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샘표식품의 수상한 회사들 추적

착 달라붙어 일감 ‘쪽쪽’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간장명가 샘표 그룹은 몇해 전부터 오너 3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샘표는 4세 경영까지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아들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그가 대표로 있는 회사 누리팩에 샘표그룹이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샘표그룹은 누리팩에 지분이 없다. 이 때문에 누리팩 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시사>에서 수상한 누리팩의 경영 상황을 점검했다.

샘표그룹이 오너 4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3세 경영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의 장남인 박용학씨가 샘표식품 연구기획팀장으로 입사한 것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박 팀장은 다른 업체서 근무하다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들어왔다.

오너 4세 경영
수익률 개선중

박씨의 샘표그룹 입성은 본격적인 4세 경영수업으로 읽히는 분위기다. 박씨의 경영 참여는 오너 4세 가운데 유일하다. 

샘표식품은 그룹내에 기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발효연구중심 6개 팀과 우리맛연구중심 2개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박 팀장이 맡고 있는 연구기획팀은 우리발효연구중심에 소속된다. 

박 팀장은 기술연구소서 샘표그룹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샘표식품의 원천 기술에 해당하는 발효 기술이 있는 연구소 업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샘표는 지분의 변동으로 큰 변화를 맞았다. 샘표그룹의 박 사장 부자는 지난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것. 

그 과정이 흥미롭다. 자사주를 통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승계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샘표그룹의 지주사인 샘표는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넘겨받고 샘표의 신주를 발행해 샘표주식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 주식의 25%에 달할 만큼 커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이 시나리오대로 오너 일가는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샘표 청약에 참여한 사람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과 그의 아들 박용학씨 뿐이었다.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16.46%서 33.67%로 올라갔고, 용학씨는 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사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해졌고 용학씨의 승계발판이 마련됐다.


흥미로운 점은 샘표식품의 자사주 비율이 30%에 달하는데 박 사장 부자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기존 샘표식품이 보유 중인 자사주 30.38%(135만 85주)는 존속회사인 샘표의 관계회사투자주식으로 편입된다. 기존 자사주가 분할 후 샘표식품 주식으로 전환되고, 이를 샘표가 전량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인이 샘표식품 지분 30.01%를 갖고, 샘표가 30.38%를 가져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셈이다. 샘표는 박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30.01%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꼼수 지주사 전환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절차에 대해 문제삼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샘표식품은 과거에도 부당하게 자산을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오너 일가
대거 등장

눈길이 쏠린 회사는 명진포장이다. 명진포장은 2006년 적대적 M&A를 노리는 사모펀드 마르스 1호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명진포장의 부당거래에 주장하면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더벨>에 따르면 명진포장은 박 사장의 부인인 고계원씨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최대주주는 지분 70%를 보유한 김명조 대표이사다. 감사인 고혜민, 고혜연, 고병욱씨 등이 각각 1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명진포장은 경기도 용인서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를 제조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1월 설립됐다. 자산은 2014년 말 기준 51억원 수준이다. 같은 해 매출액은 30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으로 집계됐다. 

명진포장은 한때 샘표식품 지분 2.15%를 가지고 있었다. 현재는 상당부분 매각해 0.67%(샘표주식 0.5%)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샘표그룹은 현재에도 명진포장과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샘표식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1억1838만원의 일감을 줬다.

수상한 회사는 또 있다. 통도물류와 성도물류다. 이들 회사는 마르스 1호와 경영권 분쟁 당시 오너 일가의 개인 회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뚜렷하게 결론 나지 않았다. 

현재 샘표 그룹은 이들 회사와 지분 관계가 없으나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적지 않은 금액을 거래하고 있다. 지난해 통도물류와 성도물류가 샘표로부터 벌어들인 임대료 수익은 각각 2억8967만원, 2억3636만원이다. 


성도물류의 경우 2013∼2015년까지 총 9억원의 임차료를 챙겼다. 2013년 8578만원, 2014년 3억9263만원, 2015년 4억8376만원 등이다. 통도물류는 2012∼2015년 간 22억4395만원을 샘표식품으로부터 임차료 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샘표 그룹이 이들 회사에 상당한 물량을 수년전부터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소유주 의심 업체만 3개
주고받고 내부거래 의혹

성도물류의 경우 본점 소재지가 박진선 사장의 소유의 땅으로 돼있었는데 이 땅을 담보로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한 정황까지 발견됐다. 2012년 성도물류가 은행서 대출을 받는데 채권최고액 24억원의 근저당권 설정을 해줬다. 

