간 20% 지분을 가진 아모레퍼시픽의 합의 없이 어떤 재산권 행사도 불가능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인생의 마지막 여정을 제주에서 보내고자 했던 꿈과 희망이 무너지고 오히려 피맺힌 한과 절규만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강씨와 다른 토지주들은 아모레퍼시픽 측에 토지분할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토지분할은 지적도에 등록된 1필지의 토지를 지분만큼 2필지 이상으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공유토지를 분할할 경우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1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분할이 이뤄질 수 없다.

이에 따라 토지주들은 수십회에 걸쳐 아모레퍼시픽에 토지분할을 제의했다. 그때마다 회사 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 나중엔 흐지부지 없던 일이 됐다. 한번은 아모레퍼시픽의 ‘OK 사인’을 받아 토지분할을 위한 지적 측량 등 용역에 착수했으나, 또 다시 뒤늦게 백지화해 토지주들이 수천만원을 날리기도 했다.

강씨는 “아모레퍼시픽에 토지분할을 요구했지만 부서간 서로 떠미는 것도 모자라 결제가 늦어지고 있다는 등의 이유와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왔다”며 “매번 토지분할을 해주겠다는 구두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1년에 세금만 수백만원씩 내는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부지 점유도 지적했다. 그는 “지적 측량을 하면서 공동 소유의 부지 수천평을 회사 측이 주차장, 녹차밭 등으로 어떤 승인도 없이 무단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줄곧 시정을 요청해도 모른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랬다 저랬다’
말 뒤집기 반복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은 왜 서광리 임야의 지분을 매입한 것일까.

문제의 땅 바로 인근엔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고 있는 녹차밭 ‘서광다원’이 있다. 따라서 업계에선 아모레퍼시픽이 사업부지 확보 차원에서 땅의 지분을 사들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최초의 차 전문박물관인 ‘오설록 티 뮤지엄’이 있는 서광다원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대 차 생산지로, 면적이 66만1160㎡(약 20만350평)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사업은 서 창업주의 필생의 의지로 이뤄진 산물이다. 이 창업주는 국내에서 사라진 차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1970년대 버려졌던 황무지를 직접 일궈 차나무 재배단지를 조성했고, 1980년대부터 설록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서 사장의 차 사업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선친의 유지를 이어받아 차 사업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울 방침을 내비치기도 했다. 녹차는 전통음료로서의 문화적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유망사업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까지 주사업인 화장품에 이어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서 사장은 평소 “녹차는 맥이 끊긴 우리나라 차 문화를 잇기 위해 부친이 필생을 바친 일”이라며 “그 유지를 받들어 우리나라를 녹차 강국으로 만들겠다” 고 임직원에게 강조해 왔다.

만약 아모레퍼시픽이 사업부지용으로 서광리 임야의 지분을 사들였다면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무슨 이유로 부지 전체를 매입하지 않고 일부 지분만 취득했느냐다.

"땅 문제 법적분쟁으로 끌고 가
싼값에 통째로 거머쥐려 한다"

이에 대해 강씨는 아모레퍼시픽의 야욕을 의심했다. 한마디로 땅 전체를 노린 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의도라는 게 강씨의 주장. 강씨는 또 땅 문제를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가 결국 싼값에 다른 지분까지 통째로 거머쥐려 한다고 의심했다.

실제 부동산 공유자간 합의가 되지 않아 토지분할이 불가능할 경우 법원에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통상 서로 좋은 위치의 땅을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실상 협의 분필이 어렵다. 이때 법원은 직권으로 경매를 명령하고, 경매 처분 후 매각 대금을 공유지분별로 배당받게 된다. 경매는 토지 공유자도 참여해 낙찰 받을 수 있다. 낙찰가는 대부분 일반 시세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강씨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다른 토지주들의 부담이 커져 아모레퍼시픽이 협상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하려고 해도 실거래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땅 시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서광리 산XX번지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으로 단위면적(㎡)당 8480원으로 나타났다. 총면적이 25만7096㎡란 점을 감안하면 이 임야의 땅값이 22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분을 매입한 2005년 1월 공시지가는 9770원. 6년 전에 비해 땅값이 내려갔지만, 실거래가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에 호재가 많아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수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흥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서광리 일대는 ▲첨단과학기술단지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서귀포관광미항 ▲헬스케어타운 ▲영어교육도시 등 건설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추진하는 6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신화·역사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신화·역사공원은 오는 2015년까지 404만㎡(약 122만4000평)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세계적 수준의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JDC는 2007년 12월 우선 510억원을 투입해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했다.

일체 함구…의혹만 키워
확인취재도 응하지 않아

한국산업은행은 “신화·역사공원의 개발 효과가 고용 파급효과는 3만1497명, 생산 파급효과는 2조3553억원, 소득파급효과는 5015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제주 땅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사실 확인을 위한 본지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

이희복 아모레퍼시픽 홍보팀장은 지난 10일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회사 땅 문제는 잘 모른다. 담당 부서에 확인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19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는 11일 아모레퍼시픽 측에 지분 매입 배경, 토지분할 거부 이유, 부지 활용 계획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으나 이 역시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반론이나 해명을 듣기 위해 십여 차례에 걸쳐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 측은 “팀장이 자리에 없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여러 번 메모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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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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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