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부무덤’ 현대중공업 현장의 실상

일하다 죽어나가는 노동자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이 ‘인부 무덤’이라는 오명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장이 직접 나서 올해 시작과 함께 무재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연초부터 크고 작은 사망 사고가 보고된 탓이다.  
 

지난 6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서 작업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직원은 길이 6m, 무게 25kg 족장용 파이프를 세우고 클램프를 체결하는 과정서 뒤로 갑작스레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현장

당시 노조는 홈페이지를 통해 “의식이 불안정해 지주막하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며 “소생실에서 이동식 MRI 촬영 결과, 지주막하 출혈로 판명돼 긴급 시술을 하던 중 급격하게 혈압이 떨어져 치료하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쓰러진 직원은 신속하게 울산대학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한 채 지난 10일 사망진단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은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작업 현장서 발생한 네 번째 노동자 사망 사고로 남게 됐다.


최초 사고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월23일이었다.  이날 회사 건조 2부 소속 김모씨는 선대 블록 연결 작업장서 용접 작업 중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이틀 뒤 숨졌다. 

김씨의 사고 발생 다음날에도 사망 사건이 있었다. 이날 현대중공업 하청회사에 소속된 한 노동자가 작업장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은 해당 직원은 쓰러진 당일 사망판정을 받았다.

작업현장서 사망사고가 보고되자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25일 오후 6시부터 자체적인 울산조선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작업 중단 기간 동안 안전 교육과 토론회를 진행하고 현장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멈춰선 조선소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의 작업중지명령 일부 해제 승인이 떨어진 지난 2월6일에서야 재가동됐다.  

그럼에도 노동자가 현장서 사망하는 사고는 또다시 반복됐다. 지난 1일 울산시 현대중공업 해양16안벽서 도급회사 소속 선박의 한 선장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노동자는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외부 업체 소속으로 해양사업부 앞바다에 계류 중인 시추선을 살피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만 벌써 4명째
열악해진 작업환경

울산해경은 배를 옮기려고 줄을 풀다가 다른 배에 묶여 있던 밧줄이 노동자를 쳐 배 앞쪽 갑판 모서리에 부딪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연이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보고되면서 현대중공업은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9명, 2015년 3명, 2016년 11명 등 매년 적지 않은 사망사고가 발생했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산재 사망자가 1명만 보고되면서 산재와 관련한 오명서 한발 비껴난 상태였다. 

회사 측에서도 산재 방지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지는 강환구 사장은 신년사에서 잘 드러난다. 

강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통합안전교육센터를 세우고 안전관리체계를 내실있게 운영해 2018년을 중대해재 없는 원년으로 만들 것”이라며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작업으로 여기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잇따른 노동자 사고의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와 과도한 인력구조조정을 꼽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인력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순환휴직 등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 때문에 역할분담 구조가 흔들려 생산조직의 작업흐름이 깨지면서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25일 사망한 김씨의 경우 밀폐구역임에도 환기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작업현장서 업무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1월24일 숨진 노동자는 주야 맞교대 근무, 최저 영하 11도의 한파 추위 속에 노출된 채 12주 간 주당 평균 55.9시간의 과로노동에 노출됐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었다. 

위험의 외주화

노조 관계자는 “작업장 안전에 핵심적 역할을 맡는 역할을 하청회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인력 구조조정 후 원청의 숙련노동자가 이직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계속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