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덩어리’ 현대라이프의 실상

모기업 축내는 애물단지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라이프가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모기업으로부터 수년째 자금 수혈 받았지만 빨간불이 켜진 재무건전성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10월 실적부진에 시달리던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며 생명보험업계에 진출했다. 캐피탈(현대카드)·증권(현대차투자증권)·보험(현대라이프)을 모두 갖춰 금융 계열사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현재 현대라이프 지분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30.28%)와 현대커머셜(20.37%)이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돈 먹는 하마

현대라이프가 출범하자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빅3’가 시장을 장악한 구조서 후발주자가 자리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카드 성공신화 주역이자 현대라이프 인수를 진두지휘한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은 현대라이프의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대라이프의 당기순이익은 별도기준으로 지난 2012년 -319억원, 2013년 -316억원, 2014년 -871억원, 2015년 -485억원, 2016년 -198억원, 2017년 3분기 -4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누적적자만 2273억원에 달한다. 


현대라이프 출범 초 정 부회장이 “빠르면 2년 안에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룹지원 없이도 독자경영을 통해 현대라이프를 성공시키겠다던 포부와 확연히 대비되는 현실이었다.
 

적자행진을 거듭하는 사이에 재무건전성은 나날이 악화됐다. 반대로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 필요성은 높아졌다. 지급여력비율(RBC)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48%까지 떨어져 업계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돈 붓기?
인수후 자금수혈 4차례

결국 현대라이프는 현대차그룹의 자금 수혈에 기대야만 했다. 2014년 5월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950억원의 자금이 현대라이프로 흘러갔다. 2015년에는 대만의 푸본그룹으로부터 213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는데 이 과정서 푸본그룹은 현대라이프 지분 48%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 11월29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600억원대 후순위채권과 400억원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은 현대커머셜이 모두 인수했다.

지난해 12월12일에는 3000억원대 주주배정 유상증자 결정이 전해졌다. 1대주주인 현대차그룹과 2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이 각각 지분비율에 맞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골자였다. 출자금액은 현대모비스 896억7000만원, 현대커머셜 603억3000만원, 푸본생명 1500억원이다. 


즉,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네 번째 자금 수혈이 이뤄진 셈이다. 

모기업 차원의 자금 지원이 거듭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15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결정된 현대라이프의 3000억원대 유상증자에 대해 문제 삼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은 “유상증자만으로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닌 상황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상환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영 부회장 책임론이 언급되는 것도 현대라이프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하려 했던 장본인”이라며 “현대카드 등 그룹 금융계열사의 부회장이자 현대라이프생명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영진 책임론이 급부상한 건 현대라이프의 부진한 실적이 전략적인 측면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아픈 손가락

후발주자였던 현대라이프는 출범 당시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마트에서 파는 보험’ ‘제로 보험’ 등 색다른 상품들을 연달아 공개했다. 현대라이프가 차별화된 마케팅을 내세운 건 정 부회장이 이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서 같은 전략으로 효과를 거뒀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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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