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샘표식품의 수상한 회사들 추적

착 달라붙어 일감 ‘쪽쪽’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간장명가 샘표 그룹은 몇해 전부터 오너 3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샘표는 4세 경영까지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아들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 누리팩에 샘표그룹이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샘표그룹은 누리팩에 지분이 없다. 이 때문에 누리팩 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시사>에서 수상한 누리팩의 경영 상황을 점검했다.

샘표그룹이 오너 4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3세 경영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장남인 박용학씨가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으로 입사한 것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 팀장은 다른 업체서 근무하다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들어왔다.

오너 4세 경영
수익률 개선중

박씨의 샘표그룹 입성은 본격적인 4세 경영수업으로 읽히는 분위기다. 박씨의 경영 참여는 오너 4세 가운데 유일하다. 

샘표식품은 그룹내에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발효연구중심 6개 팀과 우리맛연구중심 2개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박 팀장이 맡고 있는 연구기획팀은 우리발효연구중심에 소속된다. 

박 팀장은 기술연구소서 샘표그룹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샘표식품의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발효 기술이 있는 연구소 업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샘표는 지분의 변동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샘표그룹의 박 사장 부자는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것. 

그 과정이 흥미롭다. 자사주를 통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승계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샘표그룹의 지주사인 샘표는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넘겨받고 샘표의 신주를 발행해 샘표주식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 주식의 25%에 달할 만큼 커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이 시나리오대로 오너 일가는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샘표 청약에 참여한 사람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과 그의 아들 박용학씨 뿐이었다.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16.46%서 33.67%로 올라갔고, 용학씨는 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사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해졌고 용학씨의 승계발판이 마련됐다.


흥미로운 점은 샘표식품의 자사주 비율이 30%에 달하는데 박 사장 부자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기존 샘표식품이 보유 중인 자사주 30.38%(135만 85주)는 존속회사인 샘표의 관계회사투자주식으로 편입된다. 기존 자사주가 분할 후 샘표식품 주식으로 전환되고, 이를 샘표가 전량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인이 샘표식품 지분 30.01%를 갖고, 샘표가 30.38%를 가져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셈이다. 샘표는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30.01%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꼼수 지주사 전환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절차에 대해 문제삼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샘표식품은 과거에도 부당하게 자산을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오너 일가
대거 등장

눈길이 쏠린 회사는 명진포장이다. 명진포장은 2006년 적대적 M&A를 노리는 사모펀드 마르스 1호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명진포장의 부당거래에 주장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더벨>에 따르면 명진포장은 박 사장의 부인인 고계원씨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최대주주는 지분 70%를 보유한 김명조 대표이사다. 감사인 고혜민, 고혜연, 고병욱씨 등이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명진포장은 경기도 용인서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를 제조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1월 설립됐다. 자산은 2014년 말 기준 51억원 수준이다. 같은 해 매출액은 30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으로 집계됐다. 

명진포장은 한때 샘표식품 지분 2.15%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상당부분 매각해 0.67%(샘표주식 0.5%)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샘표그룹은 현재에도 명진포장과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1억1838만원의 일감을 줬다.

수상한 회사는 또 있다. 통도물류와 성도물류다. 이들 회사는 마르스 1호와 경영권 분쟁 당시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뚜렷하게 결론 나지 않았다. 

현재 샘표 그룹은 이들 회사와 지분 관계가 없으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적지 않은 금액을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통도물류와 성도물류가 샘표로부터 벌어들인 임대료 수익은 각각 2억8967만원, 2억3636만원이다. 


성도물류의 경우 2013∼2015년까지 총 9억원의 임차료를 챙겼다. 2013년 8578만원, 2014년 3억9263만원, 2015년 4억8376만원 등이다. 통도물류는 2012∼2015년 간 22억4395만원을 샘표식품으로부터 임차료 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샘표 그룹이 이들 회사에 상당한 물량을 수년전부터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소유주 의심 업체만 3개
주고받고 내부거래 의혹

성도물류의 경우 본점 소재지가 박진선 사장의 소유의 땅으로 돼있었는데 이 땅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한 정황까지 발견됐다. 2012년 성도물류가 은행서 대출을 받는데 채권최고액 24억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해줬다. 

