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투자’ 한국GM의 의도

공장 폐쇄 안 할테니 돈 내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GM이 한국 정부에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천문학적 투자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생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한국GM 측은 즉각 부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3332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2015년 9930억원, 2016년 6315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3년간 2조원의 누적 적자를 쌓았다. 이달 말에는 만기 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10억달러(약 1조619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9월엔 사상 최초로 쌍용차에 밀려 내수 4위에 그쳤을 만큼 경영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폐쇄까지 불사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20% 안팎이다. 근무시간 조정 등으로 지난달 말 공장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가동했지만 가동률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GM의 모회사인 제네럴모터즈(GM)는 군산공장 폐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군산공장의 주요 생산 차량이었던 올란도를 대체할 차량인 에퀴녹스를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판매키로 결정했다. 군산공장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주요 부품 10년 치를 올 3월까지 생산해 러시아 물류창고로 보낼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한국GM 안팎에선 “철수 소문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천 부평공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장가동률 기준으로 부평 엔진공장은 30%, 부평 2공장 역시 50%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부평공장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65명을 해고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여기에 GM 산하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지난해 한국서 생산하던 오펠 물량을 유럽서 생산해 유럽지역 가동률을 높인다는 회생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의 입지는 더욱 축소된 모습이다. 
 

또 연간 수십만대를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인천항 KD센터가 오는 4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지난주 백운규 산업부장관과 KDB산업은행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을 각각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 사장은 한국GM 등 해외 사업장을 총괄 관리하고 있어 차량 생산물량 배정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GM 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GM 회생 방안과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고 지난 13일 출국했다. 

자본잠식 위기…멈춰선 공장
본사 임원 정부 인사와 면담 소문

일각에서는 앵글 사장이 정부 금융 관계자를 잇달아 만난 자리서 한국 정부가 한국GM 회생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추가 생산에 따른 공장 증설, 차입금 상환 등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정부서 일부 부담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앵글 사장은 노조와의 간담회서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철수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으며, 군산공장은 현재로선 정부의 도움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서 GM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시 군산공장 폐쇄를 넘어 한국 철수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GM이 차입금 상환 대가로 연간 20만대 수출물량 신규 배정을 제시했을 거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GM 내에서 글로벌 라인업에 대한 논의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데 한국 정부가 거액 투자 등에 나설 경우 북미시장에 판매할 새로운 개발 차량을 한국GM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GM이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섣불리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국GM은 인천, 군산, 창원, 보령 등 공장 4곳이 있는 대규모 업체인 데다 쌍용차 사태서 볼 수 있듯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차량 개발 비용이 30억달러에 달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국GM에 물량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연간 20만대 이상 생산 가능한 군산공장의 경우 올해 배정된 물량이 2만대에 불과한데 앵글 사장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군산공장을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무슨 이유로?

하지만 한국지엠 측은 조건부 투자를 요구했다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한국GM 측은 앵글 사장이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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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