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MB맨 배신의 MB맨 ‘총정리’

정승이 죽으면 개도 안 온다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조사를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를 시작으로 그를 향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전 대통령은 ‘보복성 정치공작’이라며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두하기 전 사저서 ‘MB맨’들을 만났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사저로 향했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또 다른 ‘MB맨’들이 있다. 그들은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의 의혹에 힘을 실어줬다. 여러 의혹들이 검찰 소환 조사의 증거가 된 배경에는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들도 한때 ‘MB맨’이었다.

MB에 치명적
진술 쏟아내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은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20개가 넘는 범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낸 측근들에 대해 “죄를 경감받기 위해 나한테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물어 달라”며 본인의 책임을 강조한 것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MB의 집사’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40년 이상 인연을 맺어왔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함께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지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수십 년 보좌하고 그의 재산을 관리했다. 

그러다 지난 1월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를 불법으로 수수한 혐의로 김 전 기획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기획관은 특활비 관련 혐의에 대해 “기억이 없다”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17일 “국정원 돈을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며 기존의 증언을 뒤집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김 전 기획관은 3월14일 열린 첫 번째 공판에서 국정원 자금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의 진술 역시 결정적이었다. ‘MB의 영원한 비서관’으로 통하는 김 전 실장은 오랜 시간 이 전 대통령과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1997년 이 전 대통령이 초선 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 그를 보좌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그는 의전비서관으로 수행했다.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대통령 제1부속실장으로 재임기간 5년을 그와 함께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월12일 국정원 특활비를 불법으로 상납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서 “국정원 직원에게 받은 특활비 10만달러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 행정관에게 직접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내용을 진술하기 전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게 “나도 살아야겠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전 실장은 최근 JTBC와의 인터뷰서 “자신이 생각해도 (증거의 구체성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며 “이 전 대통령도 조사에 임하면 (태도가)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하지 않은
영원한 측근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의 의혹 상당수는 다스를 기반으로 한다. 그 연유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것을 밝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검찰은 MB의 최측근들로부터 결정적인 진술을 받게 된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MB의 오른팔’로 불린다. 김 전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시절부터 함께했다. 명실상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다스의 설립과정을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사장은 다스의 120억원 횡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는 검찰 조사 중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수사와 2008년 특별검사팀 수사 때 다스와 관련해 거짓진술을 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특검 당시 “도곡동 땅과 다스는 MB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엔 스스로 당시 진술을 부정하면서 이번 조사 때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설립한 것”이라며 “다스 창업자금도 지원받았다”는 진술도 내놨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와 회계에 관련한 사안을 보고 받았다고 했다.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던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던 인물이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를 다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썼다”며 “일부는 논현동 사저를 수리하는데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다스 지분 매입에 쓰였다는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 파악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검찰은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을 이 전 대통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MB의 자금관리사’로 통하는 이영배 금강 대표의 구속 역시 이 전 대통령을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이게 했다. 금강은 다스의 협력업체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16억원을 무담보 저리 대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강의 최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금강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MB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서 호흡을 맞췄던 전직 관료부터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약 1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출두 직전 자신의 소회를 풀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후에도 이들은 MB 곁을 지켰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MB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그는 2011년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12년에는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으로 자리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은 지난달 1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은 누군가의 기획”이라며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하루 전날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디어 출연
비호에 앞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했다. 이 전 수석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았다. 당선 이후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언론특별보자관을 역임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정무수석 정무 2비서관과 대통령실 메시지기획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2011년에는 청와대 홍보 수석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8일 김 전 수석은 CBS 라디오에 출연했다. 그는 “보수에 대한 반감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한풀이”라며 수위 높은 발언으로 여권과 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개띠의 해”라며 “저희들도 이전투구를 한번 해 볼까요?”라고 다소 거친 발언을 내뱉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반도 대운하 입안자’로 알려져 있다. 이후 주중대사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하게 된다. 또한 류 전 실장은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으로 꼽힌다.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류 전 실장의 뒤를 이어 2대 대통령 실장에 내정됐다. 그러나 2010년 7월 6·2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이 패배하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효재, 이동관, 김두우, 류우익…
여론 눈치 안보고 끝까지 지켰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010년 고용노동부장관서 3대 대통령 실장으로 내정됐다. 임 전 실장 역시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UAE 원전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임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명박정부의 비위를 캐내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할 정도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하금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4대 대통령 실장으로 이 전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하 전 실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동문으로 ‘고대 후배’로 통한다. 하 전 실장은 ‘노무현 4주기 추도식’ 날 이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장다사로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장 전 기획관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임명했다. 

당시 이 전 의원 보좌관의 거액 수뢰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복인 장 전 기획관의 임명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전달한 평창동계올림픽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장 전 기획관이다.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대통령 정무담당특보를 역임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을 검찰까지 수행했다. 맹 전 장관은 “5년 동안 MB정부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어려울 때 자리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행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은 ‘MB키즈’로 통한다. 권 의원은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검찰청까지 가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김 의원은 ‘안국포럼’ 출신이다. 안국포럼은 2007년 대선서 이 전 대통령의 친위그룹 역할을 했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문재인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치졸한 꿈을 오늘 이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 초대 특임장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 전 대통령의 사저에 방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그만큼 ‘정통 친이계’라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김백준, 김희중, 김성우, 이병모…
최측근서 내부고발자로 ‘뒤통수’

자유한국당 이재오 상임 고문은 ‘친이계의 좌장’ 또는 ‘MB 정권 2인자’로 불린다. 이 고문은 2007년에 늘푸른한국당을 이끌었다가 지난달 12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처럼 보인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 전 대통령의 검찰에 출두한 후에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은 부패하지 않다”며 그를 비호했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예비후보캠프 대외협력총괄단장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회 인수위원을 역임한 친이계 인사로 분류된다.

안경률·최병국 전 국회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해 이들 역시 친이계 인사로 나뉜다.  최 의원은 이재오 상임 고문과 함께 늘푸른한국당 소속이었다. 최 의원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해 상임고문을 맡게 됐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이었던 시절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이었다. 그는 15일 JTBC <뉴스룸>서 “여권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이번 검찰수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청와대 출신
현역 의원까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행보도 눈에 띈다. 유 전 장관은 검찰 조사 후 귀가하는 이 전 대통령을 마중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연기했다. 그 과정서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유 전 장관은 이명박정부 시절 문체부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다소 거친 성격으로 막말과 욕설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성동조선 부실 책임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넨 22억여원 중 20억원 가량이 성동조선해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수첩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영위기 상황이었던 성동조선서 비자금이 나온 만큼 이 전 대통령이 그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검찰은 이 돈의 대가로 이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의 부실경영을 방관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동조선은 지금까지 9조6000억원을 수혈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경영정상화의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


<기사 속 기사> 자충수 된 MB 행보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과정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구속영장 발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 전 대통령은 명백한 증거들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수>


<기사 속 기사> MB 변호인단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확충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사안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3일 MB의 측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며 재정적 어려움으로 변호사 선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보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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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