박 사장이 땅을 담보물로 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오너 일가 소유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최근에는 누리팩이라는 회사를 특수관계자로 올려놓고 일감을 몰아주기 시작하면서 해당 회사에 대한 의문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승계 후보자인 박용학씨가 누리팩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회사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누리팩은 포장 및 원자재 제조 및 판매, 식의약품용 용기 제조 및 판매 등을 사업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다. 샘표식품 팀장 출신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이사를 맡고 박진선 사장이 감사를 맡았다. 당시 본점 주소지는 현재 통도물류 소유지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였다. 

이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열미길로 본점 주소지를 옮긴 뒤 현재 누리팩의 소유지인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장자터로 1○○-○○으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 경영은 2013년까지 박 사장과 김씨가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둘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박용학씨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다. 박씨는 2013년 3월28일 사내이사로 단독 취임하며 회사 경영을 혼자서 책임졌다.

일각에서는 누리팩의 소유가 오너 일가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박씨가 단독 이사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후 수차례 증자를 한 점을 바탕으로 박씨의 자금이 상당부분 투입됐을 것이란 시각이 나왔다.

누리팩은 설립 당시 2억원(발행 주식수 4만주)의 자본금 규모였는데 박씨가 사내이사에 등기하기 2년 전인 2011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5억원(10만주), 8억원(16만주) 등으로 총 자본금 규모를 늘렸다. 

이후 2013년 12월 8억8400만원(17만6800주), 2014년 5월 9억5155만원(19만310주) 등으로 자본을 또다시 늘렸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경영 전면에 나타난 후 수익성이 좋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박씨가 회사 이사로 등기했을 당시인 2013년은 13억8928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5694만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2147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박씨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2014년 매출액은 16억원255만원으로 전년대비 20%이상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2억3440만원으로 전년 5694만원에 비해 4배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억3399만원을 기록해 전년 2147만원 대비 10배 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듬해 역시 성장세가 이어졌다. 18억4840만원으로 전년보다 2억4585만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5억1723만원, 5억2817만원 등으로 전년대비 두 배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합법이냐?
편법이냐?

일각에서는 누리팩의 수익률이 유사 업체 대비 상당히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누리팩은 주로 플라스틱 성형 용기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A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 수준이다. 

그런데 누리팩은 2013년 4.1%에 불과하던 영업이익률이 박씨의 경영참여 이듬해 14.6%, 2015년 28%로 비약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이었다.

샘표 측은 <일요시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에 대한 질의에 대해 “이 같은 영업이익률은 날 수가 없다”고 일축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자 “(제시된) 수치가 맞다”며 “누리팩의 실적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샘표그룹 측과 누리팩이 직접적으로 거래를 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2016년부터 특수관계자로 지정이 되면서 거래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거래 규모는 15억4913만원(샘표 7억6225만원, 샘표식품 7억8688만원) 수준이었다. 

지원 규모는 더욱 늘릴 것을 보인다. 샘표그룹이 누리팩에 지원한 일감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6억3088만원으로 이미 전년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누리팩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거래가 적절한지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수관계사의 수상한 흐름
직접적 지분없어 확인 불가

샘표 측 관계자가 확인해준 지난해 누리팩의 매출은 26억원(당기순이익 9300만원) 수준이다. 샘표가 지난해 3분기까지 누리팩에 준 일감이 16억원을 넘어선 점을 생각하면 매출의 60% 이상이 샘표에 기댄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샘표와 누리팩과의 거래간 적절성 여부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관한 법률 제 23조의2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샘표 측 관계자는 누리팩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 “누리팩과만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품질개선과 기술개발 등의 효율성 증대, 제품 기술력이나 보안 등을 위해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누리팩의 소유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 외에도 주주가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확한 지분구조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순거래?
부당거래?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샘표그룹 오너 일가 소유라는 말이 나오는 회사가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며 “다만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조그만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의혹 무성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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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