박 사장이 땅을 담보물로 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오너 일가 소유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최근에는 누리팩이라는 회사를 특수관계자로 올려놓고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하면서 해당 회사에 대한 의문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승계 후보자인 박용학씨가 누리팩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회사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누리팩은 포장 및 원자재 제조 및 판매, 식의약품용 용기 제조 및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다. 샘표식품 팀장 출신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이사를 맡고 박진선 사장이 감사를 맡았다. 당시 본점 주소지는 현재 통도물류 소유지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였다. 

이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열미길로 본점 주소지를 옮긴 뒤 현재 누리팩의 소유지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장자터로 1○○-○○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 경영은 2013년까지 박 사장과 김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둘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박용학씨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박씨는 2013년 3월28일 사내이사로 단독 취임하며 회사 경영을 혼자서 책임졌다.

일각에서는 누리팩의 소유가 오너 일가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박씨가 단독 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후 수차례 증자를 한 점을 바탕으로 박씨의 자금이 상당부분 투입됐을 것이란 시각이 나왔다.

누리팩은 설립 당시 2억원(발행 주식수 4만주)의 자본금 규모였는데 박씨가 사내이사에 등기하기 2년 전인 201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5억원(10만주), 8억원(16만주) 등으로 총 자본금 규모를 늘렸다. 

이후 2013년 12월 8억8400만원(17만6800주), 2014년 5월 9억5155만원(19만310주) 등으로 자본을 또다시 늘렸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경영 전면에 나타난 후 수익성이 좋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박씨가 회사 이사로 등기했을 당시인 2013년은 13억892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694만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2147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박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2014년 매출액은 16억원255만원으로 전년대비 20%이상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억3440만원으로 전년 5694만원에 비해 4배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억3399만원을 기록해 전년 2147만원 대비 10배 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듬해 역시 성장세가 이어졌다. 18억4840만원으로 전년보다 2억4585만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5억1723만원, 5억2817만원 등으로 전년대비 두 배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합법이냐?
편법이냐?

일각에서는 누리팩의 수익률이 유사 업체 대비 상당히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누리팩은 주로 플라스틱 성형 용기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A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이다. 

그런데 누리팩은 2013년 4.1%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이 박씨의 경영참여 이듬해 14.6%, 2015년 28%로 비약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샘표 측은 <일요시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한 질의에 대해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날 수가 없다”고 일축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자 “(제시된) 수치가 맞다”며 “누리팩의 실적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샘표그룹 측과 누리팩이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2016년부터 특수관계자로 지정이 되면서 거래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거래 규모는 15억4913만원(샘표 7억6225만원, 샘표식품 7억8688만원) 수준이었다. 

지원 규모는 더욱 늘릴 것을 보인다. 샘표그룹이 누리팩에 지원한 일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6억3088만원으로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누리팩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거래가 적절한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수관계사의 수상한 흐름
직접적 지분없어 확인 불가

샘표 측 관계자가 확인해준 지난해 누리팩의 매출은 26억원(당기순이익 9300만원) 수준이다. 샘표가 지난해 3분기까지 누리팩에 준 일감이 16억원을 넘어선 점을 생각하면 매출의 60% 이상이 샘표에 기댄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샘표와 누리팩과의 거래간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 법률 제 23조의2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샘표 측 관계자는 누리팩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 “누리팩과만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품질개선과 기술개발 등의 효율성 증대, 제품 기술력이나 보안 등을 위해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누리팩의 소유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 외에도 주주가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지분구조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순거래?
부당거래?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샘표그룹 오너 일가 소유라는 말이 나오는 회사가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다만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조그만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의혹 무성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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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